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나기’와 마타리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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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주변과 언덕 등에서 노란색 꽃이 보이면 마타리 꽃일 가능성이 크다. 마타리는 꽃은 물론 꽃대도 황금색으로 강렬하기 때문에 시선을 확 끈다. 줄기 끝에 핀 꽃들이 아래쪽은 꽃자루가 길고 위로 갈수록 짧아 거의 평면으로 피는 특이한 구조를 가졌다(이런 꽃차례를 산방꽃차례라 부른다).
마타리 꽃은 황순원의 단편 ‘소나기’에 나오는 꽃이다. 소년과 소녀가 산 너머로 놀러간 날, 소년이 소녀에게 꺾어준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양산같이 생긴 노란 꽃’이 바로 마타리 꽃이다.
“그런데, 이 양산 같이 생긴 노란 꽃이 뭐지?”
“마타리 꽃.”
소녀는 마타리 꽃을 양산 받듯이 해보인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살포시 보조개를 떠올리며, 다시 소년은 꽃 한 웅큼을 꺾어왔다.
마타리는 1m 넘게 자라 다른 풀 위에서 하늘거린다.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으면 어쩐지 애절한 느낌이 든다. 마타리 꽃을 양산처럼 들고 소년을 향해 살포시 웃는 소녀 모습을 그린 것은 그런 애처로운 느낌을 더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왜 마타리라는 이국적인 이름을 가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를 오간 이중간첩 ‘마타하리(Mata Hari)’를 연상시켜 외래어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순우리말이다. 줄기가 길어 말(馬) 다리처럼 생겼다고 마타리라 했다는 설도 있고 냄새가 지독해 맛에 탈이 나게 하는 식물이라 ‘맛탈이’라 부르다 마타리가 됐다는 설도 있다.
마타리 꽃 소개에서 ‘좀 고약한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점을 빠트릴 수는 없다. 특히 온도가 높은 여름 한낮에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냄새가 강할 수 있다. 아마 소년이 꺾어온 마타리 꽃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주 더운 날씨만 아니라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이 드는, 견딜 만한 냄새이니 너무 걱정 마시길.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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