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을 때 해물 순두부로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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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거나 별일 아닌데도 기분이 요동칠 때가 있나요? 몸이 피곤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몸보다 먼저 감정의 변화가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흐름, 즉 ‘뇌 속 화학물질의 균형’을 떠올려보세요. 감정은 단순히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섬세한 흐름이 만들어내는 생리적 현상입니다. 이 균형이 흔들리면 우리는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사소한 일에도 감정의 파도가 높아지곤 합니다.
이 감정 조절의 중심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습니다. 세로토닌은 기분을 안정시키고 불안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세로토닌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고 트립토판이라는 필수아미노산에서 합성됩니다.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 합니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트립토판 보충이 건강한 성인의 불안을 줄이거나 긍정적인 기분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유전적 특성이나 환경 요인에 따라 반응이 다르며 단순히 트립토판을 많이 먹는다고 해서 세로토닌이 곧바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에요. 식사 속 탄수화물의 구성이나 다른 아미노산의 비율이 세로토닌 합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체적인 식사 균형이 중요합니다.
신경계의 또 다른 균형 요소로는 타우린이 있습니다. 타우린은 신경의 흥분을 조절하고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뇌 속에서 신호가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불균형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일부 동물 연구에서는 타우린이 부족할 때 불안이나 우울과 유사한 행동이 나타났고 보충했을 때 신경세포 구조가 회복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타우린이 신경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감정의 진폭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비타민B12 또한 감정의 안정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영양소입니다. 이 비타민은 신경세포를 감싸는 수초를 보호해 신호 전달이 원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피로감, 집중력 저하, 우울감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결핍 환자에게 보충했을 때 이러한 증상이 개선된 사례도 보고돼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비타민B12 수치를 가진 사람에게 추가로 보충했을 때 기분이 뚜렷하게 좋아진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따라서 결핍이 있을 때 적절히 보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세로토닌을 만드는 트립토판, 신경 흥분을 조절하는 타우린, 그리고 신경 신호를 지탱하는 비타민B12는 서로 연결돼 뇌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렇다면 이 영양소들을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은 없을까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해물 순두부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순두부에는 콩 단백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트립토판을 비롯한 아미노산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따뜻하게 조리해 섭취하면 소화가 원활해지고 트립토판의 이용률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새우를 넣으면 타우린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어요. 타우린은 해양생물에 많이 들어 있으며 신경안정과 관련된 아미노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지락을 더하면 비타민B12, 철분, 아연 등 신경 기능 유지에 필요한 미량 영양소도 함께 섭취할 수 있어요. 이처럼 한 그릇 안에 트립토판, 타우린, 비타민B12가 자연스럽게 조합된 식사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 유지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조리할 때는 너무 맵지 않게 만드는 것이 좋아요. 지나치게 매운맛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각성 상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을 안정시키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향이 더해질 뿐 아니라 오메가-3 지방산이 뇌세포막을 유연하게 하고 신경 신호 전달을 돕는 보조적인 역할을 합니다.
기분이 쉽게 흔들리고 이유 없이 불안할 때 우리는 흔히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말, 혹은 하루의 피로를 탓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신경전달물질의 흐름과 영양 상태의 미세한 불균형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음식 하나로 모든 감정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뇌 기능과 기분 조절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로 이뤄진 식사는 감정의 파도를 조금 더 잔잔하게 만드는 작은 출발점이 돼줄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지쳤다면 몸과 마음을 함께 다독여주는 따뜻한 해물 순두부 한 그릇을 스스로에게 선물해보세요. 한 끼의 따뜻함이 생각보다 깊게 마음을 위로해줄지도 모릅니다.
이경미 가정의학과 전문의
차움 푸드테라피 ‘만성염증클리닉’ 및 차의과학대학교 교수로 약물·수술적 ‘치료’를 넘어 통합적인 ‘치유’를 돕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하루 한 끼 면역 밥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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