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찾아주세요! 한 달 20여 건 엄마의 마음으로 나섭니다”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부모 찾아주세요! 한 달 20여 건 엄마의 마음으로 나섭니다”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해외 입양인 돕는 ‘배냇’ 김유경 대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1955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총 16만 9454명에 달한다. 그동안 수많은 해외 입양인이 자신의 핏줄을 찾아 국내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0년 친부모를 찾기 위해 신청된 입양정보 공개 청구 1381건 가운데 상봉까지 이어진 경우는 단 10명, 확률로는 0.7%에 그쳤다.
이들이 친부모를 찾기 위해선 입양 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해외 입양이 활발했던 1970~1980년대에는 보육원이 아이의 이름을 임의로 바꾸는 일이 많았다.
고국의 언어도 낯선 입양인이 흩어진 자신의 조각들을 맞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해외 입양인을 돕는 사회적협동조합 ‘배냇’이다. 배냇은 해외 입양인 대신 각 기관을 방문해 정보를 수집하고 입양을 보낸 부모들이 다시 자녀를 찾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을 하고 있다.
배냇은 김유경 대표(53)가 미국에 살던 시절 만난 한국계 미국인 친구 줄리와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가 2016년 미국에서 돌아와 경기 고양시에서 영어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던 때였다. 줄리에게서 자신의 생모를 찾고 싶다는 메일이 왔다. 줄리를 돕기 위해 나선 김 대표를 지켜보던 동아리 회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다른 입양인들의 친부모 찾기가 이어졌다. 이들의 활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뜻이 맞는 이들이 합류했다. 2025년 4월 기준 배냇의 회원은 김 대표를 포함해 총 13명. 이들은 그간 14명의 해외 입양인에게 친부모를 찾아줬다. 5월 11일 입양의 날을 앞두고 고양시 일산서구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배냇 회원 태정은(51)·임선아(48) 씨도 함께했다.



줄리의 생모를 찾은 과정이 궁금하다.
줄리는 미국에 4년 정도 살 때 인연을 맺은 친구인데 어느 날 친부모를 찾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 단서는 여권 속 흑백 사진 한 장과 자신이 ‘대구 백백합보육원 출신 이대숙’이라는 정보뿐이었다. 백백합보육원은 오래전 폐업했고 현재는 어린이집으로 운영 중이더라. 대구시청에 도움을 요청하고 자료를 샅샅이 뒤진 끝에 시설을 옮기면서 이름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생모가 이미 사망한 사실도 확인했다. 줄리는 비록 어머니를 찾진 못했지만 무척 고마워했다. 자신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이유로 기관에 맡겨진 것인지 등 사는 동안 자신을 내내 괴롭히던 물음표들을 해결했기 때문이다.

보육원이 왜 아동의 이름을 바꾼 것인가?
새 삶을 살라는 뜻에서 이름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관행이었다고 한다. 이름뿐만 아니라 호적을 바꾼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3월 고아 호적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았나. 부모가 있는데 입양 과정의 편의를 위해 고아로 서류를 꾸민 것이다. 이런 일들이 해외 입양인들이 친부모 찾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한 달에 몇 건 정도 의뢰가 들어오나?
부모를 찾아달라는 것을 비롯해 한국 입양 관련 기관에 대신 방문해달라, 필요한 서류를 번역해달라 등 다양한 요청과 문의가 들어온다. 공개적으로 배냇 페이스북 그룹에 글을 써 요청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한 달 평균 20건 정도다.

해외 입양인의 친부모를 찾는 과정이 궁금하다.
해외 입양인들이 가진 정보를 받아서 보육원, 지방자치단체 등에 연락을 한다. 아동 카드, 입소 카드 등을 찾아달라고 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추린다. 줄리 사례처럼 중간에 이름이 바뀌거나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막힐 수 있다. 그래서 거꾸로 과정을 되짚어가면서 정보를 맞춰야 한다. 워낙 오래된 정보라서 관련 서류명을 담당자들이 모를 때도 있다. 협조가 쉽진 않지만 찾아가 읍소도 하고 어떻게든 정보를 찾아내려고 한다. 딱 한 줄이 해외 입양인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으니까.

기관마다 찾아다니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회원 대부분이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시간 내기가 어렵다. 다행히 7월 중순 정도에 국내 입양 관련 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이 모든 입양 기록물을 이관받는다고 한다. 현실화될 경우 한곳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게 된다. 기록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다.

경찰과 협조해 15분 만에 해외 입양인을 찾은 적도 있다고.
줄리 어머니를 찾은 이야기가 방송에 나간 적이 있다. 이를 보고 대구경찰청 실종수사팀에서 전화가 왔다. 실종 아동들이 해외 입양된 사례가 많다는 점에 주목해 40년 전 아들을 잃어버린 노부부의 사건을 얘기하더라. 해외 입양인들 네트워크에 관련 정보를 공개했는데 15분 만에 연락이 와서 가족 상봉을 도울 수 있었다. 서울 마포경찰서, 영등포경찰서, 종로경찰서와도 공조해 5명의 입양인이 가족을 찾았다.

제도 개선도 이끌어냈다고.
예전에는 경찰청에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서 해외 입양인이 가족을 찾기도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한국에 직접 와야 했다. 보다 편리하게 등록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유전자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겠다 싶어 2018년 대구경찰청에 우편 방식의 유전자 정보 등록을 제안했는데 받아줬다. 2019년에는 실종 아동의 유전자 정보를 해외 기관에 등록할 수 있도록 경찰청이 돕는 방안을 제안해 유전자 검사 매칭 확률을 높였다.

활동비는 어떻게 마련하나?
회원들이 매달 1만 원씩 회비를 낸다. 상봉 장소가 마땅치 않을 때는 자비를 더 들여서 장소를 빌리기도 한다. 모두 엄마의 마음으로 나선 터라 입양인들의 가슴 아픈 사연에 제 일처럼 움직이게 된다. 사연을 들어보면 기막힌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친부모를 찾는 해외 입양인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입양인의 입양정보 공개 청구 건수는 2021년 1327건에서 2023년 2717건으로 2년 사이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한창 해외 입양이 많이 이뤄진 시기에 보내진 이들도 나이가 들어 40~50대가 됐다. 어렸을 때는 분노와 원망의 마음이 크지만 아이가 생기고 삶의 부침을 겪으면서 이해의 마음과 찾아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부모를 찾은 이후에도 배냇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물론이다. 상봉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세월이 길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언어 장벽은 물론이고 스킨십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부모들은 보통 아이를 만나면 끌어안고 우는데 입양인들은 이 행동에 무척 놀란다. 부모가 자신의 집에서 재우려고 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상봉 전에 미리 이런 것들을 양쪽 모두에게 충분히 설명한다.

만난 후에 관계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사회적·문화적 장벽을 넘지 못해 서로 섭섭한 것들만 가슴에 쌓은 채 깨지는 가족이 상당수다. 또 다른 상처가 생기는 건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배냇이 상봉 교육을 하듯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심리적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2019년 친부모를 찾아주고 상봉까지 도운 조슈아 라이스의 사례다. 상봉 이후 처음 맞는 어버이날에 조슈아에게 “아버지에게 꽃을 달아드리는 게 어떠냐”라고 제안했는데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 “너무 감사하다. 잃어버린 아들로부터 38년 만에 처음으로 꽃을 받았다”고. 굉장히 보람을 느꼈다. 한번은 입양된 친구가 혼자 추적해서 엄마를 찾았다며 연락을 대신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미혼모로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내고 지금은 두 자녀가 있는 가정의 어머니이자 동네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연락했더니 바로 모른다고 끊더라. 두려웠던 거다. 이렇게 거절하는 경우도 꽤 있다. 어렵게 설득해서 만나면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한다.

부모가 입양 보낸 아이를 찾아달라는 경우도 있나?
입양특례법상 입양된 자녀는 부모를 찾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지만 반대의 경우는 찾을 수 없다. 부모 입장에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우리를 찾아온다. 이들을 위해 페이스북에 ‘보내지 못한 편지’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입양 보낼 당시 자녀에 관한 정보, 사진과 함께 아이에게 부모가 하고 싶은 말을 우리가 편지로 대신 써서 올리는 것이다. 해외 입양인들이 이 정보를 주변에 많이 공유한 덕분인지 실제 이를 통해 아이를 찾은 경우가 있다.

유튜브에서 진행 중인 ‘마중 프로젝트’도 인상적이다.
부모를 찾는 입양인들의 입양 당시 사진, 사연 등을 담아 배냇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다. 입양 이후 사진도 함께 넣는다. 나이 든 모습에서 가족의 얼굴을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락처와 담당 입양기관, 입양 번호도 포함한다. 가족들이 빠르고 수월하게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프로젝트명은 자녀가 부모를 마중 나간다는 의미로 붙였다.

배냇이라는 이름은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입는 옷 ‘배냇저고리’에서 따왔다. 당시 해외로 입양된 아이들은 배냇저고리를 채 벗지도 못하고 타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듬고 따뜻하게 감싸안자는 뜻을 담은 배냇은 엄마의 마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해외 입양인들을 지원하고 지지한다. 부디 이들의 바람처럼 해외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고유선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