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황금시대 시작 “스마트 외교 정석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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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에게 듣다
한미 양국은 8월 25일(현지시간)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동맹 황금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불확실성의 한미관계를 정상화시켰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재확인됐고 한미동맹을 군사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분야까지 확장해 ‘윈윈’ 협력체계를 강화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결과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는 8월 27일 정책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 대통령은 ‘스마트 외교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준비된 외교, 원칙과 국익의 조화, 그리고 지도자의 기민성과 담대함이 잘 어우러진 정상 외교이며 실용 외교의 요체를 잘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9월 11일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을 맞이한다. 100일 동안 외교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이재명정부는 한미, 한·미·일 공조 강화의 청신호를 켰다. 문 교수는 “이번 정부는 상당히 불리한 외교적 유산과 대외 환경을 물려받았다”며 “그런데도 지난 100일 동안 강대국 외교, 지역 외교, 그리고 양자 외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8월 23~26일 숨 막히게 돌아갔던 3박 6일, 역사의 순간을 돌이켜보며 향후 외교적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다음은 문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재명정부 출범 후 ‘코리아 이즈 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교적인 공백을 정상화하고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잇달아 성사시켰습니다. 최근 상황을 평가한다면요?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한국에서는 모든 게 비정상이었습니다. 외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상계엄 이후 비정상적 외교를 ‘정상 외교’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불확실성의 한미관계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상화시켰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이 재확인됐고 군사·경제·산업 분야에서 ‘윈윈’ 협력 강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보수 일각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반미·친중’, ‘보수세력 탄압하는 진보 지도자’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정상회담도 마찬가지죠. 윤석열정부 때 한일관계가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비상계엄 이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으로 불확실성이 사라졌습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데서 접점을 찾았습니다.
정상회담 당시 저도 도쿄에 있었는데 일본 언론 매체나 여론 지도자들은 한일 정상회담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일본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죠. 그런 점에서 이번 방일, 방미는 그동안 마비됐던 한국 외교를 정상 궤도로 이끄는 주요 계기가 됐습니다.
한·미·일 협력 관점에서의 의미를 설명해주신다면?
윤석열정부 때는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유는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한·미·일 3국 공조체제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길 강력히 원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일본과 가까워지고 한·미·일 3국 협력체제가 공고해지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크게 부합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윤석열정부는 여기에 적극 동참했던 것이죠.
그러나 이 대통령은 한·미·일 3국 관계를 돈독히 해나가지만 이와 더불어 한·중·일 삼각관계도 잘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한·미·일과 한·중·일이라는 중층적 삼각구도 외교의 동시 추진은 국익에 기초한 ‘실용 외교’라는 이재명정부의 외교 노선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정부는 지난 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이 대통령은 실용 외교의 큰 틀 안에서 한미관계와 한·미·일 3국 관계도 중요하지만 한·중·일 3국 관계도 진전시키면서 북한, 중국, 러시아가 북방 3각 구도를 만들어 떨어져나가는 신냉전 구도의 출현도 막으려는 외교적 구상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익에 기초한 실용 외교의 핵심 중 하나는 이웃 국가들과 선린 관계(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첫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국방비 증액 등 ‘동맹 현대화’가 현실화됐는데요, ‘동맹 현대화’가 무엇이며 우리 국민은 이를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요?
‘한미동맹 현대화’ 문제는 미국 측에서 제기하는 것으로 세 가지 사안이 있습니다. 첫째는 국방비 부담(defense burden sharing)과 주한미군에 들어가는 방위비 분담(defense cost sharing) 문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집단 방위를 위해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길 원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가 GDP 대비 2.6%를 부담하고 있는 바, 이는 상당한 증액입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 1년에 10억 달러(약 1조 3700억 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100억 달러로 9배 정도 더 올려 달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어를 위해 미국의 안보 우산이 필요하다면 한국 정부가 더 많은 국방비와 주한미군 유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두 번째로 미국은 한미동맹 현대화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반도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미국이 주한미군을 언제라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를 위한 자산이기 때문에 한국에 고정돼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 때도 이 문제가 불거져나왔는데 노 대통령은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면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지역 분쟁에 주한미군이나 한국군이 개입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죠.
마지막으로는 미국이 미군 전력만으로는 중국의 부상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없으므로 한국도 대중 견제에 동참해달라는 요청입니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때 한국군도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쟁점을 크게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후속 실무 협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겠죠.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중국과 지정학적인 문제로 다툴 의사가 없어 보입니다. 정상회담 이틀 전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에는 대만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차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미동맹 현대화’라고 하는 부분 중 방위비 분담 증액을 뺀 다른 아이템은 미 국방부나 국무부의 의제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는 아니라는 추론이 가능해집니다. 아마 그래서 정상회담에서 크게 쟁점으로 대두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시선을 끈 대목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피스메이커’ 역할을 해달라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그 대목이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사실 이 대통령의 최고 관심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었습니다. 정상회담 초반에 이 의제를 거론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고 전반적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많은 외신과 일부 한국 언론, 그리고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아첨의 극치라고 비판하는데 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에게 통상과 동맹 못지않게 중요한 의제는 한반도의 군사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통한 전쟁 예방,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것일 겁니다. 이것을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 서두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부각하면서 화두를 끌어나간 것이었지요. 아주 계산된 그러나 정중하고 상대방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접근이었습니다.
사실 이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처럼 트럼프 대통령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서 사본을 전달한 것도 아니잖습니까.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콩고 내전, 인도-파키스탄 전쟁, 캄보디아-태국 전쟁에 중재자로 나선 것처럼, 그리고 2018년, 2019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평화 리더십을 다시 한 번 한반도에 발휘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어떻게 문제가 될 수 있나요? “당신이 피스메이커(peace maker)가 되면 나는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즉 조력자가 되겠다”고 제안한 것도 절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은 예상된 것이죠.
그만큼 이 대통령이 준비를 잘했다고 봐요. 준비된 외교, 원칙과 국익의 조화, 그리고 지도자의 기민성과 담대함이 잘 어우러진 정상 외교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마 그게 실용 외교의 요체일 겁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나아가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가 있나요. 그 의제를 먼저 슬기롭게 제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얻고 다른 의제 논의를 희석한 것은 다분히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동 합의문이 없다’, ‘동맹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 등 이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이나 협상 방식은 보텀업 방식(bottom-up, 상향식)이 아니라 톱다운 방식(top-down, 하향식)입니다. 본인이 의제를 결정하고 협상한 후에 관련 부처들은 나중에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동 합의문 작성은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다수의 정상과 회담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서명한 공동 합의문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따라서 합의문이 없어서 비판한다? 그것은 난센스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협상 스타일이 문제지 공동 합의문 부재를 탓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두 정상이 큰 그림을 갖고 거론했으니 이제 실무진이 이를 구체화해야 하겠죠. 그 과정에서 마찰이 있을 수 있죠. 그러나 실무자끼리의 마찰은 보통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협상 방식으로 보아 우리 측 대응은 훌륭했다고 평가합니다. 앞으로는 통상·투자 부분에서 구체적인 수치 작업을 해야 하고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하지 않은 의제들을 실무진이 제기하고 나올 겁니다. 특히 핵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의 역할도 구체화해야 하겠죠. 또 북미 대화 재개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은 끝이 아닙니다. 시작일 뿐입니다. 그러나 국내 일부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마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알파-오메가(시작이자 끝)로 생각하는데 그건 상당히 잘못된 평가라고 봅니다.
조선업, 제조업 등 경제 분야까지 확장해 실질적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습니다.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한국이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와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투자를 한국 정부의 현금 출연 방식으로 기대하지만 한국은 민간사업 기반의 대출 및 대출 보증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 인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법과 제도상 정부가 3500억 달러를 직접 현금 출연하는 것은 어렵고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방위비 분담 역시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연 1조 5000억 원 규모로 합의돼 있기 때문에 트럼프 측이 요구하는 13조 원 수준의 증액은 한미 특별협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나아가 개정된 법안을 국회에 통과시켜야 예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법과 절차상 제약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정서도 중요하고요. 미국도 민주주의국가 아닙니까? 우리 정부의 국내적·민주적 제약을 잘 이해하리라고 봅니다. 일반적 합의에서 구체적 실행으로 가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을 수도 있죠. 국민 여러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주권자 국민이 그 협상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며 정부의 올바른 대응은 지지하고 무리한 양보는 견제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적 합의를 구축하는 최선의 길입니다. 동맹도 중요하지만 동맹의 이익이 우리 국익과 민주주의 원칙에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협력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향후 북미 대화를 전망하신다면?
1차 남북정상회담의 산파역을 했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쓴 ‘피스 메이커’라는 책이 있습니다. 아마 그 책처럼 ‘피스메이커’의 개념과 사례를 정교하게 정리해놓은 책은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 책에서 임 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김 대통령은 남북 간 대치 상황에서 각고의 노력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이를 통해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의 계기를 마련하는 동시에 6·15 공동선언 채택을 통해 통일의 기본 방향에 대한 남북합의를 도출해냈습니다. 이런 노력을 했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현재 남북관계는 그때보다 더 어렵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개의 적대관계 국가로 규정하고 남과의 접촉을 완전히 단절하고 나섰기 때문에 남북 교착 상태에 돌파구를 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상황이 이러하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나서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입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지금의 전쟁 상태를 평화 상태로 전환하는 데 있어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달라는 뜻에서 ‘피스메이커’라고 얘기한 것입니다.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열리면 북미·남북·한미 간 선순환 구조를 가져올 수 있는 거지요.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표현했습니다. 마라톤 경주에서 유력한 우승 주자가 페이스를 유지하게끔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하며 뛰는 선수를 ‘페이스메이커’라고 합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피스메이커가 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거기에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으니 1등은 당신이 하시오. 나는 2등, 3등도 좋으니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의견 표명을 했지만 북이 흔쾌히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북미 외교관계 정상화, 대북 제재 완화 등 파격적 제안이 있어야 대화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에서 그런 제안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북미 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남북 대화 역시 어렵다고 봅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은 올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는데요. APEC 이후 한반도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을 만나보겠다는 것은 아마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싱가포르, 하노이에 이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세 번째로 만난 적이 있으니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판문점에서 그런 회동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애매한 문제도 있습니다. 2019년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조건이라면 북한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또 북미 간 만남이 성사되더라도 우리 쪽이 아닌 북한 지역에 위치한 판문관(구 통일각)에서 회동이 이뤄지고 이 대통령이 철저히 배제된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을 APEC에 초대한다? 아마 북한이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APEC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옵서버(참관국)로 초청돼야 할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최고 존엄’을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중국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올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로 미뤄본다면 경주에 왔을 때 베이징까지 갈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경주 자체가 미중 정상회담의 큰 무대가 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APEC의 고유 기능 이외에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형을 바꿀 그런 큰 이벤트가 APEC 기간 중 마련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9월 11일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의 외교적 성과를 총평해주신다면?
100일 동안 외교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내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번 정부는 상당히 불리한 외교적 유산과 대외 환경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100일 동안 강대국 외교, 지역 외교, 그리고 양자 외교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자 합니다.
사실 우리 국민의 최고 관심사는 이 대통령이 고압적이고 예측불허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핸들하느냐 였죠.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그런 우려는 사라진 것 같습니다. 두 정상은 적대적이 아니라 ‘케미(합)가 잘 맞는 상대’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정상회담 3시간 전까지만 해도 SNS에 ‘숙청, 혁명’ 등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이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에 대해 회의감을 표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에는 이러한 주장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죠.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일관계가 깨지게 되면 한미관계도 어려워지고 그러면 ‘한·미·일 3국 공조’도 위태로울 것 아니냐는 우려 역시 이제 해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가면서 동시에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대통령 특사단을 중국에 파견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있는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를 푸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전망해봅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이 대통령이 상당히 스마트한 대통령이라는 점입니다. 이번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 대통령은 ‘스마트 외교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민함, 통찰력, 그리고 역지사지의 공감 능력, 모두 탁월합니다.
특히 지도자의 가장 큰 무기는 언변입니다. 이 대통령의 화법은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과장도 없고 군더더기 하나 없습니다. 직설법을 쓰면서도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게 진정성을 돋보이게 해줍니다. 통역사들이 통역하기 아주 쉬운 지도자의 언변이죠.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을 때 이 대통령은 보기 드물게 ‘스마트 외교’를 하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국가의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절실한 것은 대통령의 스마트 외교 능력입니다. 이번에 그것을 증명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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