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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풀도 보약으로 만든 K-푸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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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푸드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 한때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 ‘치맥’이 유행하더니 지금은 컵라면에 떡볶이, 김밥과 닭강정이 대세다. 유튜브에는 한식을 만드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김밥 만드는 외국인들의 영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세계인들이 K-푸드에 군침을 삼키고 있다.
그렇다면 K-푸드, 즉 한식이 다른 나라 음식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단연코 나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식의 나물은 흙에서 나는 거의 대부분의 채소를 재료로 삼는다. 심지어는 독성이 있는 식물도 재료로 활용한다. 고사리의 경우가 그렇다. 유럽과 북미에서 독풀 또는 악마의 풀이라고 해서 식용 대신 관상용으로 기르는 고사리는 맹독성이 있어 생으로 먹으면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고사리를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말하며 맛있게 먹는다. 독을 없애고 먹을 수 있는 조리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비법은 바로 찌고 삶고 데치고 담가 먹는 것이다. 대부분의 독성이 있는 채소는 이 네 가지 조리법에 의해 독풀에서 영양소가 풍부한 나물로 바뀐다. 따라서 나물이야말로 한식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의 나물 사랑은 단군신화에서 비롯됐다. 단군신화를 보면 환웅은 곰과 호랑이에게 사람이 되고 싶으면 마늘과 쑥만 먹고 100일을 견디라는 미션을 준다. 육식동물에게 초식동물처럼 살라고 했으니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미션은 아니었다. 100일 동안 날채소를 그대로 먹었을 것으로 보이는 호랑이는 미션에 실패했다. 반대로 미션에 성공한 곰은 갖가지 조리법을 개발해 채소를 먹었을 것이다. 이때 곰이 개발한 조리법이 바로 삶고 데치고 찌고 담가 먹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역사가 5000년이 넘었으니 한국인의 요리실력은 악마의 풀이라는 고사리는 물론 두릅과 원추리, 심지어는 옻닭까지 먹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한국인이 나물의 고수가 된 배경에는 단순히 우리 민족의 원조 할머니인 곰에 대한 경로사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생존전략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국토의 70%가 산인 한반도는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척박한 땅이었다. 거기에 극한의 추위와 더위가 되풀이되는 기후조건은 인간이 생존하기에 최악의 조건이었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서양인들이 채소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인 샐러드 정도로 취급할 때 한국인은 그거라도 먹어야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독풀의 독성을 없애는 요리법을 찾아야 했고 가능한 한 많이 먹어야 했다. 제철뿐 아니라 제철이 아닌 한겨울에도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사리, 토란줄기, 시래기, 호박, 가지, 고구마순, 곤드레 등 가능한 모든 채소를 삶고 데치고 찐 후 저장해놓고 사계절 내내 먹었다. 그래서 오히려 채소가 나지 않는 겨울에 먹거리가 더 많을 정도였다. 명태라는 생선도 말리는 방법에 따라 먹태, 황태, 짝태, 북어, 코다리 등으로 구분될 정도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됐다.
먹고살기 위해 발달한 나물 요리가 지금은 건강에 최고인 먹거리로 변신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나물 요리는 천연자원 없는 작은 땅덩어리에서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한국인의 기질을 꼭 닮았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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