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가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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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의 독자가 인터넷 서점에 이러한 평을 남겼다. ‘재미는 있지만 글이 너무 가볍습니다.’ 독자는 내 글을 비판하고자 했을 테지만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후후, 웃겼으면 됐다. 어린 시절 ‘최불암 시리즈’를 마르고 닳도록 읽으며 자란 나는 개그맨이 되기를 꿈꿨으나 낯가림이 심한 탓에 작가가 됐다. 남을 웃기는 데서 희열을 얻다 보니 무게 잡는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러한 글이 담긴 책에도 손이 가지 않는다. 표지만 봐도 웃음이 터지는, 꽉 막힌 출판계에 돌팔매질하는, 전에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책이 나는 좋다. 그러니 ‘생텍쥐페리’가 짓고 ‘최현애’가 번역한 ‘애린 왕자’를 읽지 않을 재간이 있겠는가.
포항 출신 출판인 최현애는 각국의 독특한 언어로 ‘어린 왕자’를 선보이는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그렇게 번역된 ‘애린 왕자’는 삼백 부 한정으로 유럽에서 출간됐다. 그런데 이 책에 푹 빠져든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출간되는 쾌거를 이뤘다. 내용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린 왕자’와 같다. 소행성에 살던 어린 왕자가 여러 행성을 여행하며 만난 우스꽝스러운 어른들과 지구에서 만난 여우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책임감이 무엇인지 깨닫는 이야기다. ‘애린 왕자’가 ‘어린 왕자’와 다른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문장도 빠짐없이 경상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투리로 번역됐다는 점이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아직 나에게는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불과해. (중략)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그런데 경상도 출신 ‘미구’는 ‘애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는 여즉 내한테는 흔한 여러 얼라들하고 다를 기 없는 한 얼라일 뿌인기라. (중략) 군데 니가 나를 질들이모 우리사 서로 필요하게 안되나.” 문어체로 번역된 글은 남의 이야기 같더니만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된 글은 친구가 건네는 내밀한 고백처럼 다가온다. ‘표준어가 아닌 글이라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금물. 경상도 사투리에 시나브로 ‘질들여질’ 것이다.
글을 써보고 싶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필사를 추천한다. 작가가 남겨둔 발자국을 뒤따르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된다. 이러한 과정이 다소 수동적이라 아쉽게 느껴진다면 좋아하는 책을 자신의 고향 말로 번역하며 필사해 보면 어떨까. 문장을 고쳐 쓰다 보면 글쓰기 공부가 자연스레 될 테고, 사라져가는 사투리를 기록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작중 캐릭터로만 느껴졌던 등장인물을 동향으로 만들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표준어를 구사한대도 아쉬워하지 마시라. 우리에게는 구십 년대 서울 사투리가 있지 않은가. 책을 고향 말로 번역하면 기분이 조크든여.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새 책
먼저 온 미래
장강명(동아시아)
2016년 3월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프로 바둑 기사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했다. 충격적인 결과로 AI가 우리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기대감이 공존하게 됐다. 소설가가 되기 전 일간지 기자였던 저자는 전·현직 프로 바둑 기사 30여 명과 바둑 전문가 6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알파고 출현이 바둑계에 불러온 변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AI의 충격이 가장 먼저 도달한 바둑계를 통해 AI가 문학계를 비롯한 여러 업계에 가져올 변화를 전망한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가져야 할 부에 대하여
고명환(라곰)
개그맨에서 사업가로, 고전 읽기 열풍을 불러온 자기 계발 작가로 변신한 고명환의 신작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의 고민이자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돈’에 초점을 맞춰 돈의 본질과 돈 버는 법, 그리고 ‘마땅히 가질 부’에 대한 질문에 고전의 지혜로 답한다. 저자는 20년간 독서를 통해 부자가 될 가능성이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달았고 그 능력을 깨우는 도구가 고전이었음을 강조해왔다. ‘위대한 개츠비’,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등 시대를 초월한 고전 속에서 찾은 돈과 성공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몸, 내 안의 우주
남궁인(문학동네)
몸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알기 어려운 우주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생생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너무도 익숙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지의 존재인 몸에 대한 수수께끼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소화기, 심장, 폐,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구조와 기능은 물론 내분비계, 면역계, 신경계, 감각기관, 생식기, 죽음까지 총 12장에 걸쳐 상세히 다루며 현대인의 일상과 연결된 신체 작동 원리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생생히 풀어냈다.
누구도 대신 살아 주지 않는다
브라이언 트레이시(오픈도어북스)
성공이란 비범한 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타고난 재능을 발전시킨다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잠재력과 목표, 시간 관리를 비롯해 전략적 사고, 통찰력과 자제력을 끌어올림으로써 평범한 사람이라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타의가 아닌 자신의 의지, 자기 인생에 대한 ‘자기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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