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보인다, 대성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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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강원도 태백에 있는 한강 발원지 검룡소에 간 것은 순전히 대성쓴풀을 보기 위해서다. 검룡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길 양쪽을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자연환경보호구역으로 관리하는 곳이라 다양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 길가에서 대성쓴풀을 찾았다. 예상한 것보다 작은 꽃이었다. 사전지식 없이 갔으면, 주의깊게 살피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크기였다. 살짝 녹색이 도는 듯한 하얀 꽃잎이 4장씩 있고 꽃잎마다 초록색 꿀샘이 있었다. 앙증맞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꽃 가운데 연두색 암술이 있고 그 주위로 4개의 자줏빛 수술이 달려 있었고 꽃잎에 푸른 점선 무늬가 있었다.
대성쓴풀이라는 이름은 강원 대성산(금대봉)에서 자라는 쓴풀 종류라는 뜻이다. 쓴풀이란 이름은 말 그대로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붙인 것이다. 식물체의 뿌리부터 잎은 물론 꽃까지 엄청 쓴맛을 갖고 있다. 쓴풀 종류는 용담과에 속하고 용담은 쓴맛의 대명사인 식물이다. 그런데 쓴풀 종류의 쓴맛이 용담의 10배라는 기록이 있으니 얼마나 쓴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대성쓴풀 외에도 쓴풀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식물이 쓴풀, 자주쓴풀, 개쓴풀, 네귀쓴풀, 큰잎쓴풀 등 다섯 종류가 더 있다.
이 모두를 보는 것이 꽃쟁이의 로망 중 하나다. 자주쓴풀은 서울에서 가까운 남한산성 성벽에도 흔하게 피고 있다.
대성쓴풀은 1984년에야 국내에 자생하는 것이 알려졌다. 환경부는 대성쓴풀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분류해
보호하고 있다. 대성쓴풀은 우리나라 외에 중국·몽골·러시아에도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그런데 검룡소 입구에서
발견될 때까지 북한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기록이 없다. 기록대로라면 대성쓴풀은 북한을 건너뛰어 검룡소 계곡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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