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병 대신 K-팝과 응원봉 K-민주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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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한강 바람이 매서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는 뜨거운 K-팝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든 시민들은 여의도 광장에 모여들었고 K-팝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며 춤을 췄다. 한겨울 추위를 뚫고 이곳에 모여든 시민들은 무너질 뻔한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킨 주인공이었다.
12월 3일 ‘계엄의 밤’을 멈추고 민주주의로 회복시킨 것은 시민들의 힘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국회 앞에 모여 계엄군 진입을 막아낸 시민들이 없었다면 12·3 비상계엄이 그대로 진행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계엄군이 시민의 저항과 자신의 양심에 망설이는 사이 계엄 해제 국회 표결이 진행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한국 민주주의가 무모한 지도자를 이겨낸 방식’이란 기사에서 “한국 국민은 언제나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K-팝 부르며 ‘빛의 혁명’ 완수
‘계엄의 밤’ 이후 K-민주주의가 회복하는 방식은 더 놀라웠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갔던 거리 위에는 응원봉과 K-팝이 자리 잡았다.
AP통신은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 현장을 묘사하며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온 젊은이들이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이 ‘다시 만난 세계’ 등 K-팝을 떼창 하는 모습이 마치 축제나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한다고 보도했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은 집회 참석자를 위해 식음료를 선결제하며 마음을 보태기도 했다. 여의도 인근 카페에 줄을 서 음료를 받아가는 시민들 사이에는 강력한 ‘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집회는 흥겹게 진행됐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전국 얼죽아 협회’, ‘전국 수족냉증 연합’, ‘강아지 발냄새 연구회’ 등 집회 현장에서 나부낀 이색 깃발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속 취향과 재치를 통해 시민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영국 언론 BBC는 깃발의 의미에 대해 “시위대가 특정 정치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축제와 같은 ‘빛의 혁명’이 민주주의를 회복시켰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응원봉과 K-팝, 선결제된 음료들과 이색 깃발로 물들인 K-집회는 단순히 시위 문화의 트렌드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한국 시민사회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갱신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화염병과 돌멩이가 응원봉과 깃발로
평화로운 K-집회는 40년 전 화염병과 돌멩이를 던지며 저항했던 청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명문화됐고 민주주의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공유하고 참여하는 문화가 됐다.
민주주의를 당연히 여기는 2025년 청년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한 응원봉과 K-팝으로 광장에 나섰다. 분명 40년 전에는 최루탄 연기가 자욱했을 광장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흘러나왔고 피와 눈물을 흘리던 청년들의 소망은 춤을 추며 행렬에 합류하는 어린 학생들로 이어졌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정치의 광장에서 세대를 넘어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같은 집회 현장을 묘사하며 조앤 조 미국 웨슬리언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젊은 세대의 참여와 헌신은 한국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광장의 함성은 ‘민주주의의 꽃’ 투표로 이어졌다. 6월 4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이재명정부는 한국 사회가 갈등 속에서도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녔음을 세계에 증명했다.
대화와 타협, 관용과 통합이 필요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분열된 사회를 민주적인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복원하는 것이다. 혐오와 갈라치기가 여전한 사회에서 토론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정치적 과정을 거쳐 극단과 분열을 극복해야 한다. 6월 4일 당선이 확실시된 시점 여의도광장에 나온 이재명 대통령은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다른 색깔의 옷을 잠시 입었을지라도 이제 우리는 모두 위대한 대한민국의 위대한, 똑같은 대한국민들”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이날 오전 취임선서를 마치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를 갈라놓은 혐오와 대결 위에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국민행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 시간”이라며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렸다.
홍성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간지 기자.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으로 불리며 책 ‘그거 사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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