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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잡기 두려운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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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테 오너가 됐다. ‘글 써서 돈 좀 벌었나 본데?’라는 오해는 금물. 첫 문장을 다시 한 번 읽어보시라. ‘쉐’가 아니라 ‘테’다. 형부가 새 차를 산다기에 헐값에 넘겨받았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장롱면허 이십 년 차라는 것이다.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운전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성인이 되자마자 운전면허를 따기는 했지만 잔소리를 즐겨하는 어머니를 옆에 태우고 도로에 나갔다가 트라우마가 생겨 운전대를 놓아버렸다. 자동차 소유권 이전 신고를 마치자마자 ‘스노우캣의 내가 운전을 한다’라는 책을 주문했다. 실전 운전을 다루는 딱딱한 책 사이에서 귀여운 그림으로 가득한 이 만화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저자 역시 장롱면허의 소유자였다. 애제자로 불릴 만큼 운전 연수를 모범적으로 마쳤지만 초보 딱지를 떼기까지는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우측 깜빡이를 켠다는 게 와이퍼를 켜고 조수석 버클에 안전띠를 꽂고서 운전하는 건 애교 수준이다. 사이드미러가 접혀 있는 줄도 모르고 도로를 질주하거나 보행자 신호가 들어온 걸 미처 보지 못한 채 코너를 돌다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부분에서는 내 가슴이 다 철렁했다. 비상등을 켰다 끄는 것만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고 생각해 버튼을 누르면 차 앞뒤 유리에 ‘SORRY’라는 글자가 크게 떠오르는 ‘쏘리 버튼’을 떠올리기도 한다.
좌충우돌 운전 일기가 귀여워 웃음이 나면서도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형부네 집으로 차를 끌고 가 환불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운전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저자는 이런 나를 다독이기라도 하듯 운전을 하며 찾아온 삶의 변화를 말해줬다. 우체국에 가려면 마을버스를 타야 했던 저자는 이제 자신의 차로 우체국을 찾는다. 우체국 팀장님은 주차하는 것도 봐주고 흙먼지 묻은 차를 물걸레로 닦아주기도 한다. 저자는 말한다. ‘지난날, 동네에 우체국 하나만 뿅 하고 생기기를 바랐다. 지금은 내가 운전을 한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말이다.
저자는 차와 자신을 ‘우리’라고 표현할 만큼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나는 주차장에 서 있는 저 시커멓고 커다란 물체가 낯설기만 하다. 집과 작업실을 도보로 오가는 나를, 침대와 책상이 인생의 전부인 나를, 온종일 만나는 사람이라곤 나 하나뿐인 나를, 저 녀석이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운전 연수를 마치고 나면 지하철이 없는 신도시로 이사 간 친척 동생네 집에 놀러 가보고 싶고, 가슴이 답답한 날에는 강화도로 달려가 바다 구경도 해보고 싶다. 네 덕에 이런 상상도 다 해보는구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악수를 건네듯 운전석에 앉아 핸들을 지그시 잡아보았다. 그래, 우리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새 책



빛과 실
한강(문학과지성사)
한강 작가가 2024년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일기까지 총 열두 꼭지의 글과 작가가 직접 기록한 사진을 담고 있다. 소설이 아닌 산문 형식으로 풀어낸 글을 통해 작가의 내면과 작품세계, 그리고 글쓰기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나이가 들었다는 착각
이병민(부커)
이제 백세까지 사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 누구나 준비해야 할 일이 됐다. 백세를 어떻게 맞이할지,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할지 배울 곳은 많지 않다. 이 책은 백세시대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삶의 리더 되기’부터 ‘잘 살고 잘 나이 들기’를 거쳐 ‘어제보다 세련된 오늘 살기’까지 일곱 가지 주제를 통해 이상적으로 살고 있는 노년의 모습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탐구하며 ‘감사 일기’를 써보자고 제안한다.



불안의 기원
지그문트 바우만(다산초당)
폴란드 출신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고체처럼 고정됐던 기존의 제도, 풍속, 도덕이 해체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시대를 고찰한 결과를 담았다. 저자는 금융위기, 핵문제, 환경오염 등 불확실성이 극대화되면서 현대인은 언제 어디에서나 액체처럼 출렁이는 위험 앞에서 불안을 느낀다고 말한다.



귀여워서 삽니다
강승혜(한스미디어)
“귀여워 보이면, 그걸로 끝난 거예요!” 이처럼 ‘귀여움’은 소비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특히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상품의 효용·기능만큼이나 생김새, 즉 귀여움도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저자는 현직 광고인이라는 장점을 십분 발휘해 최신 데이터와 사례를 바탕으로 귀여움이 소비시장에서 발휘하는 강력한 힘을 탐구한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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