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확충은 초고령사회 필요조건 의대정원 단계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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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10월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은 10월 19일 발표된 ‘필수의료 혁신전략’의 이행계획으로 추진계획에는 충분한 의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현재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에 비해 한참 부족한 숫자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역별 편차가 큰데 서울은 인구 1000명당 3.47명인 데 반해 경북은 1.39명으로 의사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전국 40개 의대 입학정원은 의약분업 당시 정원의 10%를 감축한 3058명으로 2006년 이래 변함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고령화 추세로 인해 전체 인구는 감소하겠지만 의료이용이 많은 고령인구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21년부터 30년간 의료이용은 48% 늘어날 전망이다. 많은 전문가는 2035년을 기준으로 9654명에서 1만 816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대정원을 확충해 충분한 의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도 이 같은 방안은 주요 논의점으로 제시된 바 있다.
먼저 정부는 의대를 대상으로 학생 수용역량과 증원 수요를 조사할 방침이다. 복지부와 교육부가 합동으로 대학의 교육역량과 투자계획을 조사하고 대학은 내부협의를 통해 증원 수요를 작성해 제출한다. 이를 검토할 의학교육점검반은 11월 6일 구성됐다. 복지부·교육부 관계자와 의료·교육·평가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은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에 대해 서류 및 현장점검을 통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가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의사인력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한 만큼 2025학년도 정원은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된다. 이후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의대정원을 결정할 때도 증원 수요는 있지만 역량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경우는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대학의 투자계획에 따라 증원한다.
필수의료 인력 유입 위한 정책 패키지 동반
한편에서는 늘어나는 의대정원이 필수의료 분야에 유입되기 위해서는 별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의사인력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 패키지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이 강화된다. 10월 26일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는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인프라 붕괴 위기를 막기 위해 소아진료 수가와 분만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이 결정됐다.
산부인과의 경우 병·의원의 분만 건수는 2012년 46만 7000여 건에서 2022년 24만 6000여 건으로 10년 동안 47.3% 감소했다. 분만 건수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분만 진료를 실시하는 의료기관도 10년 동안 36.7% 감소했다. 이에 산부인과 폐업과 분만 기피를 막고 지역사회의 분만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도 도입된다.
지역수가는 분만 건당 55만 원이다. 안전정책수가는 분만 건당 55만 원으로 분만실이 있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시 근무하는 의료기관에 지원된다. 지역수가는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 의료기관에 지원된다. 따라서 지역 의료기관의 경우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를 합해 110만 원이 보상된다. 지역별로 수가를 다르게 적용하는 지원체계가 전국 단위로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만큼 농어촌 지역의 분만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산모가 고령이거나 합병증이 동반될 때 적용하는 ‘고위험 분만 가산’도 늘어난다. 현재 30%에서 최대 200%까지 확대된다. ‘응급분만 정책수가’도 지원돼 분만실에 의료진이 상시 대기하는 의료기관에는 55만 원이 지원된다. 상급종합병원이나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는 분만 절대건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고위험·응급 분만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 어려운 진료를 하는 분야의 보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연분만수가는 종별 가산을 포함해 의원급에서 기본 79만 원 상당이다. 여기에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가 도입되면 110만 원 지원이 돼 보상액이 189만 원이 된다. 여기에 고위험 분만이거나 응급 분만일 경우 최대 154만 원이 추가될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343만 원으로 약 4배의 수가를 받게 되는 셈이다. 환자 본인의 부담은 자연분만의 경우 애초에 본인 부담금이 없어 수가 신설로 추가되는 부담금도 없다. 제왕절개의 본인 부담률은 5%다.
소아청소년 정책가산금(가칭)도 신설된다. 2024년 1월부터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요양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소아 환자를 처음 진료하면 정책가산금이 지원돼 보상이 강화된다.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의 가산금을 지원받는다. 이때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할 진찰료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기준으로 하면 1세 미만은 400원, 6세 미만은 700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인력대책도 함께 추진된다.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해 지역의 의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선발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전공의 수련 체계도 개선해 지역·필수의료 분야의 경험 기회를 확대하고 수련비용도 국가에서 지원한다. 나아가 전공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필수의료 분야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모델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전공의가 교육과 수련에 보다 집중할 수 있고 과중된 업무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동시에 전문의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여건도 개선한다. 인건비를 지원하거나 근무체계를 개선하고 연구년을 보상하는 등의 정책이 뒤따를 전망이다.
의대정원 확대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26일부터 대학별로 증원 수요와 수용역량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11월에는 점검반을 통해 서면검토와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0월 26일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요조사와 점검은 4주 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수요조사를 진행하고 사회적 논의를 마무리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해 신속히 발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로 통해 의견 수렴
무엇보다 정부는 의대정원 확충을 추진하면서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논의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공식 소통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도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관련단체 간담회도 갖고 지역의료를 현장방문해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다.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보건의료 직역과 전문가, 소비자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를 추진한다.
의료현안협의체에서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여러 추진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11월 2일 열린 제16차 회의에서는 정책 패키지 수립방안도 논의됐다.
11월 5일과 6일에 걸쳐 열린 소비자단체·환자단체 간담회에서는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와 환자의 관점에서 논의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또 질환의 중증도, 응급 여부 등에 따라 적기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희귀·난치성질환 등 다양한 의료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11월 2일 대전에서 열린 ‘2023 지방시대 엑스포 및 지방자치·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지역의 기업 유치와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핵심은 교육과 의료라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10월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지역·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며 “무너진 의료 서비스의 공급과 이용 체계를 바로 세우고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인재양성은 필요조건”이라며 “필수 분야에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법적 리스크 부담 완화와 보험수가를 조정하고 보상체계의 개편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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