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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한자리서 강경 젓갈 지키기 변화를 좇되 맛은 변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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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게 함열상회 최순덕 대표
강경포구는 충남 논산시 강경읍 황산리에 위치한 포구로 서해 바다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을 금강 뱃길을 따라 내륙으로 들이는 수운의 중심지였다. 조선 후기부터 해방 전후까지 원산항과 함께 2대 포구로 꼽힐 정도로 교역이 활발했고 강경시장은 1930년대까지 평양, 대구와 함께 전국 3대 시장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강경시장이 한창일 때는 하루 100여 척의 배가 드나들었고 조기·갈치·민어·홍어·게·전갱이·새우 등 서해에서 잡히는 해산물은 모두 강경을 통해서 전국 각지로 나갔다. 자연스럽게 거래하고 남은 수산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염장법이 발달했고 강경은 국내 최대 젓갈시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강경포구는 1970년대 호남고속도로 개통과 금강하굿둑 공사가 시작된 1980년대 포구 기능을 상실하고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1990년대 논산시가 강경포구의 명성을 되찾고자 시장을 복원하고 젓갈축제를 열면서 서서히 활기를 되찾았다. 현재는 강경젓갈시장을 중심으로 140여 곳의 점포가 성업 중이고 이곳 상인의 손을 거쳐 나가는 젓갈은 전국 유통량의 60%에 이른다.
함열상회는 강경 젓갈의 명맥을 오래도록 이어온 가게 중 한 곳이다. 1952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 벌써 74년째로 최순덕 대표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새우젓부터 양념젓, 액젓류 등 취급하는 젓갈만 50여 종에 달한다. 200년 전통의 비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젓갈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백년가게란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곳으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그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 선정한다. 올해 백년소상공인 신규 지정에는 총 785개 업체가 신청해 7.9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백년가게로서 새로운 역사를 이어갈 함열상회를 찾아 최 대표의 포부를 들어봤다.



백년가게에 신규 선정됐다.
올해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다고 들었다. 평가 요소가 많고 까다로운데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려서 기뻤다. 오랫동안 지역의 전통과 역사를 보전하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고. 백년가게 선정을 계기로 우리 가게가 더 알려지면 좋겠고 시설 개선이나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 등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가게 역사가 정말 오래됐다.
1952년 부모님이 이 자리에서 젓갈상회를 시작했다. 간판도 없는 작은 가게였다. 바로 앞이 강경포구라서 이 근방에는 창고를 두고 해산물이나 젓갈을 도매하던 객주가 많았다. 부모님도 젓갈이 가득 담긴 드럼통 몇 개를 가져다놓고 장사를 했다. 새우나 황석어, 멸치 등을 소금에 절여 젓갈을 담가 팔았는데 소문을 듣고 주위에서 몰려들었다. 손님이 늘면서 조금씩 가게 규모를 늘렸고 1968년부터 함열상회라는 간판을 달고 장사를 했다. 발효굴이랑 저장고 등도 만들면서 지금 같은 모습을 갖췄다. 부모님의 땀과 노력, 시간이 배어 있는 곳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 운영하던 가게를 막내딸인 내가 2007년 이어받아 운영한 지도 벌써 20년이 다 돼간다.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머니가 나이 들면서 혼자 가게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가게를 이어받겠다는 자식이 없었다. 나도 고향을 떠나 아이들을 키우고 있던 상황이었고. 그렇지만 누군가는 대를 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장사하는 걸 보고 자랐고 가게에도 관심이 많아서 일도 곧잘 도왔다. 그래서 애정도 남달랐다. 결국 내가 고향으로 내려와 이 일을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겁이 났다. 옆에서 보던 것이랑 직접 맡아서 하는 건 천양지차니까. 처음에는 어머니도 도와주셨고 가게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직원들이 있어서 든든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겠다 싶어서 발품도 많이 팔고 연구도 열심히 했다.

주로 어떤 젓갈을 취급하나?
새우젓과 양념젓, 액젓류까지 40여 종이다. 새우젓만 하더라도 음력 5월에 젓갈을 담그면 ‘오젓’, 6월에 담그면 ‘육젓’, 9~10월에 만든 건 ‘추젓’이라고 한다. 참새우로 들면 ‘참젓’, 보리새우로 만들면 ‘북새우젓’이라고 한다. 새우젓은 물론이고 소금에 절인 염장젓 종류도 다양하다. 밥반찬으로 먹는 양념젓도 명란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낙지젓, 어리굴젓 등 다양하게 판매한다.

젓갈 맛의 비결을 꼽는다면?
우선 재료가 신선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곳이 집산지였기 때문에 바로 젓갈을 담갔지만 지금은 배에서 곧바로 염장한 새우젓을 수협 공판장에서 경매로 사온다. 이것을 전통 비법으로 발효·숙성해서 판매한다. 경매가 있는 날 재료를 잘 보고 신선하고 좋은 걸 사와야 발효·숙성했을 때 제대로 맛이 난다. 양념젓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료가 신선해야 양념을 해도 맛있다. 장사를 오래 하다 보니 좋은 재료를 고르는 노하우가 생겼다. 비싸도 무조건 좋은 걸 산다. 또 하나, 좋은 물건을 잘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새우가 안 잡힐 때는 물건이 달려서 드럼통 하나에 100만 원 하던 새우젓이 600만 원까지 오를 때도 있다. 그래서 창고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미리 물량을 확보해 영하 15~16℃ 창고에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발효·숙성해서 판매한다. 발효·숙성할 때도 염도나 숙성 정도를 잘 맞춰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하다.

오래된 가게라서 오랜 단골도 많겠다.
10~20년 단골은 명함도 못 내민다. 지금도 김장철이면 매번 직접 와서 물건을 사가는 단골이 많다. 하지만 요즘엔 강경까지 오기보다 택배로 젓갈을 구매하는 경우가 더 많다. 새로 유입되는 고객은 많지 않다. 요즘 김치 담근다고 젓갈을 사는 사람이 어디 있나. 김치 담그는 집도 많지 않은데. 산다 해도 양이 많지 않다. 직거래도 가능해졌고. 점점 중도매인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몇 년 전부터 우리 아이들이 언제까지 오는 손님만 바라보고 있을 거냐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려면 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함열상회만의 역사와 스토리를 담은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만의 로고를 제작하고 라벨, 용기, 박스 등도 만들었다. 포장 방식도 싹 바꿨다. 예전에는 가게에 손님이 들통을 들고 오면 젓갈을 퍼주곤 했다. 젓갈이 흐르지 말라고 비닐에 싸주기도 했다. 지금은 전용 용기에 담아 실링까지 해서 깔끔하다. 요즘 수요에 맞는 소포장 제품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예쁘게 사진 촬영까지 해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더니 새로운 손님이 생기더라. “인터넷 보고 왔다”면서 매장으로 오는 손님도 생겼다.

변화를 시도한 게 도움이 됐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뀐 만큼 바꿀 건 바꿔야 하더라. 그래서 매장 운영 방식도 바꿨다. 젓갈 가게에 가면 젓갈을 종류별로 통에 꺼내두고 판매한다. 젓갈이 상온에 노출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 젓갈이 마르면 보기 싫으니까 뒤적거릴 수밖에 없지 않나. 그 통에 담긴 걸 하루에 다 팔기도 쉽지 않다. 우리는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샘플용이다. 손님이 원하면 맛을 보거나 보여주기 위해서다. 판매하는 상품은 냉장 보관 중인 제품을 바로 꺼내준다. 젓갈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도 좋고 우리도 훨씬 편리하고 좋다.

앞으로의 목표는?
젓갈 수요가 줄면서 이 가게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이 가게의 역사를 이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만큼 매력있는 일인가 고민도 한다. 강경 젓갈의 명맥을, 70년이 넘은 이 가게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바꿀 건 바꾸고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다. 젓갈 맛이나 품질은 자신 있으니까.

강정미 기자

2025년 백년소상공인
‘역사와 품질로 승부’ 백년가게·백년소공인 100개사 신규 지정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백년가게 및 백년소공인 육성사업’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 소상공인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올해 백년소상공인에는 백년가게 50개사, 백년소공인 50개사 등 100개사가 신규 선정됐다. 업종별로 보면 백년가게는 음식점업 26개사, 도소매업 17개사, 서비스업 및 기타 7개사며 백년소공인은 기계·금속 7개사, 식료품 22개사, 도자기 8개사, 전자부품 및 기타 13개사다.
백년소상공인은 장기간 사업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한 바가 크고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소상공인을 의미한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한결같은 철학과 품질을 바탕으로 신뢰를 쌓아온 음식점과 도소매업체 등 소상인이다. 백년소공인은 제조업종에서 15년 이상 숙련된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사업을 지속해온 소공인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 신규 지정된 업체를 포함해 전국 백년가게는 1407개사, 백년소공인은 981개사로 늘었다. 이번 신규 지정에는 총 785개 업체가 신청해 7.9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소상공인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특히 올해는 평가의 공정성과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종전의 서류심사 및 현장평가 외에도 지역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인지도 투표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업력뿐만 아니라 경영지속 가능성, 제품·서비스의 우수성과 차별성, 지역사회 기여도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 평가해 최종 100개사를 선정했다.
선정 업체엔 ‘백년가게’·‘백년소공인’ 인증 현판과 함께 창업이야기와 운영철학을 담은 이야기판이 제공된다. 또한 소상공인 정책자금 및 컨설팅 우대, 강한소상공인 성장 지원 및 지능형 상점 기술 보급 등 중기부 내 소상공인 지원사업 신청 시 가점과 우선 선정 등의 우대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중기부는 금융기관, 대기업, 공공기관 등과의 민·관 상생협력도 강화해 전용 매장 구축 및 온·오프라인 플랫폼 입점, 동행축제 등과 연계한 우수상품 기획전 등 백년소상공인의 판로 개척과 브랜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연계지원도 지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대건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관은 “이번에 선정된 업체들은 단순히 오래된 곳이 아니라 품질과 신뢰, 장인정신으로 꾸준히 성장해온 소상공인의 자긍심”이며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백년소상공인이 지역의 대표 브랜드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100년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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