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이 끌고 산업혁신이 밀고 한국 증시 체질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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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4000 시대
10월 27일 한국 주식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4000선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6월 20일,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회복한 지 불과 4개월 만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1.24포인트(2.57%) 오른 4042.83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기존 장중·종가 기준 최고치였던 전 거래일 기록(3951.07, 3941.59)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습니다.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48% 오른 3999.79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곧바로 4000선을 돌파했고 이후 숨 고르기를 거친 뒤 장 마감을 앞두고 다시 치솟아 4040선에 마감했습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이끄는 기업 실적 개선에 더해 미중·한미 무역협상 타결 예상, 미국 금리 인하 기대 등이 맞물려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되나
전문가들은 코스피 4000 고지를 넘어선 것은 단순한 지수 상승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이번 상승을 이끌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 코스피 4000선을 돌파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AI 기술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시장 상승세를 키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선·방산 같은 전통 제조업의 수출 회복도 상승세를 뒷받침했고요.
이날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함께 지수를 끌어올려 삼성전자 주가는 3.24% 상승한 10만 2000원에 마감했고 이날 사상 처음으로 ‘10만전자’를 달성했습니다.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도 4.9% 오르며 이날 53만 원을 넘겼습니다. 외국인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국내 주식을 쓸어담으며 유가증권 시장에서 각각 6500억 원을 사들였고요.
업계에서는 정부가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로드맵을 구체화함으로써 투자심리가 살아난 덕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며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관련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7월부터 상승세가 본격화했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도 코스피는 9월 중순 3400선에 올라섰고 10월 들어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는 행보를 이어갔다는 것이죠.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 국가 지수 가운데 가장 가파릅니다. 코스피는 연초 대비 64% 넘게 급등했는데요.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유일하게 60%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25.9%)나 홍콩 항셍(30.41%), 영국 FTSE 100(18.02%), 독일 DAX(21.75%) 지수를 압도했고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미국 S&P500(15.47%)이나 미국 나스닥(20.17%)은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저조했습니다.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의 상승 흐름을 따라간 것도 맞지만 무엇보다 한국 증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열 우려 목소리도
다만 이렇게 지수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투자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열이 계속되면 투자 부담감도 커집니다. 실제로 11월 5일 코스피 지수는 크게 출렁이며 한때 4000선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이날 코스피 지수가 떨어진 것은 AI가 너무 고평가받고 있다는 우려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준 탓이 큽니다. 거기에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면서 ‘실적 대비 주가가 너무 오르고 있다’는 부담감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를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죠. 너무 빠른 상승은 그만큼 부담을 준다는 얘기입니다.
계속되는 코스피 상승에 ‘빚투(빚내서 투자)’가 다시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코스피(15조 5969억 원)와 코스닥(9조 7094억 원)을 합쳐 25조 3063억 원에 달합니다. 1년 전보다 코스피는 6조 4728억 원, 코스닥은 3조 1256억 원 잔고가 늘어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 매매를 위해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에게 빌려준 금액을 말합니다. 손쉽게 빌릴 수 있어 주가 상승장에서 레버리지 효과를 노린 개인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코스피 지수 상승으로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도 계속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수 상승의 대부분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소수 대형주가 끌어올렸고 이 두 기업의 시총은 코스피 전체의 3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그만큼 상당수 중소형주는 여전히 정체 상태입니다. 지수가 올라도 중소형주는 계속 그늘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 주가 상승과 실물경제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고 가계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는 상황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5일 6개월 만에 다시 1440원을 돌파했고요. 원화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는 것이죠.
이처럼 코스피 4000 시대는 한국 증시가 세계시장에서 새롭게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그 상승이 구조적으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거품 현상을 넘어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과 산업 기반 확충을 통해 코스피 5000 시대가 현실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송혜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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