내연기관차? NO! 불멍? NO! 불편함? YES! 탄소 끄고 별을 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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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막야영장은 탄소중립 선도 야영장으로서 전기·수소차량만 출입이 가능하오니 내연기관차량은 회차해주시기 바랍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사기막야영장(이하 사기막야영장) 입구에 써 있는 안내문이다. 내연기관차라고 실망하긴 이르다. 차를 돌려 3.8㎞ 떨어진 북한산성 제1주차장(서울 은평구 진관동 280)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주차장에서 야영장까지 왕복하는 무료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정도 운행된다. 친환경 전기차인 셔틀버스는 15인승으로 캠핑에 필요한 짐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차내 공간이 넉넉하다. 버스를 타고 야영장 안으로 들어가면 북한산에 아늑하게 안긴 야영지가 보인다. 내연기관차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은 국내 최초 탄소중립형 야영장이다. 수도권의 첫 국립공원 캠핑장이기도 하다.
지난 9월 21일 문을 연 사기막야영장은 3만 5000㎡ 규모로 조성됐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캠핑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개장부터 예약 열기가 뜨거웠다. 야영장 예약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reservation.knps.or.kr)에서 매월 1일 오후 2시부터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특히 단풍이 찾아오는 10월과 11월은 캠핑장의 성수기다. 하지만 다른 야영장과 달리 이곳은 클릭만 빠르다고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다.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에 동의해야 예약이 가능하다. 첫째, 무공해 자동차(전기차, 수소차)만 출입(운행)이 가능하다. 둘째, 내연기관차 이용 시 북한산성 제1주차장에 주차해야 한다. 셋째, 숯불이나 화로장작, 불쏘시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넷째, 배달 오토바이도 출입이 제한된다. 다섯째, 매일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 야영장 소등제를 운영한다. 이 모든 항목에 동의하고 탄소중립형 야영장을 예약하는 이용객들은 ‘탄소 줄이기’에 동참한 것이다.
캠핑도 하고 환경도 지키고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캠핑 산업 규모는 7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은 국내 캠핑 인구가 2022년 700만 명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캠핑 문화가 확산하면서 캠핑 야영장 안팎의 오수와 쓰레기 방치, 이로 인해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위협받는 등 여러 문제가 대두했다. 국립공원은 한국의 대표적 탄소저장고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다. 탄소 줄이기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사기막야영장 안에는 일반 야영지 27개 동과 체류시설 43개 동이 있다. 체류시설은 20㎡ 미만의 하우스형 솔막과 20~35㎡의 하우스형 카라반으로 나뉜다. 가장 넓은 하우스형 카라반은 4인 가족이 이용하기에 넉넉하다. 내부에는 온수를 이용한 난방시설과 화장실 등이 구비돼 있다. 단 침구는 제공하지 않으니 침낭 등을 챙겨와야 한다. 취사도 가능하다. 외부에 있는 테라스에 전기콘센트를 연결하면 된다. 숯불이나 화로장작 사용이 불가한 대신 전기그릴을 비롯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 대여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2인 세트는 5500원, 4인 세트는 9900원에 빌릴 수 있다.
사기막야영장 개장 전 사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국립공원 내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야영장을 방문한 이용객들은 “여행자 입장에서도 쓰고 반납하면 끝이라 일회용만큼 편리하다”, “짐을 싸오는 것보다 대여해 쓰니 짐이 줄어 좋다”고 말했다. 야영장 중앙에는 개수대와 공용 화장실이 있고 개수대 옆에는 음식물 처리기가 설치돼 있다. 처리기에 음식 잔여물을 넣고 뚜껑을 닫으면 가루로 분쇄돼 간편하다.
배불리 먹고 나면 산책에 나설 차례다. 야영장 주변을 빙 두른 오솔길은 가파르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에도 딱 좋다. 야영지 한 켠에는 친환경 놀이터도 있다. 내부의 자재와 모래는 모두 환경에 무해한 물질로 만들어졌다. 놀이터 뒤로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나무마다 이름표가 걸려 있다. 야영장 이름인 ‘사기막’의 유래도 소개돼 있다. 사기막은 그릇을 구워 만들던 가마와 관련된 지명이다. 옛 가마터는 주로 흙과 목재, 물이 풍부한 산기슭에 위치하는데 북한산 자락은 이런 조건에 적합했다. 유적도 구경하고 길에 떨어져 있는 밤송이와 솔방울, 낙엽 등을 줍다보면 어느새 해질 무렵이다.
밤이 되면 서울 근교에서도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시의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공해와 광해(光害) 때문이다. 밤새 쉬지 않는 가로등과 옥외간판, 조명은 빛공해를 일으켜 시야를 가린다. 사기막야영장은 밤 10시가 되면 모든 불을 소등한다. 오솔길을 밝히던 작은 전구들도 꺼진다. 야영객은 일찍 잠자리에 들거나 삼삼오오 모여 북한산 머리맡을 수놓은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다.
여행 탄소의 95%는 이동과 숙박에서 발생
여행은 ‘의식주의 이동’이다. 먹고 자고 입고 생각하고 생활하는 모든 일상의 이동이다. 그만큼 탄소배출량도 많다. 해마다 전 세계 여행객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약 13억 7000톤. 우리나라 한 해 탄소배출량의 2배다. 이중 95%는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먹고 씻는 숙박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여행의 방식을 바꾸면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캠핑장 내부에서만이라도 친환경 모드로 전환해보자. 사기막야영장 내부에는 자전거 페달을 밟아 자가발전한 에너지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하는 탄소제로 영지도 4곳 운영 중이다.
사기막야영장에서 근무하는 국립공원공단 김도균 주임은 “탄소를 줄이는 캠핑을 즐기자는 움직임에 점점 더 많은 야영객이 동의하고 있다. 작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역시 캠핑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슬기 기자
박스기사
친환경 캠핑 실천방법
?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일회용 수저·접시·컵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식재료는 꼭 필요한 만큼만 사고,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조리한다.
? 쓰레기 ‘줍깅(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을 실천한다. 캠핑을 마친 뒤에는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나 잔여물들을 깨끗하게 처리한다.
? 분리배출을 올바르게 한다. 내용물은 비우고 섞이지 않도록 반드시 분리해서 배출한다.
? 쓰레기는 되가져간다. 종량제봉투를 미리 챙기고 쓰레기를 담아서 집으로 되가져간다.
박스기사
전기차 무상점검 받으세요.
연말까지 특별안전점검
친환경차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친환경차 중 전기차는 39만 대로 전년 대비 68.4%, 수소차는 3만 대로 52.7%, 하이브리드 차량은 117만대로 28.9% 증가했다.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는 전기차의 경우 화재나 안전성에 대한 염려로 우려의 시선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7월 1일부터 특별안전점검을 실시 중이다.
특별안전점검이란 국산·수입산 전기차 50여 개 차종에 대해 이상이 있으면 수리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일부 차종의 경우 배터리관리시스템의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종합무상안전점검 서비스다. 제작사별 점검 일정을 확인한 후 해당 차종의 점검 일정에 가까운 차량 서비스센터에 방문해서 안전점검을 받을 수 있다. 특별안전점검은 제조사와 협력해 실시되는 만큼 전기차 소유주는 제조사 안내에 따라 점검신청을 하면 된다. 자세한 신청 방법은 해당 제조사의 웹사이트나 고객센터에서 확인하면 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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