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가을이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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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빠르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가을이 되면 그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인생도 덧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가을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입니다. 박순철의 ’바람이 분다‘는 이즈음의 가을풍경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가을풀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습니다. 가을이 아니었더라면 눈길조차 끌지 못했을 무명초들입니다. 단풍나무처럼 붉은색도 아니고 은행나무처럼 노란색도 아닙니다. 색 바랜 풀들이 마치 무명씨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닮았습니다. 작가는 심상하기 그지없는 잡풀들에 심상치 않은 필법으로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먹을 우려내는가 하면 담채를 올렸고, 선을 긋는가 하면 선을 지웠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정원사의 손길 같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한 생을 충실하게 꽃피웠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바람이 불어봤자 설마 소쩍새가 울 때부터 쌓아뒀던 추억까지 날려버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화가의 붓끝에서 피어난 가을풀들은 그래서 당당합니다. 무명씨인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정육 미술평론가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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