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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불안 줄이고 환경 감수성 높이고 거대한 숲 교실에서 환경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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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목원 ‘숲이오래’ 키즈아카데미
“전라도에서 망고가 난다는 뉴스에 아이가 너무 무섭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이제 겨울이 없어지고 여름만 있는 나라가 되는거냐면서요. 또 이번 여름엔 미국에서 폭염으로 자동차가 녹아버린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고 사람들의 사망소식까지 전해지니 수시로 ‘지구가 멸망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아이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초등학교 자녀와 함께 국립수목원 숲이오래 가족 대상 키즈아카데미에 참여한 학부모 A씨의 말이다. 아이들의 기후 불안감은 비단 A씨 자녀에 국한하지 않았다. 학부모 모임 등에 가면 “동남아에서나 사는 게가 제주도 바다에서 잡힌다는 뉴스를 보더니 아이가 지구 온난화가 시작됐다며 자꾸 겁이 난대”, “미세먼지 걱정을 너무 했나, 아이가 숨쉬기가 더럽대”, “동화책에서 전염병 창궐이란 말을 보더니 코로나19 같은 거냐고 묻더라고” 등 환경에 대한 아이들의 불안감을 토로하는 부모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A씨는 아이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양한 환경 관련 기관이나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국립수목원 숲이오래를 알게 됐다. 이곳에서 소중하게 보존되고 있는 자연을 직접 체험한 후 아이의 불안감이 많이 해소되는 것 같아 벌써 두 번째 방문했다고 했다.
기후에 대한 요즘 세대들의 불안이 심상찮다.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자신들이 마지막 세대일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이로 인한 식욕감퇴, 분노, 죄책감, 우울감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가리켜 ‘환경불안증(Eco-anxiety)’, ‘기후우울증(Climate Depressio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역대급 폭우, 코로나19 등 강렬하고 충격적인 사건들을 연이어 겪으면서 환경문제가 자신들의 일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2021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낀다’고 응답한 성인은 19%에 불과한 반면 청소년은 42%에 달했다. 지난 3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승인한 제6차 종합보고서에는 “기후변화는 질병·조기사망뿐 아니라 불안·스트레스를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도 증가시킬 것”이라고 명시했다.









환경 인식 변화시키는 숲체험
“요즘 아이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큽니다. 몇 년 전 아시아 최초로 ‘기후변화’ 소송에 나선 한국 청소년들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시위도 하고 말이지요. 왜냐하면 정말 자신들의 세대가 진짜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국립수목원은 숲이오래를 통해 아이들의 이런 기후 불안감을 줄이고 환경 친화적인 감수성을 높이고자 숲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립수목원 전시교육연구과 정성희 박사는 흔히 죄책감이나 공포심 등 부정적 감정에서 시작하는 환경에 대한 경각심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생태계에 대한 긍정적 이해가 장기적 측면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환경 의식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숲은 최적의 거대한 교실이라고 했다. 어른들의 눈에는 단순히 밖에서 노는 것처럼 보여도 아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자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가는 것이다.
2021년 5월에 개원한 숲이오래는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키즈아카데미다. 숲과 자연을 배우고 체험하는 새로운 교육공간이다. 건축면적 275㎡, 1층 건물로 교육실, 놀이체험공간, 환경교육실, 환경전시관, 벌집호텔, 휴게정원, 키친가든, 옥상정원, 폴리네이터가든, 레인가든 등으로 구성했다. 건물 외부는 목재로 꾸며져 있고 자연을 섬긴다는 뜻을 담은 생물사랑 디자인이 적용됐다. 국민 공모를 통해 탄생한 ‘숲이오래’라는 명칭은 다정하게 어린이에게 다가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국립수목원 정문 입구 근처에 위치한 숲이오래는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여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건물과 정원 등의 주요 시설물을 수분 매개자인 ‘벌’을 주요 테마로 꾸민 점이 인상적이었다. 실내교육이 진행되는 ‘허니홈’ 메인 건물은 벌집 모양으로 지어졌고 ‘벌나비정원’에는 실제 벌들이 알을 낳고 살고 있는 벌호텔이 있다. 또 숲이오래 야외공간 전체는 벌이 먹고살 수 있게 사시사철 꽃이 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막연한 기후 공포, 자연 체험 통해 해소
수분 매개자란 넓게는 꽃의 꽃가루를 수컷 생식기관(수술)으로부터 암컷 생식기관인 암술머리로 옮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모두 일컫는다. 보다 좁은 의미로는 꽃가루받이를 매개함으로써 수정에 이르게 해 씨앗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동물로 꿀벌, 나비, 나방, 새 등이 대표적이다. 자연 생태계에 있는 대부분 식물이 수분 매개자의 도움으로 수분을 이루고 씨앗을 맺는다. 만일 수분 매개자가 없다면 인간은 작물의 씨앗이나 열매를 얻을 수 없다. 정성희 박사는 숲이오래의 모든 시설과 교육 내용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성의 요소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개 환경 교육이나 숲 체험 등은 ‘기후위기에 따라 수분매개자들이 감소하고 있다’,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같은 사실을 통해 경각심을 가지게 하는 쪽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숲이오래는 실제 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벌의 중요성을 알고 고마움을 느끼는 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환경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나를 해칠 것 같은 두려움을 해소하고 다른 식물이나 곤충과도 편안하게 관계를 맺는 도움을 줍니다.”
정 박사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잘 꾸며진 조경으로만 보이던 숲이오래의 야외 공간이 정교한 자연 교실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레인가든은 지붕의 경사면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여서 재활용하는 개념을 적용했다. 아이들에게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교육적 측면과 함께 벌집형 물 홈통, 빗물 저금통 등 재미 요소도 집어넣었다. 키친가든은 식물을 직접 가꾸며 여러 감각을 자극하고 깨우는 체험공간으로 아이들에게 풍부한 감성을 심어주는 오감체험 텃밭이다. 이밖에도 고사리손정원, 오리연못, 지렁이놀이터, 숲속놀이터 등 구석구석 아이들이 나무와 풀, 꽃, 새, 곤충 등 다양한 산림생물을 친구 삼아 자연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
작은 개울을 나무다리로 건너 들어가야 하는 숲속놀이터는 숲이오래의 백미 같은 공간이다.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마치 깊은 숲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숲속놀이터는 거대한 고사목을 옆에 두고 그루터기 나무를 의자 삼아 아이들이 온전히 숲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이곳을 방문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개울의 나무다리를 건널 때부터 신나 한다고 한다.
정 박사는 산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루라도 빨리 숲과 자연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내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연결된 채 살아야 한다는 섭리를 유아 때부터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면 그냥 나 혼자 태어난 것 같고, 지구가 왜 지키고 가꿔야 할 소중한 환경인지 모르게 됩니다. 이는 환경 의식과 즉결됩니다.”
산림교육은 사회성 발달, 학습능력 향상, 자아개념 형성, 심리안정, 면역력 향상 등 많은 교육 효과가 있다. 특히 환경감수성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산림청이 초등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9개 코스의 산림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한 후 전후 환경태도를 비교한 결과 환경일반, 환경오염, 에너지, 동물보호 등 모든 주제에 있어 의식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서 숲생태 체험학습에 대한 효과를 연구한 결과 일반 학생들에 비해 환경에 대한 관심과 감수성, 실천의지가 모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 체험학습이 이론학습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숲 교육은 이제 선택이 아닌 의무다. 아이들과 함께 지금 숲으로 가자.

강은진 객원기자

박스기사
숲 교육,빠를수록 좋다



국립수목원 ‘숲이오래’ 키즈아카데미는 크게 개인과 단체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먼저 단체는 유·아동과 초등학교 저학년 프로그램(5~9세), 초등 고학년과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산림생물학교(10~19세)로 구성된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4월부터 시작해 10월까지 모두 6회로 진행되며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단조롭고 추상적인 꽃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이 숲이오래 수업이 진행되면서 점점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개인의 경우 어린이 동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광릉숲보물찾기’와 초등학생 이상 참여할 수 있는 ‘광릉숲 탐탐탐!’이 주말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숲이오래의 모든 수업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교육 표준지침과 교육부의 누리과정을 참고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또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교육 강사 대부분은 10년 이상의 산림교육 경력을 가진 은퇴한 전직 교사다. 단체 예약은 산림청 국립수목원 누리집(kna.forest.go.kr)에서 가능하며 개인은 선착순 현장 접수를 받는다. 참가비는 무료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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