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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교수들의 우정 깃든 자주조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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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산에 가면 연보라색으로 특이하게 생긴 자주조희풀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원기둥 모양이다가 꽃이 벌어지면서 윗부분이 네 개로 갈라져 넓게 수평으로 퍼지는 모양을 하고 있다.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에 가면 성벽 근처 곳곳에서 정말 예쁜 자주조희풀을 만날 수 있다.
자주조희풀과 비슷하게 생긴 병조희풀도 있다. 잎과 줄기가 거의 똑같이 생겨 구분하기 어렵지만 꽃 모양이 다르다. 병조희풀 꽃은 청자병을 닮았다. 아래쪽이 볼록하고 꽃잎(정확히는 화피)의 끝은 좁고 뒤로 젖혀져 있는 형태다.
두 조희풀은 클레마티스(Clematis)속이다. 클레마티스, 으아리, 사위질빵 등도 여기에 속하니 두 조희풀과 형제 식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두 조희풀은 이름에 풀이 들어가 있지만 줄기의 아래쪽은 목질화해 겨울에도 남아 있기 때문에 나무로 분류하고 있다. 조희풀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종이풀’에서 변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옛날에 조희풀 잎과 줄기 껍질로 종이를 만들었다고 한다.
자주조희풀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대 이상옥·이익섭·김명렬 명예교수로 이들은 정년 퇴임 후 산과 들을 다니며 야생화를 사진에 담았다. 그중 좋은 사진은 메일로 지인들에게 보내 소감을 나눴다. 그들 중 가톨릭대 김창진 교수(2016년 별세)가 사진을 받으면 시를 써서 화답했다. 마치 옛날 문인이 그림을 그리면 다른 묵객이 시로 화제(畵題)를 다는 것과 같았다.
이렇게 3년이 지나자 1000편의 시가 모였다. 교수들은 이 중 200여 편을 골라 꽃 사진과 함께 2013년 시집으로 묶었다. 그 시집 제목이 ‘오늘은 자주조희풀 네가 날 물들게 한다’였다. 초가을 자주조희풀을 만날 때마다 이 시집과 함께 노교수들의 아름다운 우정이 떠오른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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