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사절 조선통신사 길 다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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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4월 24일 오후 서울 경희궁, 왕이 내려준 임명장을 받든 신하가 조선통신사 정사(正使)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사위가 조용해졌다. 정사·부사(副使)·종사관(從事官) 삼사가 모두 임명장을 받고 국궁사배를 하자 취타대의 음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어 취타대와 풍물패를 선두로 한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엄숙하지만 흥겨운 분위기 속에 행렬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멈춰섰다.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조선통신사 행렬이 재현된다. 조선통신사는 조선에서 일본 막부에 파견한 외교사절을 말한다. 여기서 통신(通信)은 ‘신의를 나눈다’는 의미로 조선통신사를 통한 교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조선과 일본의 평화와 선린우호를 상징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재현되는 이번 조선통신사 행렬은 한국과 일본 곳곳에서 4월부터 9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5월 13일 한국의 날에 오사카에서 재현 행사
조선통신사 행렬은 삼사 임명식에서 시작됐다. 4월 24일 경희궁에서 열린 임명식 재현 행사에서는 도쿄 신오쿠보역의 의인 고 이수현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가 정사 역으로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4월 25일부터는 부산에서 부산문화재단이 개최한 ‘2025 조선통신사 축제’가 열렸다. ‘함께 이어갈 내일’이라는 주제로 시작된 축제는 4월 27일까지 부산 곳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졌다. 4월 26일에는 부산 광복로와 북항 친수공원 등에서 시민 500여 명의 참여한 가운데 조선통신사 행렬이 성대하게 재현됐다. 특히 북항에 있는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재현 행사를 열어 과거 조선통신사의 출항지와 현재 국제 여객선의 출항지를 서로 잇는다는 상징성을 담아냈다.
4월 28일에는 부산 용호별빛공원에서 조선통신사선이 일본 오사카로 출항했다. 이날 출항한 조선통신사선은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서 당시 자료를 찾아 2018년 조선시대 모습으로 복원한 배다. 길이 34.5m, 너비 9.3m, 높이 5m로 무게는 149톤에 달한다. 복원 이후 조선통신사선이 오사카까지 이동하는 것은 처음으로 역사적으로는 261년 만에 오사카 항로가 재현되는 셈이다. 항해 거리는 약 650㎞로 히로시마현 구레시, 후쿠야마시 등을 거친다. 5월 5일 무렵 구레시에 입항하면 입항 환영식과 공연 등이 열리고 후쿠야마시, 효고현 타쓰노시 등에서도 입항 환영식이 이어진다.
조선통신사선은 5월 13일 오사카에 도착해 입항식을 가질 예정이다. 같은 날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에서는 ‘한국의 날’을 기념해 조선통신사 행렬이 재현된다. 7월에는 부산국립국악원이 요코하마에서 통신사의 여정을 그리는 창작 무용극 ‘유마도’를 공연한다. 9월 말 도쿄에서도 대규모 재현 행사가 열리며 현지 어린이를 포함한 210여 명의 참가자가 행렬을 재현할 예정이다.
다양한 영향을 끼친 조선통신사 행렬 조명
조선통신사 관련 전시도 만나볼 수 있다. 조선통신사 유물 128점이 한자리에 모인 특별전 ‘마음의 사귐, 여운이 물결처럼’이 4월 25일부터 6월 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일본 에도도쿄박물관과 오사카역사박물관, 국사편찬위원회의 협력으로 양국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선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문화교류 유산 소개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 문학과 예술로 오간 감정의 흔적, 민중의 시선으로 본 외교와 교류의 의미를 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부터 1811년까지 약 200년간 12번에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이 시기 일본을 지배하던 도쿠가와 막부는 조선통신사의 일본 방문을 ‘쇼군 일대의 의식’으로 매우 중시했다. 조선통신사는 도쿠가와 막부의 경사나 쇼군의 계승이 있을 때마다 파견돼 조선 국왕의 국서를 전달하고 쇼군의 답서를 받아왔다.
조선통신사는 정사·부사·종사관 삼사를 중심으로 화원·의원·역관·약사 등 400~500명 규모의 대규모 사절단으로 구성됐다. 서울에서 도쿄에 이르는 이들의 여정은 시간으로는 반년 이상, 거리로는 왕복 4500㎞에 달했다. 긴 여로의 곳곳에서 통신사는 일본의 많은 문인과 필담을 나누고 노래와 술잔을 주고받았다. 조선통신사 행렬은 일본의 민중으로부터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서울역사박물관 특별전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전시 2부 ‘평화가 흐르는 길’에서는 수개월에 걸친 대규모 행렬과 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응, 통신사를 구경하는 민중의 시선, 국서 전달 의식의 엄숙함,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마상재 공연 등의 풍경을 조명한다. 조선통신사의 방문은 일본에서 큰 국가적 의례였는데 이를 맞이하기 위해 일본은 철저히 준비했다. 전국 농업 생산 규모의 약 3%에 해당하는 금 100만 냥을 지출했고 각 지역에는 숙소를 짓고 도로를 정비하도록 지시했다. 조선사절단이 강을 건널 때는 수천 명이 동원됐고 배를 연결해 임시 다리를 만들기도 했다.
문화교류 행사도 연중 이어져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과 더불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교류 행사는 연중 이어질 전망이다. 국립국악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무형유산원 등 국내 국공립 기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3월에는 주일한국문화원에서 한복·한식·한지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종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와 토론회를, 4월 19일 도쿄에서는 한국의 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과 일본의 무형문화재 구미오도리의 합동 공연을 개최했다.
6월 17일 도쿄에서 한일 클래식 예술가들의 갈라 콘서트가 진행되고 6월 28일에는 오사카에서 무용극이 열린다. 무용극은 국립무형유산원이 무형문화유산인 선자장(부채)과 나전장의 공예작업을 공연으로 제작한 것이다. 8월 26일에는 오사카에서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관현악단 ‘하트하트오케스트라’와 현지 마림바 연주자의 협연도 예정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 등 양국의 국립박물관은 대표 소장품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선보이는 교환 전시를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6월부터 8월까지,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2026년 2월부터 4월까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요코하마미술관도 한일 현대미술전을 12월에 개최할 계획이다. 여행지로서 한국의 매력을 알리는 ‘K-관광 로드쇼’는 3월 20일 아오모리, 4월 8일부터 10일까지 후쿠오카·히로시마·도쿄에서 진행됐고 5월 17~18일 양일간 삿포로에서도 열린다.
민간·청소년 간 교류도 추진된다. 양국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국내와 일본의 자전거길을 함께 달린다. 15개 스포츠 종목에서 우수 청소년 600여 명을 초청해 교류하고 2025년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한일 고교야구팀의 교류전도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선통신사는 양국 간 외교적 신뢰와 문화교류의 상징이었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로 이어질 새로운 협력의 길을 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정책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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