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을을 보낼 수 없다면? 인제로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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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위한 시간은 없다. 아름다운 가을이지만, 바쁜 일상 속엔 단풍 일정 헤아릴 여유도 없다. 그래도 이대로 가을을 보낼 수 없어 인제로 떠났다. 그사이 깊은 가을로 접어들어 쓸쓸해진 자작나무 숲과 단풍 낙엽이 쌓인 방태산을 찾았다. 팍팍했던 몸과 마음이 첫 단추를 푼 것처럼 헐렁하고 편안해졌다.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 타는 소년이었다〉로 시작하는 R. 프로스트의 시구가 나직이 들려오는 자작나무숲에서 지친 어깨를 토닥이는 위안의 시간을 만났다.
인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이할 때,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AM 10:00, 서울에서 2시간이면 원대리 자작나무숲 안내소에 도착한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당일 여행도 충분하다. 동절기인 11월 1일부터 3월 1일까지는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고 입산은 오후 2시까지라서 일찌감치 움직이는 게 안전하다.
깊은 숲속에 살고 있는 숲의 여왕, 자작나무숲을 만나려면 임도를 한 시간 정도 걸어야 한다. 윗길(원정임도)은 3.2km로 자작나무숲까지 약 1시간 거리이고 아랫길(원대임도)은 3.8km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대부분 평탄한 아랫길로 가서 윗길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는데, 어느 길로 걸어도 맑은 공기와 청정 숲길을 만날 수 있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한 시간여 걸어 올라가면 40만여 그루의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 자작나무의 꽃말인 ‘당신을 기다립니다’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잎들이 황금 띠를 두르듯 몽환적인 자작나무 숲을 만들어 빼곡하게 서 있다. 반가운 손님을 맞이하듯 새하얀 옷을 입고 눈부시게 빛나는 순백색의 자작나무들이 파노라마로 서 있는 풍경은 탄성이 나올 만하다.
숲속 교실로 올라가서 자작나무숲을 시원하게 내려다본다. 인디언 집 옆에서 책을 읽는 소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야외무대 앞 야외수업을 하러 온 아이들이 낭송하는 시가 음악 소리처럼 아름답다.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 타는 소년이었다〉로 시작하는 R. 프로스트의 시 ‘자작나무’가 자작나무숲에 맑게 울려 퍼졌다. 〈이 세상은 사랑하기에 알맞은 곳,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을 나는 알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귓가에 오래 남았다.
자작나무숲을 진심으로 걷고 싶다면, 탐방로 코스를 살펴보자. 자작나무숲에는 8개의 탐방코스와 원대임도(아랫길)와 원정임도(윗길)까지 총 10개 탐방로가 개설되어 있다. 코스 선택은 안내소 곳곳에 약도와 숲 해설사가 배치되어 있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최단 거리는 원정임도를 거쳐 자작나무숲까지 돌아오는 왕복 6.4km 코스다. 숲길을 여유롭게 걷고 싶다면 원대임도(2.7km), 달맞이 숲 코스(2.3km), 치유코스(0.4km), 자작나무 코스(0.9km)를 거쳐 자작나무숲을 돌아보고 원정임도(3.2km)fh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총 90km의 거리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편안한 운동화와 생수, 간식거리를 챙기면 탐방이 100배 즐거워진다.
북유럽의 숲을 여행하듯 이국적인 풍광에 빠질 때, 자작나무숲
하늘을 향해 20m 높이로 시원스럽게 쭉쭉 뻗은 자작나무 숲은 보는 것만으로 갑갑했던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74년에 조성된 한국 최대의 군락지다. 북유럽에 많이 서식하는 침엽수인 자작나무는 북한에 많이 분포한다고 한다.
자작나무는 햇볕을 좋아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나무다. 햇볕을 많이 받기 위해 높게 자라고, 높이 자라기 위해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리면서 20~30m 정도 수직으로 곧게 자란다. 가지를 떨어뜨리면서 생긴 나무껍질의 검은 상처와 대조되는 하얀 나무줄기는 더욱 하얗게 빛난다. 활엽수 중에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뿜어내는 자작나무숲을 걷고 나면 몸속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달맞이 숲길’은 산림청 주관 ‘걷기 좋은 명품 숲길 30선’ 중 최우수 숲길로 뽑혔다. 울긋불긋하게 물든 단풍과 노란 나뭇잎이 하얀 자작나무 사이사이로 수채화처럼 비추는 모습은 신비롭기만 하다. 자작나무숲은 한겨울이 최고라고 하지만, 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아름답다.
숲을 걷다 보면 숲속 곳곳에 세워져 있는 ‘나무가 아파서 울고 있어요’라는 팻말을 볼 수 있다. 수피를 다쳐서 치료 중인 자작나무들이다.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가 신기하다고 껍질을 벗겨가거나 나무에 낙서나 조각을 해서 상처를 내는 행동 때문에 세워진 안내판이다. 일부러 먼 숲까지 와서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자작나무는 이해할 수 없다.
PM 1:30, 3시간여 자작나무숲을 돌아보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자작나무숲 가까운 감자옹심이 식당을 찾았다. 가을이 시작되면 계절 음식인 감자옹심이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생감자를 직접 갈아서 만드는 수제 감자옹심이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키운 두백 품종의 생감자라고 한다. 두백은 분이 많이 나는 감자로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부드러운 칼국수 면과 함께 나오는 옹심이는 아삭한 식감과 구수한 감칠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싱싱한 메밀새싹이 한가득 올라가는 메밀새싹묵무침까지 곁들이면 늦은 가을 점심 만찬으로 부족함이 없다.
가을 산길과 단풍과 폭포가 어우러지는 만추, 방태산
PM 2:30, 인제의 가을은 유독 빠르게 시작된다. 방태산은 10월 초부터 단풍 상황을 묻는 전화가 폭주할 만큼 인기 많은 가을 여행지다. 산림청이 꼽은 100대 명산 중 하나인 방태산은 정상부 풍광보다 하단부 단풍이 좋다는 소문이다. 휴양림 쪽 계곡을 1시간 정도 산책해도 충분할 만큼 깊고 넓은 산길이 푸근하고 아름답다.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캠퍼들 사이에 가을 캠핑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울긋불긋 오색의 단풍 숲속에서 보내는 가을날은 그윽하고 찬란하다. 단풍나무 우거진 숲길을 걷는 자연 탐방로와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이단 폭포의 단풍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장관이다. 그러나 며칠 사이로 가을 나무들은 미련 없이 단풍잎들을 떨어뜨린다. 미처 단풍을 놓쳤다 하더라도 바스락바스락 발밑에서 환영하는 빨강 노랑 낙엽 더미의 낭만으로 아쉬움을 달랠 만하다.
국립 휴양림치고 아담한 규모의 방태산 자연휴양림은 개축 예정으로 현재 운영 중단 중이다. 다행히 등산객을 위한 입장은 가능하다. 화요일은 정기휴무일이라 휴양림 쪽 입장이 불가하고 등산객들은 개인약수 쪽 등산로를 이용해야 한다. 사진작가들의 명소, 이단폭포를 보고 싶다면 화요일은 피할 것. 맑고 시원한 공기로 가득한 산책로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폭포들이 많아 걸으며 쉬며 여유롭게 걷기 좋다.
여행정보
-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자작나무숲길 760 자작나무숲 안내소
- 문의 : 033-463-0044
- 홈페이지 : https://www.forest.go.kr/
- 운영시간 : 동절기(11월~2월) 09:00~17:00(14:00까지 입산가능), 하절기(5월~10월) 09:00~18:00(15:00시까지 입산가능), 매주 월 화요일 휴무
- 주소 :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태산길 241
- 문의 : 033-463-8590
- 홈페이지 : https://www.forest.go.kr/
- 운영시간 : 09:00~18:00, 매주 화요일 휴무
글·사진 민혜경(여행작가)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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