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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서희처럼 가시 품은 꽃, 탱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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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는 어릴 적 남쪽 고향 마을에선 과수원이나 집 울타리로 쓰인 흔한 나무였다. 요즘은 벽돌 담장에 밀려 시골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다.
탱자나무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긴 험상궂은 가시다. 어릴 적 탱자를 따기 위해 아무리 조심해서 손을 집어넣어도 여지없이 가시에 찔렸다. 그래서 탱자나무는 접근을 거부하는, 접근하더라도 조심해야 하는 나무였다.
이 탱자나무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여주인공 서희를 묘사하는 데 쓰였다. 서희는 미모가 출중하지만 매몰찬 성격이다. ‘토지’ 3부에서 최참판댁 주치의 박 의사는 서희를 사모하지만 서희는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그런 서희를 보고 박 의사가 연상한 것이 탱자나무 울타리였다. 탱자꽃은 미모를 가졌지만 접근을 거부하는 서희의 꽃으로 잘 어울린다.
마침 하얀 탱자꽃이 피는 계절이다.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옆 뜰 탱자나무에도 하얀 탱자꽃이 향기를 뿜고 있다. 서울에선 탱자나무도 보기 어렵지만 탱자꽃은 피는 시기도 짧아 더욱 귀한 꽃이다. 꽃이 필 때 옆을 지나면 은은한 꽃향기가 참 좋다. 다섯 장의 하얀 꽃잎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것도 개성 있고 예쁘다. 꽃을 자세히 보면 안쪽에 탱자로 성장할 작은 열매가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탱자나무는 운향과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다. 많이 자라도 3~4m 정도다. 줄기가 항상 푸르러 상록수로 알기 쉽지만
가을엔 잎이 떨어지는 낙엽성 나무다. 중국이 원산지로 추운 곳에서 자라지 못해 우리나라엔 경기 이남에 주로 분포한다. 인천 강화도가 북방한계선인데 이곳 탱자나무는 성벽을 쌓고 그 아래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심은 것이다.
탱자나무는 가을에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탱자가 주렁주렁 달린 모습은 셔터만 누르면 바로 작품 사진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꽃을 사랑한 젊은 작가들’ 등 다수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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