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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대형화에 맞서 진화 기술도 진화 중 “불길 뚫고 104명 대원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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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 허준 주무관
산림청에 따르면 2025년 5월 15일 기준 올해 산불 발생 건수는 총 347건이었다. 이는 최근 10년간 같은 기간 평균인 394건보다 다소 적은 수치다. 그러나 피해 면적은 매우 컸다. 10만 4788헥타르(㏊)로 1986년 산불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넓은 면적이 불에 탔다. 인명 피해도 86명에 달했다.
이처럼 피해가 컸던 이유로는 이상고온, 건조한 날씨, 그리고 이례적인 태풍급 돌풍 등이 지목된다. 특히 돌풍을 타고 불씨가 멀리 날아가 번지는 ‘비화(飛火)’ 현상이 경북 의성과 안동 등지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올해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심각한 가뭄과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고온 현상으로 앞으로 산불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산불 피해복구뿐 아니라 예방 대책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산불 현장의 최전선에서 불길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진 이들이 있다. 바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의 공중진화대원 104명이다. 산불 진화는 주로 산림청 소속 진화대원들이 담당하는데 산림항공본부의 공중진화대를 비롯해 지방산림청 소속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주축을 이룬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 소속 산불예방전문진화대가 힘을 합친다. 이 중 공중진화대는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 헬기로 접근해 산불을 진압하는 특수 전문 인력이다.
대형 산불 현장에서 깊숙이 숨어 있는 불씨를 진압하는 공중진화대원들은 최근 산불의 대형화와 일상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19년부터 공중진화대원으로 활동해온 허준 주무관(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재해대응팀)은 “산불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그에 맞서 우리의 진화 역량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산불 진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25년 봄철 산불조심기간’이 끝난 뒤 찾은 산림항공본부에는 여전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산불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시기에도 공중진화대원들은 훈련, 학습, 교육 등으로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준비와 노력이 대형 산불을 막아내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허 주무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는 어떤 조직인가?
산림항공본부는 헬기 등 공중 자원을 활용해 산림 재난에 대응하는 기관이다. 주요 업무는 크게 네 가지로 산불 진화, 산악 인명 구조, 산림 재난 모니터링, 산림 사업 지원이다. 이 중 공중진화대는 산불 진화에 특화된 조직으로 1997년 창설됐다.

어떤 산불 현장에 투입되나?
산불 진화 인력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산림항공본부의 공중진화대, 5개 지방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 그리고 지자체의 예방진화대다. 공중진화대는 접근이 어려운 험준지, 즉 험한 산악 지형에서 불길의 확산을 막는 ‘주불 진화’가 필요한 경우에 주로 출동한다.

모든 산불 현장에 출동하나?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전국에 배치된 산불 감시원 등을 통해 현장 확인이 먼저 이뤄진다. 산불이 확인되면 가장 먼저 지자체의 예방진화대가 출동한다. 이후 진화가 어려운 경우 특수진화대가 추가로 투입된다. 공중진화대는 작은 규모의 산불보다 대형 산불로 확산이 우려되거나 확산 대응단계(산불 1단계 이상) 발령시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불 현장에 가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 작업을 시작하는지 궁금하다.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전체 현황을 검토하고 진화 전략을 수립한 뒤 공중진화대가 투입된다. 험한 지형이 많은 우리나라 산에서는 지형과 지세, 구조물, 기상 상황을 파악하고 진입로와 퇴로를 확보한 후에야 본격적인 진화 작업에 나선다. 특히 낯선 현장에서도 빠르게 지형을 파악하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경험이 풍부한 팀장급 대원들이 선두에 서서 이 판단을 맡는다.

진화 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진화는 직접 진화와 간접 진화를 병행한다. 직접 진화는 기계화 펌프나 산불진화차량 등 물을 이용해 진화하는 방식이다. 산에서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은 양의 물로 효율적으로 불을 끌 수 있도록 산불 진화에 특화된 기계화 펌프나 산불진화차량을 사용한다.
간접 진화는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선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불갈퀴 같은 도구로 낙엽을 긁어내고 흙을 파서 불이 지나가지 못하게 하거나 잦아들도록 하는 것이다.

위험한 작업인데 체력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기본이다. 장비와 식량까지 포함하면 10~20㎏에 달하는 장비를 짊어지고 산을 올라야 한다. 진화 작업은 밤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불이 꺼진 후 어두운 산속에서 퇴로를 찾아 나오는 일은 위험하기 때문에 집중력도 중요하다.

어떤 장비를 이용하나?
기본 장비는 불갈퀴, 중형 펌프 등인데 장비와 전략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정찰조’가 있었다. 산불이 어떻게 났는지 알 수 없으니 미리 앞서가 지형과 산불 상황을 살피는 사람이다. 요즘은 드론을 띄워 파악하고 인력 분배와 전략 수립까지 한자리에서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목적 산불진화차량도 도입됐다. 진화는 물론 구조·구급까지 가능한 차량이다. 과학적이고 전문화된 장비들이 점차 도입되고 있다.

장비마다 이용하는 기술도 다를 것 같다.
물론이다. 중형 펌프를 사용하는 방식도 다양한 기술이 축적되며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펌프에 사용되는 호스도 13㎜, 25㎜ 등 다양해 때와 장소에 따라 맞춰 사용한다. 25㎜ 호스는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지만 짧은 시간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 상황에서 어떤 도구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하는 전략적인 부분도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은 어떻게 익히나?
모든 진화대원이 그렇지만 공중진화대원들은 산불이 없을 때도 쉬지 않고 훈련한다. 산림항공본부 주변의 넓은 훈련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상황과 지형을 고려해서 전략을 짜고 진화 방법을 훈련한다.
산불 진화 선진국과 교류하며 배우는 일도 적극 추진 중이다. 나 역시 캐나다와 프랑스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역량을 키웠다.

2023년 캐나다 퀘벡 산불 현장에 파견됐을 때의 이야기인가?
그렇다. 당시 58명의 공중진화대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우리나라 산불 진화 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국토가 넓어 접근 방식과 중장비의 규모 자체가 달라 배울 점도 있었다. 프랑스에서의 교육도 큰 도움이 됐다. 이런 국제적 교류는 우리 산불 진화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우리나라 진화 역량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 산불 진화 역사는 점점 과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을 계속 개선해 나가면서 산불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를 두고는 마음이 무거울 것 같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올해는 기상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시시각각 바뀌는 강한 바람과 매우 건조한 대기 때문에 아주 조그마한 불씨가 확 타올라 수십, 수백 미터를 날아다녔다. 피해 면적이 너무 컸기 때문에 불을 끄면서도 내 앞의 불을 끄지 못해 분한 생각이 들어 괴로웠다.

피해 현장을 마주하는 일은 늘 힘들 텐데 어떻게 견뎌내나?
불을 끄면서 이겨낸다. 뒤돌아봤을 때 내가 지나온 길이 완전히 꺼져 어둠 속에 잠겨 있는 걸 보면 힘이 난다. 양쪽에서 불을 끄며 전진하다가 맞은편의 불이 꺼지는 순간이 보이면 저절로 다시 힘이 솟는다.
최근 강원 인제에서 산불이 발생한 적이 있다. 현장에 도착하니 산불이 보이는데 경사가 너무 급해 제대로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웠다. 네발로 기어가듯 산을 오르면서도 ‘저기 저 불을 끄지 않으면 대형 산불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산불 진화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나?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다른 일을 하다 공중진화대원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는 그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불을 끄다보니 사명감과 책임감이 더욱 강해졌다. 대원들과 손발을 맞춰 공부하고 훈련하다보니 소속감도 깊어졌다. 104명 중 한 사람으로서 체력 관리도 열심히 하고 더 잘 준비해야겠다는 다짐을 매일 한다.

산불은 예방이 중요하다. 당부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공중진화대의 주 업무는 산불 진화지만 예방 활동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영농 부산물을 소각하는 대신 파쇄하는 방법을 안내하거나 산림 인접지의 화기 취급을 주의해줄 것을 당부하는 등의 계도 활동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산속 캠핑시 불 사용 자제를 꼭 부탁드리고 싶다. 허가받은 캠핑장이 아닌 이상 산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불을 피울 수 없다. 가볍게 생각하는 작은 불씨 하나가 삽시간에 산을 태워버릴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산에서는 절대 불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김효정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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