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왕산 정상에서 여름을 잊고 ‘천년주목숲길’에서 나를 찾다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본문

평창 발왕산 천년주목숲길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6℃에 달하던 7월 11일. 강원 평창군 발왕산 정상의 낮 최고기온은 22℃에 불과했다. 해발 1458m의 발왕산 정상은 한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20℃ 안팎으로 시원하다. 요즘 같은 더위에 천국이 따로 없다. 발왕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발왕산 기(氣) 스카이워크’가 기다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로 대관령 능선을 따라 줄 지어 선 풍력발전기와 백두대간의 장관이 펼쳐진다. 날씨 좋은 날엔 멀리 강릉 해변까지 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천년주목숲길(3.2㎞)’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산다는 주목(朱木) 숲을 따라 조성된 무장애숲길이다. 색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올여름 최고의 피서지로 떠오른 발왕산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스릴 넘치는 국내 최고(最高) 스카이워크
발왕산은 평창군 진부면과 대관령면을 경계로 하는 산이다.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지만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어 누구나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발왕산 관광케이블카는 평창군 대관령면 모나 용평(옛 용평리조트) 드래곤플라자 2층에서 출발한다. 케이블카의 길이는 왕복 7.4㎞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정상까지는 20여 분이 소요된다. 케이블카엔 에어컨이 없지만 창밖에서 불어오는 바람만으로도 시원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경기가 열렸던 슬로프와 발왕산, 백두대간의 산세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닿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로 발길을 옮겼다. 스카이워크는 케이블카 탑승장 건물 4층과 연결돼 있다.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캔틸레버 구조물(Cantilever·외팔보)로 다리 길이만 64m다. 스카이워크 바닥은 해발 1474m 높이에 있다.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와 철망으로 돼 있어 스릴이 넘친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발왕산 기 스카이워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전망대답게 탁 트인 시야를 자랑한다. 발왕산과 오대산, 겹겹이 이어 달리는 백두대간, 대관령 바람길에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 멀리 강릉 주문진 해변까지 시원한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스카이워크 중앙에 360도 회전하는 턴테이블이 있어서 파노라마 풍경을 가만히 서서도 즐길 수 있다. 단 강풍이 심한 날에는 안전을 위해 스카이워크 입장을 제한한다.
스카이워크를 돌아보고 내려가는 길에는 층마다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를 테마로 한 포토존이 설치돼 있다. 공유·김고은 주연의 ‘도깨비’,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 등 해외에서도 사랑받은 드라마로 외국인 관광객의 반응이 뜨겁다. 야외에도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많아 가족·연인·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기에 좋다.
오랜 시간과 신비를 품은 숲길
이제 천년주목숲길을 따라 걸어볼 차례다. 발왕산은 국내 최대 주목 군락지다.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오래 살고 죽어도 잘 썩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발왕산 정상부에는 최고 1800년 수령을 비롯해 260여 그루의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 숲을 따라 지그재그로 조성된 숲길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편안하게 이동 가능한 무장애데크길로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천년주목숲길에선 저마다 다른 모양과 의미를 가진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숲길을 가로질러 자라 길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인사하듯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겸손나무’를 지나면 하나의 몸통에 두 종류의 나무가 자라는 ‘마유목’을 마주하게 된다. 야광나무 안에서 마가목씨가 발아해 야광나무 몸통 속으로 뿌리를 내린 국내 유일의 이종(異種) 복합 일체형 나무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마가목이라는 뜻으로 마유목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야광나무는 이미 고사할 나이가 지났지만 지금도 마가목 덕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살아간다. 두 나무를 보며 상생의 삶을 생각한다.
‘참선주목(철학의 나무)’은 천년을 넘게 살고 있는데 속이 텅 비어 있다. 장수의 비결은 과한 욕심을 버리는 것,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나머지는 나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뿌리 모양이 왕발처럼 생긴 ‘왕발나무’, 8자 형태의 가지가 특징인 ‘8자 주목’, 뒤틀리고 꼬이며 자란 ‘고뇌의 주목’을 지나면 ‘어머니 왕주목’이 서있다. 수령 1800년으로 둘레가 4.5m다. 성인 세 명이 안아야 감쌀 수 있을 만큼 웅장한 어머니 왕주목 앞에서 인간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V자 형태 ‘승리나무’, 딱 한 사람이 들어가서 설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고해주목’을 통과하면 이번엔 ‘아버지 왕주목’이 나온다. 수령은 어머니 왕주목과 비슷한데 둘레가 더 크다. 아버지 왕주목에는 지혜와 부를 상징하는 왕수리부엉이 가족이 산다. 신령한 느낌마저 드는 주목들을 보며 걷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다. 서울대학교 정문을 닮아 수험생과 가족에게 인기 높은 ‘서울대 나무(합격의 나무)’까지 보고나면 숲길 산책은 끝이 난다. 천연 암반수가 흐르는 발왕수가든에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며 산책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재물·장수·지혜·사랑이란 네 줄기의 암반수 중 원하는 걸 골라 마시면 된다.
이국적인 숲속에서 산림욕까지
발왕산 해발 900~1000m 자락엔 국내 최대 독일가문비 군락지가 있다. 독일가문비나무는 소나뭇과에 속하는 상록수이자 침엽수다. 크리스마스트리로 주로 사용되는 나무가 바로 어린 독일가문비나무다. 1960년대 산림녹화 정책의 일환으로 조림된 나무들이 60여 년간 인공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울창한 숲이 됐다. 1800여 그루에 달하는 독일가문비나무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이국적인 풍경에 압도된다. 피톤치드를 한껏 마시며 산림욕을 즐기다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쾌해진다.
인근에 알파카가 살고 있는 목장 체험과 산악 모노레일 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발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엄홍길 등산로’로 산행을 떠나도 좋다. 산악인 엄홍길의 이름을 딴 완만한 등산로는 편도 6.3㎞, 정상까지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강정미 기자
함께 가볼 만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해안단구 따라 걸어볼까?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산을 즐겼다면 이젠 바다로 떠나볼 차례다. 강원 강릉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발왕산 천년주목숲길’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에 신규 선정됐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250만 년 전 지각변동을 관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지대(천연기념물 제437호)다. 해안단구는 해안을 따라 분포하는 계단 모양의 지형을 말한다.
정동항에서 심곡항을 잇는 총 길이 3.01㎞의 해안단구 탐방로는 동해의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 파도소리를 즐기며 기암괴석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트레킹 코스다. 2017년 개장 이후 연평균 8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투구바위, 부채바위, 몽돌해변 등의 랜드마크와 함께 해안산책로, 해상광장, 하늘계단 등 포토존을 지나치기 어렵다. 탐방로에는 관람객 편의와 휴식을 위한 쉼터이자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자료제공 :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