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피해 현장 의용소방대가 떴다 37도 불볕 더위 속 비닐하우스 복구 구슬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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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낮 최고기온이 37℃까지 치솟은 7월 26일 충남 예산군 신암면 한 멜론 농가에서는 의용소방대원 82명이 온몸이 땀에 젖은 채 수해 복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날은 소방공무원 9명도 함께 작업에 투입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예산군은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평균 434㎜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농가도 비닐하우스 30개 동이 전부 물에 잠겼다. 피해 농민을 돕기 위해 이날 의용소방대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비닐하우스 안 화재 현장처럼 뜨거워”
비닐하우스 안은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다. 복구 작업에 참여한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온 것처럼 뜨겁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작업에 참여한 대원들의 의욕은 더 뜨거웠다. 이날 작업 목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침수 피해로 엉망진창이 된 비닐하우스 30개 동 내부를 수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91명이 힘을 모으자 작업은 불과 세 시간 만에 끝이 났다.
의용소방대원은 화재 진압, 구조 등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민간 봉사 조직이다. 전국 3979개 의용소방대에 소속된 의용소방대원은 총 9만 2484명이다.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아 움직이는 이들은 전국 어디든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출동해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철 풍수해 기간에도 5만 5000여 명의 의용소방대원은 1만 1810회에 달하는 순찰, 안전 조치, 주민 대피, 수색 등을 맡아 활약했다.
“얼마나 고마운지…”
이날 복구 현장에는 예산 의용소방대뿐만 아니라 충남·대전 의용소방대까지 달려왔다. 지역별로 연합회가 구성돼 있지만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서로 달려가 돕는 일은 흔하다고 한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 대전시청에 집결해 두 대의 버스를 타고 수해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냉방차도 대기하고 있었다.
수해 현장은 처참했다. 비닐하우스 30개 동마다 빗물에 잠겼던 멜론들이 깨진 채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비닐하우스 안은 엉망이었고 말라 비틀어진 멜론 줄기가 뒤엉켜 있었다. 비닐하우스 1개 동당 멜론 1030~1040개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30개 동이 모두 물에 잠겼으니 8㎏짜리 박스로 250개 분량, 금액으로는 3억 원가량이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농가 주인 구현숙(47) 씨는 “농사를 지은 지 30년이 됐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고 했다. 9월 출하를 앞두고 한 해 농사가 통째로 날아갔음에도 구 씨는 “영농비도 바닥이 났는데 의용소방대원들이 도와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의용소방대원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울고불고해도 소용없으니 내년을 기약할 뿐”이라며 “주변의 다른 농민들도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피해 농가에 작은 위로라도 된다면”
복구 작업은 우선 멜론 덩굴의 줄기를 뽑고 뿌리를 덮은 검은 비닐을 뜯어낸 후 점적호스(농작물에 물을 주는 고무관)를 걷어올리고 지주대에 달려 있는 흰 바인더 끈을 제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의용소방대원들은 제각각 다른 생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미 여러 번 해본 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을 척척 해나갔다.
허리를 구부려야 들어갈 수 있는 비닐하우스 내부는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혔다. 대원들은 포도당 사탕과 물을 계속 마시면서 더위를 달랬지만 온열질환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신발에 엉겨붙은 진흙을 털며 얼린 생수로 땀을 씻어내던 6년 차 대전 의용소방대원 이재영(56) 방호부장은 “피해 농가에 작은 위로라도 됐으면 좋겠다”며 “1년 농사를 망쳤는데 그 심정이 오죽하겠나”라고 걱정했다.
의용소방대 출동 현장은 어떻게 선정될까? 의용소방대가 먼저 각 지방자치단체에 협조 의사를 전해 현장을 안내받기도 하고 의용소방대가 직접 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예산 수해 복구 현장은 예산군청으로부터 봉사 장소를 추천받아 진행됐다고 한다.
같은 날 충남 천안시에서도 25명의 의용소방대원이 오이 농가 수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했다. 충남 홍성군의 딸기 농장에서도 60명의 의용소방대원이 복구 활동에 나섰다. 10월까지 전국 각지 의용소방대원들은 여름철 풍수해에 대비해 사전 예방과 현장 대응 및 사후 복구 지원에도 나선다.
김광주 기자
의용소방대원은?
중장비 전문대·드론 전문대·수난 전문대…
재난 현장 어디든 달려간다
의용소방대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화재 진압을 전담하는 의용소방대도 있으며 구조, 구급에도 투입된다. ‘중장비전문대’도 있다. 포클레인 등 중장비 기사들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는 화재, 수해, 수난 등 재난 현장에서 특히 필요하다. 자치법규인 충남 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2조는 ▲산악·수상·소방·전기·가스·기계·화학·화공·토목·건축 및 위험물 분야 등 자격을 가진 사람 ▲의료인 또는 응급구조사 자격을 가진 사람 ▲견인차, 중장비, 덤프트럭 등 장비를 보유한 사람 등 소방업무 관련 전문 기술과 자격을 갖춘 사람 등으로 ‘전문의용소방대’를 구성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의용소방대와 함께 복구 작업에 나선 소방청 관계자는 “의용소방대는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을 위한 다문화 의용소방대, 실종자 수색에 필요한 드론(무인기) 전문대, 수난 전문대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작은 마을에선 의용소방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면 단위 지역에선 소방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서 의용소방대가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용소방대원은 의용소방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 또는 소방서장이 그 지역 주민들 가운데 봉사정신이 투철한 희망자를 선정해 임명한다. 18년째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동관(60·대전 동부소방서 산내 지역대 소속) 씨는 자신이 입고 있는 활동복을 가리키며 “제복을 입는 순간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의용소방대원에게는 따로 제복과 신분증이 지급된다. 대장, 부대장, 부장, 반장, 대원 등의 직급도 존재한다. 정년은 65세다.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연식(56) 충남의용소방대연합회 여성대 연합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전국 의용소방대는 19개 연합회로 구성돼 있다. 각 연합회에도 하부 소방대가 있고 자치법규 등에 따른 세부 구성을 갖추고 있다. 그는 2024년 충남 당진시장 수해 현장에서 쓰레기와 사투를 벌인 일, 외양간을 수습하다 배설물 가스에 중독될 뻔한 일, 충남 홍성 산불 현장에 출동했다가 신발 밑창이 녹은 경험 등을 털어놓으며 “‘애썼다’는 한마디에 뿌듯함을 느끼며 계속 활동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원 20년 경력의 안 회장에게 이 일에 뛰어든 계기를 물었더니 “지인 집에서 화재가 발생해 달려갔는데 홍수처럼 밀려오는 불길을 보고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 소방관이 될 순 없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의용소방대원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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