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말고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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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독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가 됐다. 이때 빠지지 않는 것이 ‘도파민 중독’이다. 도파민은 중독에 빠지는 기전으로써 무조건 나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이 부족하면 몸이 뻣뻣해지고 손이 떨리는 파킨슨병에 걸린다. 파킨슨병에 걸린 사람에게는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몸속의 도파민 농도를 올려주는 약을 쓴다.
도파민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도파민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사람은 쾌감을 느끼며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그러니까 중독이 된다.
도파민은 우리 몸에 상당량이 저장돼 있다. 평소에도 어느 정도 흘러나오고 사용한 만큼 보충된다. 칭찬을 듣거나 초콜릿을 먹으면 도파민 분비가 증가해 기분이 좋아지고 그 행동을 되풀이한다. 마약은 정상적으로는 분출될 수 없는 양의 도파민이 한 번에 터져나오게 만든다. 흥청망청 돈을 쓰다가 빈곤해지면 힘든 것처럼 도파민도 한꺼번에 다량으로 분출됐다가 그치면 고통스럽다. ‘금단증상’이다.
한꺼번에 돈을 써본 사람이 조금씩 쓰기 어려운 것처럼 한번 마약을 해본 사람은 평소의 도파민 수치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 그래서 다시 마약을 찾는다. 그런데 금단증상이 한번 생기면 다시 마약을 해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약 중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약의 용량을 늘린다. 이렇게 마약이 무섭다.
다만 중독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조금씩은 중독돼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일에 중독돼 있고 리오넬 메시는 축구에 중독돼 있다. 특정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은 모두 그 분야에 중독된 사람이다. 이때는 ‘중독’이라고 하지 않고 ‘몰입’이라고 한다. 어디에 빠지느냐에 따라 중독과 몰입은 차이가 난다.
몰입은 중독과 같은 기전을 가졌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 된다. 독서에 몰입하면 지식을 넓힐 수 있고 음악에 몰입하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대신 몰입하면 도파민이 적절히 분출된다.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대신 꾸준히 조금씩 분출되는 도파민은 일상을 즐겁게 만든다.
그러니까 핵심은 중독의 대상이다. 돈을 현명하게 쓰면 삶을 행복하게 꾸릴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담배에 중독되면 수십 년 후 각종 암과 심혈관질환, 폐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신 운동에 빠지면 건강한 삶을 일궈나갈 수 있다. 일에 빠지면 훌륭한 경영자가 될 수 있겠지만 도박에 빠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중독이나 몰입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선택이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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