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요리에 만족하냐고? 죽는 날까지 못할 것 가장 듣고 싶은 말? 한식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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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3스타 ‘밍글스’ 강민구 셰프
2025년 2월 파인다이닝(고급 정찬) 레스토랑 ‘밍글스’가 미쉐린 가이드 3스타를 받았다. 2스타를 받은 지 7년 만이다. ‘별 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에 주어지는 최고 영예다. 2014년 문을 연 밍글스는 한식을 근본으로 현대식 감성과 기술을 더한 ‘또 다른 모습의 한식’을 선보여왔다. 된장을 넣어 만든 크렘 브륄레(프랑스 디저트)에 간장으로 캐러멜라이징한 피칸을 얹고, 고추장을 섞은 튀밥과 바닐라아이스크림을 올린 뒤 고추장 파우더를 뿌려 만드는 ‘장 트리오’가 시그니처 메뉴다. ‘밍글(mingle)’이라는 이름 역시 ‘섞이다’, ‘어우러지다’는 의미로 전통과 현대의 시너지를 함의한다.
4월 말 밍글스를 찾았다. 브라운톤 계열로 꾸며진 내부와 통창 너머 보이는 초록빛 풍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은 테라스 한쪽에는 장독대가 줄지어 놓여 있다. 셰프들은 이곳 장독대에서 매일 요리에 쓸 간장과 된장을 꺼낸다. 밍글스는 지하층에서 출발해 2년 뒤 1층으로, 다시 2년 뒤에 햇살 드는 2층 건물로 이전해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메뉴는 물론이고 작은 식기부터 의자와 테이블, 조명 등 강민구 오너셰프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쉬는 시간을 틈 타 그릇 매장에 다녀왔다는 강 셰프와 인터뷰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통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림 속 액자 같다.
이곳에 매장을 차린 큰 이유 중 하나다. 다이닝 손님들은 ‘다이닝 경험’에 집중하길 원하기 때문에 외부 시선이 느껴지는 공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1층에서 매장을 운영할 때는 창문을 커튼으로 가려뒀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매일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손님들은 공간적 계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세 달 동안 50군데 이상을 돌면서 이곳을 찾았다.
메뉴 가격에 이런 공간적인 가치도 반영된 것인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만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곳이다. 최고급 식재료, 좋은 식기, 세련된 인테리어, 숙련된 서비스 인력 등 총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메뉴판만 하더라도 매일 친환경 소재로 새롭게 제작한다. 오늘 점심에도 27명의 손님을 30명의 직원이 응대했다.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원 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도 많다. 정말 세밀한 부분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깃든다.
요즘 밍글스 예약에 성공하면 ‘7만 명의 경쟁을 뚫었다’는 온라인 축하 메시지가 뜬다더라.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영향이 컸을 텐데 부담감도 크겠다.
별 세 개를 받았다고 해서 달라진 건 없다. 별이 두 개든 세 개든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으로 손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메뉴판에도 적혀 있지만 손님들께 늘 얘기한다. 밍글스는 전통한식의 근원을 존중하되 오늘날의 기술과 감성을 더해서 밍글스만의 새로운 한식을 선보인다고. 우리가 재해석한 한식이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고 있다는 것, 한식의 영역을 더 확장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작정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는 건 아니다. 전통한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상태에서 새로운 요소들을 더해나갈 때 한식의 재해석이 가능하다.
밍글스를 통해 한식을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도 있지 않겠나?
밍글스 오픈을 준비할 때만 해도 나는 한국인이고 평생 한식을 먹어왔기 때문에 한식 요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외 경험으로 익힌 서양식 레스토랑의 시스템에 한식을 더하면 될 줄 알았다. 오픈을 하고서야 내가 손님에게 내어 보일 수준의 한식은 경험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외국인 셰프가 한국에 와서 한국 식재료로 요리하는 메뉴와 다를 바 없더라. 한식을 제대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조희숙 셰프님과 정관 스님(백양사 천진암)을 만났다.
강 셰프는 밍글스 초기 1년 반 동안 영업을 마친 토요일 밤마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로 내려갔다가 일요일 밤 서울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정관 스님에겐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법을, 조 셰프에겐 한식을 창의적으로 다루는 법을 배웠다. 집에서 먹는 한식과 레스토랑에서 먹는 한식의 차이, 전통한식의 중요성도 그때 배웠다. 밍글스만의 메뉴를 개발하는 데도 자신감이 붙었다. 밍글스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시작된 2017년부터 지금까지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엔 홍콩에 한식당 ‘한식구(Hansik Goo)’를, 2024년엔 프랑스 파리에 모던한식당 ‘세토파(SETOPA)’를 론칭했다.
가장 좋아하는 개발 메뉴는 무엇인가?
철마다 달라지는 메뉴를 그때그때 제일 좋아하지만 ‘장 트리오’는 특히 애정이 간다. 오픈 때부터 쭉 함께해온 고마운 메뉴다. 서양식 테크닉과 한국 장을 활용한 메뉴를 고민해보니 디저트나 유제품도 장과 충분히 어울릴 것 같아 개발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보양식을 모티브로 한 ‘밍글링 팟’을 좋아한다. 밍글의 뜻처럼 국물 문화, 쌈 문화, 고기, 채소 등을 팟 안에 잘 어우러지게 만든 국물 요리다.
메뉴 개발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
늘 요리책을 보고 많이 먹으러 다닌다. 다른 셰프에게서 받는 영감도 크다. 이전 밍글스 개발 메뉴에 2025년 기술을 적용해 재해석하기도 한다.
가장 힘든 부분은?
매일 평가를 받는 직업이다. 그 평가가 스포츠 경기처럼 명확한 수치로 갈리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주관적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인생이나 스토리를 담아서 낸 메뉴인데 평가가 좋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크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주방에선 화가 많고 예민하고 무서운 셰프다. 팀원들을 다독이기도 몰아세우기도 하면서 합을 맞춰나가야 한다. 정말 운이 좋게도 오픈 멤버인 11년지기 김민성 매니저의 도움이 컸다. 오너셰프 파인다이닝에서 이렇게 오래 일하는 경우는 없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가족에겐 미안한 마음이 크다.
셰프를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나?
전혀 없다. 식당을 운영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셰프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다. ‘내가 진짜 훌륭한 셰프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괴로웠던 적은 있다. 요리가 너무 좋고 더 잘하고 싶은데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괴로웠다. 여전히 새로운 메뉴가 잘 떠오르지 않을 때 같은 고민을 한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만족하지 못할 듯하다.
홍콩과 파리에서도 한식당을 운영 중이라고.
한식구(홍콩) 메뉴는 오히려 밍글스보다 전통한식에 가깝다. 오픈하고 1년 만에 미쉐린 홍콩 1스타를 받았다. 홍콩은 1980년대부터 파인다이닝 문화가 확산됐을 정도로 식문화가 앞서 있다. 현대적 감각의 음식보다 제대로 된 한식을 알려줄 수 있는 식당이 맞겠다고 판단했다. 세토파(파리)에서는 현지인이 좋아하는 닭을 활용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자국 음식에 대한 프랑스인의 자부심을 공략한 것이다. 이러한 도전의 기준은 결국 밍글스다. 내가 유명해지고 돈을 벌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밍글스를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셰프들에게 “맛있다”, “좋은 경험했다”는 말만큼 큰 응원은 없지만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은 “밍글스가 한식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미쉐린 3스타 셰프가 ‘맛있다’고 느끼는 기준이 궁금해진다.
먹었을 때 맛있고 기분이 좋은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음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면 먹는 즐거움이 반감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도 음식을 제공할 때 꼭 전하고 싶은 내용 정도만 이야기한다. 물론 손님이 그 이상의 설명을 원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가끔 둘만의 시간이 필요해보이는 테이블도 있다. 그럴 땐 우리의 서비스가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설명을 마친다. 그 또한 서비스팀이 갖춰야 하는 센스다.
철저하게 계산된 식당이다(웃음). 11년 동안 파인다이닝에 대한 인식 변화를 느낀 적이 있나?
격세지감을 느낀다. 요리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고 밍글스가 3스타를 받으면서 대중의 인식이 더 달라진 것 같다. 이전에는 파인다이닝을 음식값을 비싸게 받는 허영 가득 찬 사치스러운 문화로 여겼다면 지금은 셰프들이 자기 인생을 담은 예술문화라는 인식이 생겼다. ‘입에 들어가면 다 똑같지. 한 끼에 그 돈을 쓰냐’라는 댓글에 ‘안 먹으면 되지 왜 비난까지 하느냐. 경험해보면 다르다’는 반박 댓글을 봤다. 부정적인 시각이 이전보다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미쉐린 평가위원들은 정말 몰래 다녀가나?
대체 언제 다녀갔는지 우리도 궁금하다. 미스터리다. 정확한 평가 기준도 공표되지 않았다. 평소에도 외국인 손님이 워낙 많다보니 누가 평가위원인지 느낌도 안 온다. 평가위원 알아보기는 진작 포기했다(웃음).
밍글스가 미쉐린 3스타에 이어 ‘아시아 50베스트 레스토랑 5위’까지 올랐다. 순위에 민감해질 것 같은데.
경기를 해서 기록을 경신해야 하는 스포츠 선수라면 연연하겠지만 레스토랑은 그렇지 않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매일매일 고민해야 하고 손님들이 얼마나 만족했는지 불만족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밍글스가 3스타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매순간 가게에 집중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11년 동안 ‘한식을 재해석해 전 세계에 선보이겠다’는 한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3스타는 밍글스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다는 응원이자 큰 힘이다. ‘좋은 레스토랑’이란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전달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밍글스는 좋은 레스토랑이 되고 싶다.
이근하 기자
한국의 ‘장’ 요리 전 세계에 알린다
재외공관서 ‘한식요리 경연대회’ 개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13개 재외공관과 협력해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식을 알리는 ‘한식요리 경연대회’가 한창이다. 세계 각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에게 한국 식재료로 한식을 조리하고 소개하는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한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국산 농산물 활용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대회 주제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장’으로 선정됐다. 공관에는 대회 운영을 위한 지원금 1100만 원과 물품이 지원된다. 대륙별 선정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공관은 전통주를 추가로 받는다. 올해는 코스타리카 대사관, 페루 대사관, 아일랜드 대사관, 루마니아 대사관과 바르셀로나 총영사관이 새롭게 참여해 더 많은 외국인이 한식을 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식진흥원은 해마다 세계 각국에서 한식요리 경연대회를 개최해왔다. 참가자는 현지 식재료와 국산 농산물을 조화롭게 활용한 창의적이면서도 전통적인 한식 요리를 선보였으며 이는 한식이 세계인의 식탁에서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은 “전통 장의 우수성과 한식의 깊은 맛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재외공관과 협력하는 사업을 통해 한식 홍보와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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