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사에 웬 키즈카페? 아이들보다 부모들이 더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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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도림역 문화철도959 키즈카페
초보 아빠 직장인 A씨는 퇴근 후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출구가 아닌 역사 2층으로 황급히 올라갔다. 헐레벌떡 그가 뛰어간 곳은 다름 아닌 키즈카페였다. 그곳에선 야간 근무 기간인 간호사 아내가 두 돌이 된 아이와 함께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근을 해야 하는 아내는 키즈카페 입구에서 급하게 A씨와 육아 교대를 했다. 그제야 한숨 돌린 A씨는 아이를 데리고 여유 있게 집으로 왔다. 저녁 7시, 키즈카페는 A씨를 마지막으로 간판의 불을 껐다.
“아이를 돌봐주는 도우미가 계시는데요. 오늘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일찍 퇴근을 하는 바람에 아내와 이곳에서 만나 육아 교대를 한 거예요. 집까지 가려면 아내가 지각을 하거든요. 지하철 역사 안에 키즈카페가 있으니 급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정말 요긴한 접선처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A씨의 말이다. 동네마다 큰 건물에 하나쯤 있는 게 키즈카페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공간이다. 게다가 대형화·고급화되면서 어지간한 규모나 시설로는 부모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거기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젊은 부부들의 환영을 받는 곳이 신도림역 문화철도959 키즈카페다.
이제 키즈카페도 역세권 시대?
사람 많고 복잡하기로 신도림역만한 곳이 없다. 서울 구로구 새말로 117-21에 위치한 신도림역은 국철과 지하철 2호선 및 신정지선이 만나는 전철역이자 환승역이다. 지금은 강남역과 잠실역 등에 1위를 내줬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전국 전철역 이용률 1위였다. 현재도 하루 평균 10만여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사당역·종로3가역과 더불어 가장 혼잡도가 높은 역으로 손꼽힌다. 게다가 수도권 전철 1호선으로 서울은 물론 인천, 경기도 주민들까지 이용하고 있으니 신도림역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인지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곳에 키즈카페가 있다니 처음에는 알맞은 입지가 맞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신도림역 내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철도959의 성공은 키즈카페에서 터졌다. 직접 방문해보니 지하철 역사 안 어린이 놀이시설이 얼마나 절묘한 선택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구로문화재단(대표이사 정연보)이 운영하고 있는 ‘문화철도959’는 2017년 2월에 문을 열었다. 신도림역 선상역사 2층과 3층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선상역사는 신도림역의 혼잡함을 줄이기 위해 2015년 5월 신도림역 수도권 전철 1호선 역사로 건립됐는데 그중 유휴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총 610㎡ 규모로 조성된 ‘문화철도959’는 신도림역의 상징성을 살려 ‘기차’와 ‘플랫폼’을 테마로 꾸며졌다. 959는 구로구를 숫자로 표현한 것이다.
아이 아닌 부모 동선에 주목해
문화철도959는 크게 2층 키즈카페와 3층 아트플랫폼, 문화교실과 갤러리 등으로 구성된다. 아트플랫폼의 경우 구로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중심으로 회화·공예·판화·디자인·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창작공간을 대여해주는 레지던스 사업이다. 특히 이곳에 입주하는 작가들은 창작활동 외에 의무적으로 연 1회 키즈카페 아이들을 대상으로 각자 분야의 체험수업을 진행하게 돼 있다. 타 키즈카페와 차별화되는 지점으로 부모들에게 반응이 좋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공간인 키즈카페는 친환경 편백놀이존, 미니기차, 볼풀장 등을 갖췄다. 2000여 권의 책도 구비돼 있어 독서하기에도 좋다. 증기기관차 모양의 요금소와 기차 객실 형태의 북카페도 이색적이다. 키즈카페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놀이공간은 미니기차다. 30분에 한 번씩 운행하는 미니기차를 타기 위해 아이들은 줄을 서서 기다린다. 칙칙폭폭 키즈카페를 도는 미니기차에 탄 아이들은 신이 난 표정이다. 키즈카페 내 모든 시설은 입장료 외 추가요금 없이 모두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신도림역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 모두 찾기 쉬운 곳이니 좋은 입지라고 생각했죠. 또 인근에 아파트 단지도 많아서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키즈카페가 제격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운영을 하다 보니 신도림역이 워낙 이동과 접근성이 뛰어나서 구로구 주민뿐 아니라 가까운 양천구나 영등포구는 물론 멀리 부천이나 안양, 인천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오시더라고요.”
문화철도959 키즈카페 조은실 매니저는 키즈카페의 성공요인 중 하나로 위치를 꼽았다. 아이가 아닌 부모의 생활동선 안에 있기 때문에 방문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이는 키즈카페 본연의 놀이공간 역할 외에 돌봄의 역할까지 하며 부모들이 다양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접근성이 좋다보니 엄마들의 친목 장소로도 인기 만점이다.
“엄마들이 한꺼번에 대여섯 명씩 오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수납할 때 회원 등록증을 쓰는데 사는 곳이 서울, 잠실, 인천, 안양 모두 제각각인 거예요. 알고 보니 친구 모임이었어요. 서로 멀리 사는 데다 아이들 데리고 편하게 만날 데가 없는데 여긴 지하철 타고 모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조 매니저는 엄마들이 “우리 동네 지하철역에도 키즈카페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했다.
안전하고 저렴한 키즈카페가 필요해!
이제 키즈카페는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중요한 필수공간이다. 단순 놀이시설을 넘어 아이들에게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 다양한 체험과 학습활동을 경험하는 배움의 장이다. 부모에게는 양육의 피로를 잠시나마 덜 수 있는 쉼터다. 또 동물원이나 놀이동산 등의 시설을 자주 방문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안의 장소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바로 비용이다. 2021년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실시한 키즈카페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월평균 방문 횟수 2.20회, 평균 이용 시간 2.19시간에 평균 이용 금액은 3만 560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과 음료, 아이와 부모의 입장료, 추가요금 등 이용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다.
문화철도959 키즈카페에도 매일같이 오는 어린이 ‘단골손님’이 제법 많다. 하지만 비용이 비싸면 매일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철도959의 경우 2시간 기준 어린이 입장료는 5000원(24개월 미만)이다. 문화철도959 키즈카페에서 만난 한 아빠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층간 소음이 걱정돼 아이를 마음껏 뛰어놀게 할 수 없어 키즈카페를 자주 이용한다”면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시설보다 안전하고 저렴한 키즈카페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의 생활동선을 고려한 입지 선정, 뛰어난 접근성과 저렴한 비용, 그리고 문화 사업과 연계한 양질의 체험 수업까지 문화철도959 키즈카페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지하철 역사에 웬 키즈카페인가 하는 의아함은 이곳을 방문하고 씻은 듯이 사라졌다. 도시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강은진 객원기자
박스기사
문화철도959 키즈카페 이용 안내
운영일시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7시
(일·월요일, 공휴일 휴무)
이용요금
(2시간 기준) 24개월 미만 5000원, 24개월 이상 7000원, 보호자 입장료 3000원(음료 1잔 포함)
※구로구민 10% 할인
주소 서울 구로구 새말로 117-21 신도림역 2층
문의 02-856-1703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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