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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에 담긴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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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대가 되니 이성을 만날 길이 없다. 애인이 없는 나는 방바닥에 드러누워 유튜브를 보며 주말을 보낸다. 여느 주말과 다름없이 유튜브와 함께하며 시간을 죽이던 중 모델 홍진경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그 책은 자신의 친구 정신이 쓴 ‘40세 정신과 영수증’이었다. 오래전 ‘정신과 영수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저자가 물건을 사며 받은 영수증을 모아 그와 관련된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였다. 그 에세이가 사십 대 버전으로 출간됐나 보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홍진경의 한마디가 내 귀를 사로잡았다. “얘가 갑자기 미국으로 갔어. 얘는 정말 남자를 찾아서 간 거야.” 어머, 이건 사야 해!
저자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지만 사십 대를 목전에 두고도 배우자 삼을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여기에서 만나지 못했다면 공간을 넓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고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다. 태평양을 건너가야겠다고 말이다. 그녀는 지인의 조언에 따라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매일 백 명의 데이터를 훑었다. 상대를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고 먼저 만나자고 했다. 사랑을 월급처럼 꼬박꼬박 줄 테니 함께 성장하자는 구애의 말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포틀랜드를 시작으로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로 옮겨 다니며 하루에 세 번씩 데이트하는 기염도 토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변변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새벽 기도까지 해가며 배필을 만나게 해달라는 그녀에게 하느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 문장을 만났다.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 나는 그것으로 다 채워진다고 생각한 것. 이것은 나의 우상숭배였다. (중략) 풀고 있던 문제의 답이 틀린 것을 안 것만으로도 기특함을 느낀다.’ 남자를 만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영어를 공부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나의 짧은 영어를 잘 들어주는 이는 어떤 사람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던 그녀는 순하디순한 한 남자를 만나기에 이른다. ‘데이팅 앱 구독료·영화 티켓 한 장·카페라테 한 잔’이었던 영수증이 ‘아이스크림 두 컵·커플링·혼인신고’ 영수증으로 바뀌어 갔다.
“영수증 드릴까요?” “버려주세요.” 영수증은 늘 찬밥 신세였는데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영수증보다 귀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나의 삶이 고스란히 기록된 영수증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선명해질 테니 말이다. 신용카드 결제 기록을 살펴봤다. 한식 뷔페 일인, 책 한 권, 쿠키 하나. 모두 동네에서 결제한 것이다. 나도 태평양을 건너가면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질문이 잘못됐다. 나는 이러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있나? 그렇지 않다.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우리 동네 한식 뷔페가 나는 참 좋다. 남자 없이는 살아도 한식 뷔페 없이는 못 산다.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새 책



나는 자유
리처드 바크(문학수첩)
소설 ‘갈매기의 꿈’의 작가 리처드 바크가 경비행기를 타고 홀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주까지 비행한 기록을 담은 산문집이다. 저자는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퍼프’라는 이름을 붙인 경비행기를 여행 동반자 삼아 약 5000㎞를 날았다. 퍼프와 함께한 여행은 폭풍우를 만나고 착륙하려던 공항이 폐쇄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얻은 지혜와 통찰은 삶이라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신창호(판미동)
개혁군주 정조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정책 문답이 담긴 ‘책문(策問)’과 ‘대책(對策)’을 인사, 경제, 국방, 교육, 문화 등 주요 분야별로 정리한 책이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이자 교육철학자인 저자는 위 고전들에서 “정조가 문제를 짚고 대안을 구하면 다산은 이를 분석하고 정책을 구현했다”고 말한다. 이상과 현실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지녔던 두 인물이 대화를 통해 서로 포용하고 함께 국가의 태평성대를 논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글을 몰라 이제야
전하는 편지
권정자 외(남해의 봄날)
뒤늦게 배운 글과 그림으로 진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낸 책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2019)’를 출간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순천 할머니들이 이번엔 편지로 찾아왔다. 책 출간 이후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4개 도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등에서 전시를 열고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순천 할머니들의 평생 소원은 직접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말로는 차마 전하지 못했던 진심을 꾹꾹 눌러쓴 편지, 더 깊고 섬세해진 그림이 한층 깊은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내 꿈에 가끔만 놀러와
고선경(문학동네)
“너무도 찰나여서 영원에 가까운, 반짝반짝 허무한 나의 이십 대. 이것을 여기에 남겨두기로 한다.” 첫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출간 이후 뜨겁게 주목받으며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고선경의 첫 산문집이다. 저자가 수년간 블로그에 연재해온 일기와 때때로 기록한 메모에 새로 쓴 원고들을 더해 엮은 이 책은 이십 대 청년이 줄곧 그려온 알록달록한 마음의 무늬들이 담겼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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