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꽈리가 품은 고향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붉은 꽈리가 품은 고향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어릴 적 꽈리는 굳이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흔한 식물이었다. 요즘엔 고향 집 주변에서도 찾을 수 없고 일부러 재배하는 곳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어쩌다 밭 귀퉁이 같은 곳에서 꽈리를 보면 고향 친구를 만난 듯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이미륵의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에서 꽈리는 수억 만 리 이국땅으로 유학을 간 주인공의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자극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이 소설은 나라가 망해가는 20세기 초반을 배경으로 어린 시절 독일로 유학을 떠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한 인간이 성숙해가는 과정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그려져 있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이 독일한 도시에서 우체국에 다녀오다가 어느 집 정원에서 꽈리 열매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주인공에겐 ‘마치 고향의 일부분이 내 앞에 현실적으로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요즘 열매가 익어가는 꽈리는 가짓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꽈리는 확실히 꽃보다 열매다. 꽃은 6~7월 노란색을 띤 흰색으로 피는데 색이 연한 데다 잎 속에 파묻혀 있는 경우가 많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다 가을이면 부푼 오렌지색 껍질에 싸인 열매가 달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껍질은 꽃받침이 자란 것으로 특이하게 열매를 감싸는 풍선 모양이다.
열매는 둥글고 지름이 1.5㎝ 정도로 빨갛게 익는다.
이 열매는 옛날 어린이들의 놀잇감이기도 했다. 잘 익은 꽈리 열매를 손으로 주물러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바늘이나 성냥개비로 꼭지를 찔러서 속에 가득 찬 씨를 뽑아낸다. 속이 빈 꽈리 열매에 바람을 불어넣은 다음 입에 넣고 가볍게 누르면 “꽈르르 꽈르르” 소리가 난다. 많이 불면 보조개가 생긴다고 해서 극성스럽게 부는 아이들도 있었다. 꽈리 열매를 보면 이런 생각이 나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