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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땅이 한눈에 격전의 154고지 생태·평화의 공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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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단장하고 첫 야간 개장한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10월 28일 비무장지대(DMZ)에 위치한 경기 김포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조강 해넘이 야간개장’ 행사로 시민에게 처음으로 야간 관람이 허락된 것이다. 이날 시민들은 바이올린 선율을 들으며 애기봉 전망대에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부터 달맞이까지 보기 힘든 장관을 즐겼다. ‘조강 해넘이 야간개장’ 행사는 이날을 시작으로 내년 2월까지 단 다섯 차례만 이뤄진다. 올해 11월 25일과 12월 24일 두 차례, 2024년 1월 27일과 2월 24일 두 차례가 예정돼 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이 생태·평화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애기봉 정상에 있는 조강 전망대에서는 북한땅이 한눈에 바라다보인다. 애기봉 앞을 흐르는 조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개성특별시 개풍군을 마주하고 있다. 조강 전망대에서 불과 1.4㎞ 거리다. 우리나라 접경 지역 전망대 중 최단거리에서 북한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비극이 만든 생태의 보고
조강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흐르는 강이다. 바다가 시작된다고 해서 ‘원조의 강’, 한강의 모든 지류를 아우른다고 해서 ‘으뜸 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와 월곶면 보구곶리 유도 사이에 위치한 조강은 고려·조선시대에는 지방의 물자와 인력들이 모였던 한강 하구 최대의 물류 단지였다. 6·25전쟁 당시 남북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1953년 7월 정전협정에 따라 한강 하구 중립 수역으로 지정되면서 출입이 제한됐다. ‘뜻밖의 경계’가 되면서 조강은 사람 대신 멸종위기종 등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비극이 만든 생태의 보고인 셈이다.
조강 전망대에 서면 남과 북을 가르는 조강은 물론 북한의 논밭과 집들이 속속들이 보인다. 기자도 망원경을 통해 북한 땅을 눈에 담았다. 한 무리의 북한 군인들이 철책 작업을 하다 잠시 앉아 쉬는 모습, 추수가 끝난 논밭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줍고 있는 농민,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바쁘게 이동하는 주민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옆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관람객들도 연신 감탄했다.
“와~ 저기 북한 사람이 지나가는 거 보인다.”
“북한이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망원경 속 마을 한 켠에 허름하고 낡은 시멘트 건물 몇 채가 보였다. 북한이 1970년대 선전용으로 조성한 해물선전마을이다. 마을에 실제 주민이 사는지는 알 수 없다. 밤이 돼도 해물선전마을 집들은 불이 켜지지 않는다고 한다.







평화·생태·미래를 담다
애기봉 정상에 조성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전체 4만 9500㎡ 규모다. 높이 154m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가기 위해서는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관람객을 처음 맞는 곳은 매표소 겸 검문소다. 민간인 통제구역인 이곳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7회 차로 나눠 관람하게 돼 있다. 1회당 방문 인원은 100명으로 한정돼 있다. 2023년 7월부터 정기휴관일(월요일)을 없애고 연중 무휴로 관람객을 받는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원래 애기봉 전망대가 있던 곳이다. 1978년에 설치된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하고 새로 조성해 2021년 10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으로 재개장했다.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 승효상 씨의 설계로 만든 평화생태전시관, 조강전망대에 이어 2022년 3월 생태탐방로까지 개장하면서 안보·평화 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관람객이 늘면서 주말이면 예약이 힘들다. 주말보다 평일이 한가하지만 그래도 하루 500명 이상은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김포문화재단 애기봉사업팀에 따르면 지난 한 해만 애기봉을 찾은 방문객이 10만 명을 넘는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들어가려면 입구 매표소 겸 검문소에서 발권한 뒤 이곳을 지키는 해병대의 검문을 거쳐야 한다. 검문이 끝나고 초록 터널이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평화생태전시관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전시관은 영상관, 가상현실(VR)체험관, 평화·생태·미래를 주제로 한 세 개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영상관에서는 조강의 역사를 보여주는 영상 2편을 상영한다. 조강에 대해 잘 모른다면 애기봉 여행을 시작하기 전 영상관은 필수 코스다. VR체험관에서는 열차를 타고 애기봉역에서 개성으로 떠나는 여정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려황성 유적(만월대, 개성 남대문, 선죽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을 나와 건물 뒤쪽으로 가면 워터가든, 컬러플가든, 선큰가든 등 다섯 가지 테마의 정원이 나타난다. 정원을 지나면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는 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를 건너야 한다. 112m에 이르는 흔들다리는 애기봉을 새 단장하면서 설치됐다. 흔들다리가 없을 때는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했다. 흔들다리를 건너면 지그재그 모양의 ‘스카이포레스트가든’이 관람객을 전망대로 안내한다. 스카이포레스트가든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모티브로 전망대까지 완만한 산책로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길지만 주변 풍경이 힘든 것도 잊게 만든다. 중간중간 벤치가 놓여 있어 느린 호흡으로 쉬어가도 좋다.



154고지에 평화의 종이
조강 전망대에는 평화교육관과 오픈갤러리, 루프탑154가 있다. 평화교육관에 들어서면 전시관에서 봤던 풍경과는 또 다른 북한의 모습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펼쳐진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안보 교육 등이 진행된다. 야외전망대인 루프탑154에서는 서해를 향해 유유히 흐르는 조강과 함께 북한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루프탑154가 있는 애기봉은 6·25전쟁 때 154고지로 불렸다. 154고지는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군사요충지였다. 정전을 앞두고 62차례의 혈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강 전망대 옆에는 분단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평화의 종’이 있다. 애기봉을 밝히다 철거된 등탑의 잔해, DMZ의 녹슨 철조망, 6·25전사자의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 등을 녹여 만든 종이다.
애기봉은 원래 쑥갓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쑥갓머리산’으로 불리던 곳이다. 애기봉(愛妓峰)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병자호란 당시 청의 군사에게 잡혀간 평안감사를 그리워하다 죽은 기생 애기(愛妓)에서 비롯됐다. 쑥갓머리산에 올라 북녘을 바라보던 애기는 “님이 가장 잘 보이는 봉우리 꼭대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1966년 이곳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애기의 한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한과 같다고 해 ‘애기봉’이라는 친필 휘호를 내리고 비석 건립을 지시했다.
등탑에 얽힌 역사도 간단치 않다. 등탑은 대북 심리전의 대표 상징물이었다. 등탑의 시초는 정전 직후 한 병사가 크리스마스 때 애기봉 꼭대기에 있는 한 소나무에 전구를 밝힌 것이었다. 1971년 높이 18m의 등탑이 세워진 후 매년 크리스마스나 부처님 오신 날이면 환하게 불을 밝혔다. 불빛은 북한 땅에까지 이르렀다. 평화의 염원을 담은 불빛은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달래줬다.
2004년 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모든 선전 활동 중지에 합의했고, 남북관계의 온도에 따라 수차례 점등이 멈췄다 켜지기를 반복하다 결국 2014년 철거에 이르렀다. 이젠 등탑 대신 애기봉생태평화공원이 단절된 역사와 문화를 잇고 평화의 의지를 이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정광성 기자


김포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주소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 평화공원로 139
운영시간 월~일요일(오전 9시 30분~오후 5시 30분)
전화번호 031-989-7492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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