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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산책길 조선의 두 문재(文才)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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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주소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29
문의 (033)640-4798

‘예향(藝鄕)’ 강원 강릉시에서 문학여행 코스로 빠질 수 없는 곳이 있다. 초당동 초당마을에 자리한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이다.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은 조선 중기 문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인 ‘홍길동전’의 작가 교산 허균(1569~1618)과 조선시대 여류문학의 대가로 평가받는 허난설헌(1563~1589) 남매의 생을 조명하고 기념하기 위해 2007년 문을 연 문학공원이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아오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열린관광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강릉의 숨은 여행 코스, 나들이 명소로 알려졌다.





허균·허난설헌 키운 고택
‘홍길동전’은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이다. ‘홍판서’의 서자로 태어난 홍길동은 호부호형(呼父呼兄)할 수 없는 신분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가출해 사조직인 ‘활빈당’을 조직한다. 이후 탐관오리를 벌하는 등 의적으로 활동하다 섬으로 가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인 율도국을 건설한다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은 ‘홍길동전’의 작가인 허균과 조선 최초의 여류 문인이자 현모양처의 표상, 시·서·화 삼절(三絶)의 효시로 평가받는 조선 여류 문인 신사임당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문학여행의 출발점이다.
기념공원 초입에선 ‘오문장비’부터 만난다. 오문장비는 허균과 허난설헌을 비롯해 허씨 가문의 5인의 시가 새겨진 비석이다. 남매의 아버지 허엽과 허균의 형 허성, 허봉 역시 뛰어난 문장가였음을 알 수 있는 시비다. 이른바 ‘허씨 오 문장가’로 불렸던 이들이 남긴 시문만 무려 5000여 수에 달한다.
이어지는 기념관에선 허균과 허난설헌 문학 세계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다. 허난설헌의 본명은 허초희로 ‘난설헌’은 본인이 지은 이름이다. 허균보다 여섯 살 위로 15세에 혼인했으나 시집살이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풍류를 좋아하던 남편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아들, 딸을 잃고 시가에서 소외받은 후 시문과 독서에 몰입하다가 27세의 나이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울창한 해송숲 사이 기념공원의 중심부에 자리한 고즈넉한 가옥 안채엔 초상화와 허난설헌의 생을 넌지시 엿볼 수 있는 ‘아들 딸 여의고서’란 제목의 시가 탐방객의 발걸음을 슬며시 붙잡는다.
담을 하나 사이에 둔 사랑채엔 허균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생가 터에서 기념공원의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고택은 1912년 초계 정씨 후손이 가옥을 지으면서 갖춰진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유산 지정 당시 ‘강릉 이광노 가옥’으로 지정됐으나 2017년 전통가옥 지정 명칭 변경에 따라 ‘강릉 초당동 고택’으로 불리고 있다. 마당에는 향나무, 배롱나무를 비롯해 소담스러운 꽃과 풀이 반긴다. 탐방객이 뜸할 땐 툇마루에 앉아 마당을 마주하고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솔숲 산책하고 전통차 한 잔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은 사시사철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봄엔 벚꽃이, 여름엔 녹음이, 가을엔 단풍이, 겨울엔 흰 눈이 더해져 운치를 더한다. 만추를 지나면서 은행잎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숲은 그 자체로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고택을 감싸듯 우거진 솔숲은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강릉 초당마을 숲’으로 불리는 솔숲은 2010년 ‘제1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전통마을 숲 부문에서 ‘아름다운 어울림상’을 수상했다. 이른 아침과 오후 솔숲 사이로 빛이 스며들면서 감성이 촉촉해지는 풍경을 선사한다.
숲 사이를 조용히 거닐다 보면 ‘호서장서각터’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호서장서각은 허균이 세운 조선시대 유일의 사설 도서관이자 경포호 옆 별장이었다. 기문인 ‘호서장서각기’에 따르면 1604년 중국에서 구입해온 사책을 보관하기 위해 세워 지역 향교 교생과 유림들이 책을 빌려볼 수 있도록 했다. 경포호를 감상하며 호서장서각에 앉아 책을 읽었을 풍경이 그려진다. 오솔길을 걸어 나오면 ‘초희전통차체험관’이 기다린다. 허난설헌의 본명(초희)을 딴 체험관에서는 전통차(녹차)를 시음하고 다도 등을 배워볼 수 있다. 이따금 솔숲 무대와 앞마당에선 차 시음회, 전통 공연 등 행사가 펼쳐져 즐길거리가 늘어난다.



‘교산 시비’, ‘강릉바우길’까지
허균이 태어난 곳은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강릉시 사천면 하평마을 교산 기슭 ‘애일당 터’다. 마을 안쪽 좁다란 오솔길을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데 애일당의 흔적은 사라지고 산의 이름이자 허균의 호를 딴 교산(蛟山) 시비가 세워져 있다. 시비는 허균의 문학사상을 기리기 위해 후대인 1983년 8월에 세운 것으로 소나무와 대숲이 굽어살피는 듯 에워싸고 있어 포근한 분위기다. 시비 전면엔 허균의 시 ‘누실명(陋室銘)’이 새겨져 있다. ‘빈항아리 차를 거우르고/ 한 잡음 향 피우고/ 외딴 집에 누워/ 건곤고금을 가늠하노니/ 사람들은 누실(陋室)이라 하여/ 살지 못하려니 하건만 /나에게는/ 신선의 세계인져.’
조선 중기 개혁 정신을 지향하던 그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안분지족의 태도가 엿보이는 시비는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과 함께 강릉 문학여행 코스에 빠지지 않는다. 시비가 있는 곳은 높지는 않으나 숲 너머 멀찌감치 동해가 눈에 들어온다.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은 트레킹 코스인 ‘강릉바우길’ 11코스 ‘신사임당길’의 출발·도착점이기도 하다. 송양초등학교까지 16.3~17㎞로 바우길 중에서도 코스가 긴 편에 속한다. 경포호, 경포대, 시루봉, 선교장과 율곡 이이의 생가인 오죽헌, 경포저수지 등 강릉의 주요 명소를 두루 거치기에 한 번쯤 걸어볼 만하다. 허균이 어릴 적 뛰어놀았다는 사천 바닷가 교문암까지 곳곳에 강릉이 낳은 두 문재(文才)의 서사가 이어진다.
여행 시작과 끝엔 강릉을 대표하는 별미 ‘초당두부’가 기다린다. ‘초당’은 허균·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의 호. 초당두부는 일찍이 허엽이 강릉에서 바닷물을 간수로 써 두부를 만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초당두부를 맛보며 마무리하면 몸도 마음도 꽉 찬 여행이 된다.

글·사진 박근희 객원기자



가까이 있는 열린관광지 강릉솔향수목원
금강소나무 원시림이 보존된 강원 강릉시 구정면 칠성산 자락의 ‘강릉솔향수목원’은 2008년 조성되기 시작해 2013년 10월에 문을 열었다. 강릉에서도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용소골을 따라 무장애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어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 단위 탐방객,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객들도 부담 없이 천연 금강송 숲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계곡을 중심으로 숲생태관찰로, 천년숨결 치유의 길을 비롯해 솔숲광장, 비비추원, 원추리원, 약용식물원, 전시온실 등이 짜임새 있게 자리하고 있다. 그중 천년숨결 치유의 길은 빽빽한 금강송 군락을 품은 수목원의 대표 산책로다. 전체를 다 둘러보기 부담스럽다면 정문에서 열대식물원까지 편히 오갈 수 있는 순환버스인 ‘초록버스’를 이용해볼 것!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다. 야간 개장(동절기 밤 10시까지)으로 보다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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