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현장은 준전시상황 개방형 진료체계로 긴급처방 해야”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필수의료 현장은 준전시상황 개방형 진료체계로 긴급처방 해야”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칠곡경북대병원 김지윤 교수가 말하는 필수의료 현장
김지윤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 혈액종양과 교수는 지역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소아청소년암 전문의다. 소아청소년암을 진료할 수 있는 소아혈액종양 교수는 전국에 69명 있는데 그중 서울·경기에만 43명이 몰려 있다. 지역 내 소아혈액종양 교수가 없는 시·도도 4곳에 달한다. 이런 탓에 지역 내에서 진료를 받는 소아청소년암 환자는 많지 않다. 2021년을 기준으로 경북 지역의 소아청소년암 환자 대다수가 첫 입원치료를 다른 지역의 병원에서 받았다. 서울 지역의 환자 99%가 서울에서 첫 입원치료를 받는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다른 소아청소년과 세부전문과목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뿐만 아니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는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 필수의료를 지탱하고 있는 김지윤 교수에게 주어진 임무가 많다. 당장 그의 앞에 서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일조차 녹록지 않다. 김 교수를 도와 환자를 진료하고 전문의로 성장해야 할 전공의가 2021년부터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암 환자를 돌보고 의료기술을 전달받을 전공의가 없는 채로 김 교수는 외래 진료, 검사, 입원환자 진료, 수술까지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김 교수가 현장에서 이탈하면 지역 소아청소년암 환자를 진료할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마음 같아서는 언제까지고 환자를 돌보고 싶지만 건강이 허락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한두 사람의 희생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필수의료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개방형 진료체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 의료기관이 모두 협력해 환자를 돌보는 방식이다. “지역에서 안전하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의료 혁신의 핵심”이라는 김 교수는 “개방형 진료체계가 도입되면 지역 거점병원, 의료기관, 환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다는 얘기를 할 때 흔히 ‘전공의가 부족하다’는 것을 예로 든다.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가 없다는 것이 얼마나 우려할 만한 일인가?
보통 의대를 졸업하면 전공의 과정을 밟게 된다. 우리나라 상급의료기관은 진료 부문에서 전공의에게 상당히 의존해왔다. 전공의가 거의 모든 과정의 일을 다 한다. 그런데 매년 필수의료 분야에 지원하는 전공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지역 대학병원의 전문의 교수들에게 모든 업무가 몰리고 있다.
소아청소년암 환자를 예로 들어 보자. 외래 진료나 응급실 진료를 받고 입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환자가 있다고 해보자. 병력 조사를 하고 검사 처방을 해 검사를 진행하고 치료계획을 결정하게 된다. 보통 소아들은 진정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재워서 하는 검사를 많이 한다. 환자를 재워 검사를 하는 것만 해도 몇 시간이 걸린다.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를 결정하는 진료 과정에서도 협진이 많이 이뤄진다. 수술을 하기까지는 수많은 조율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을 지금은 전공의 없이 전문의 한 사람이 혼자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공의들은 왜 필수의료 과목에서 떠나고 있나?
첫째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출산 시대에 소아 인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에 가고 싶어 하는 전공의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삶의 질과 보상의 균형 문제다. 삶의 질이 좋다면 보상이 좋지 않아도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필수의료 과목은 보상이 좋지도 않고 의료진의 삶의 질은 좋다고 볼 수 없다. 위험(리스크) 때문이다. 필수의료는 생존의 문제를 다루는 만큼 리스크를 더 많이 짊어지고 있는데 보상을 받기보다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더 많이 일어난다. 형사·민사상 소송은 의사 본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그마저도 만족감이 주어진다면 감수할 만하지만 소아청소년과 분야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전공의의 빈 자리에 전문의를 채워넣을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상황에서 바로 전문의를 유입하려면 1차 의료기관에서 개원의로 있거나 다른 분야로 전환했던 전문의들을 데려와 의료 현장에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 1차 의료기관에서 개원의로 있거나 다른 과목을 진료하던 전문의를 끌어와야 한다. 그러려면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줘야 한다. 수입은 물론이거니와 삶의 질의 문제, 리스크에 대한 보상,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재교육까지 말이다. 그러나 전문의들도 전공의가 회피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선뜻 복귀하겠다는 결정을 하지 못한다.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도 찾아오는 전문의가 없다고 들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갈수록 구인이 어렵다. 그나마 칠곡경북대병원이 있는 대구까지는 어렵게 구인이 된다. 지금 칠곡경북대병원의 소아응급실은 전담 전문의 6명이 24시간 상주하며 운영된다. 전문의 한 명이 일주일에 한 번씩 24시간 근무를 하고 나머지 5일은 쉬는 형태다. 사실 파격적인 조건이다. 내년에 해외연수를 나가는 전문의를 대신할 소아응급실 전문의를 구인하려는 중인데 근무하려고 하는 의사를 찾기 힘들다.

한 사람이라도 이탈하면 안 되는 상황이겠다.
칠곡경북대병원의 소아혈액종양과를 예로 들면 외래 환자들과 입원 환자들을 나를 포함해 교수 2명이 전적으로 담당한다. 한 사람이라도 이탈하면 운영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다.
지역 전체를 보더라도 매우 위태롭다. 지역 내 다른 병원에서 소아 분야가 축소되니 칠곡경북대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 전문의는 적은데 환자가 몰리면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업무가 과중해지고 진료의 질이 좋아질 수가 없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업무가 나날이 과중해진다. 근무여건이 안 좋다는 것이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전문의 충원은 나날이 어려워진다. 소아혈액종양처럼 위험이 크고 중증환자가 많은 분야는 붕괴되기 일보직전의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상급의료기관에 환자가 쏠리는 것도 문제다.
지금은 1, 2, 3차 의료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있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있는데 상급의료기관에서 교수의 역할은 진료만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 연구도 중요하다. 이상적으로 보자면 상급의료기관의 교수는 전공의의 교육을 맡고 의료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고 1·2차 의료기관에서 다루기 어려운 중증환자를 치료해야 한다. 여기서 교육받은 전공의들이 전문의가 돼서 각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개방형 진료체계를 제안하고 있다. 개방형 진료체계는 어떤 것인가?
2022년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텍사스의 어린이병원 소아조혈모세포 이식과에 갔는데 이 분야는 미국에서도 십여 년 전부터 전공의 없이 전문의 중심으로 진료를 하고 있었다. 전문의 중심의 개방형 진료체계를 유기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 것을 봤는데 이걸 적용해 우리 상황에 맞게 모델을 만들었다.
개방형 진료체계 모델은 병원을 개방해 공유하는 모델이다. 지역 병원에 근무 중인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평소에는 원래 소속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하다가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발생하면 거점개방형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켜 진료를 한다.
지역 대학병원의 소아혈액종양 세부전문의 교수들은 거점개방형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주요 진료를 결정하고 시술을 맡는다. 지역 1, 2차 의료기관의 소아과 전문의들이 거점개방형 병원에서 진료에 참여하면서 부족한 전문의 역할을 분담한다.

개방형 진료체계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
지역의 의료기관이 소아청소년암 진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전문의 중심의 진료체계가 정착이 된다. 수도권으로 향하던 지역의 소아청소년암 환자를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진료할 수 있게 된다. 환자가 있으니 의사도 지역에 머물 테고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수도 있다. 지역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의료진은 원 소속을 유지하면서 소아 중환자를 직접 돌볼 수 있다. 환자로서도 지역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는 것은 비용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매우 도움이 된다.

개방형 진료체계가 자리 잡히면 어떤 모습이 될까?
환자는 우선 지금처럼 곧바로 상급의료기관에 오는 것이 아니라 1·2차 의료기관에 간다. 거점개방형 병원인 3차 의료기관과 연계되는 의료서비스를 1·2차 의료기관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긴다는 얘기다. 그중에서 중증·응급환자는 3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이렇게 되면 모두가 3차 의료기관에 오는 쏠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각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 증진된다. 3차 의료기관은 중증환자를 진료하고 전문의를 키우며 더 나은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운영이 가능할까?
정부에서도 10월 19일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개방형 병원체계를 시범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미 거점개방형 병원과 함께하고 싶어하는 지역 전문의들은 있다. 문제는 법적으로나 행정적으로 많은 부분이 해결돼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개원의가 거점개방형 병원에서 입원 진료를 할 수 있는지 법적으로 해석이 엇갈릴 만한 부분이 있다. 이런 것들을 빨리 보완해나가야 한다.
이런 방안이 시급히 시행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수의료에 한해서 지금은 준전시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상황이 급속하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수의료는 반드시 안정적으로 제공돼야 하는 사회 기반이다. 이제는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때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필수의료 살리기, 지역 네트워크 혁신으로부터!





10월 19일 발표된 ‘필수의료 혁신전략’은 지역 국립대병원 등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병·의원과 연계되는 지역 의료전달체계를 혁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차 의료기관이 예방과 관리 등을 수행한다면 2차 의료기관은 입원과 수술을 담당하고 중증도에 따라 3차 의료기관으로 이송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수가를 개편하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강화된다. 중증도에 따라 적정기관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방형 병원이나 야간·휴일 진료협력체계 등을 구축한다.
거점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의 의료 역량은 강화된다. 필수의료 분야의 교수 정원이 늘어나고 중증·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을 혁신해 거점병원의 최종치료 역량을 강화한다. 혁신적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진행된다. 지역의 필수의료 자원을 관리하고 공급망을 총괄하도록 권한도 주어진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수도권까지 이동할 필요 없이 지역에서 중증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자연히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의료 여건이 좋아져 지방소멸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