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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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일본을 밥 먹듯 드나든 한 일본통과 나눈 이야기다.
“일본인들은 대체로 정직하고 친절하고 문화적인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격이 있어요.”
“맞아요. 에도시대부터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문화예술 향유의 감성이 있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가 항상 몸에 배어 있죠. 그런데 일본을 30년 동안 수백 번 다녀보고 뼛속 깊이 알다보니 자연스럽게 느낀 건데요. 그들에게 없는 게 우리에겐 있어요.”
“그게 뭔데요?”
“뭐라 한마디로 이야기할 순 없는데… 깊이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깊어요. 그게 정(情)일 수도 있고요. 뭐랄까, 속정이 깊어요.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속정이 깊은 민족은 없어요. 그리고 참 착해요. 우리 민족성의 끝은 선(善)인 것 같아요. 남을 침략한 적 없는 민족이 우리잖아요.”
그러고보니 맞는 말이다.
우리 음식은 깊다. 우리 음악도 깊다.
산세가 깊고 역사가 깊다.
한이 깊다. 우리의 정, 우리의 마음도 깊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다. 일본 도자기 예술가가 우리나라 도자기 작가의 작품을 본 순간 무척 감탄했단다. 어쩜 이렇게 만들다 만 듯 ‘막’ 만든 것 같은데 기가 막히게 멋질 수 있느냐고! 일본은 끝까지 정교함에 집중하는 데 반해 한국은 만들다 툭 던져놓은 것 같은, 덜 다듬은 모양새인데 설명할 수 없는 예술적 균형감의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맞다. 그거다. 우리는 ‘막’의 민족이다.
막은 대충과는 다르다. 눈대중이지만 날카로운 촉이 있다. 막은 ‘감’이다.
우리가 쓰는 말도 그렇다.
한 꼬집. 저어기, 거시기, 마, 저 너머, 한소끔, 두서너 걸음, 서너 개, 한두 살. 이렇게 분명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그래서 한국어는 외국어로 정확한 번역이 안 된다. 노란색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으니 말이다. 노르팅팅, 노르스름, 샛노랑, 누르스름, 누런, 똥색, 애기똥색, 호박색, 연노랑, 노오랑, 금빛, 개나리색… 등등.
겉으로 보면 ‘막’ 하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민족, 우리는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 같다.
요즘 말로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갓 구운 빵 같은 ‘속정의 민족’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좋다.
윤영미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캐스터다. 현재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산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주 무모한집을 소개하며 뉴미디어를 향해 순항 중인 열정의 소유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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