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혼이라면…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이런 이혼이라면…

작성자 정보

  • 공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내 친구는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를 신조로 삼는 어느 이혼 전문 변호사의 영상을 즐겨 본다. 불륜, 증거, 가정법원 따위의 단어로 점철된 영상을 시청하는 40대 여성이라면 이혼을 앞두고 있을 것 같겠지만 오해는 금물이다. 내 친구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영상을 챙겨보는 이유는 언젠가 이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신속하게 갈라서기 위해 선행 학습을 하는 거란다. 하하, 정말 못 말리는 친구라니까! 하지만 초록은 동색이라 하였던가. 그녀의 절친한 친구인 나는 ‘오르부아 에두아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의 부제는 ‘나는 프랑스 책벌레와 이혼했다’이다. 참고로 나 역시 결혼하지 않았다.
이 책의 작가 이주영은 프랑스 남자 ‘에두아르’와 결혼해 남편의 모국에 어쩔 수 없이 살게 됐다. 마흔이 넘은 나이에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것도, 낯선 나라의 문화에 맞춰 생활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소한 일조차 남편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세상 그 누가 결혼 생활을 파탄으로 마무리하고 싶겠는가. 그러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용기를 내 이혼을 결심한다. 결혼 생활 내내 스스로와 불화하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본 남편은 슬프지만 그녀를 놓아줬다. 재산 분할 문제로 4년째 이혼 소송 중인 그녀의 친구는 그들의 정중한 이혼을 너무나 부러워했다.
이혼 후 작가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전남편과 날마다 통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프랑스에 있는 친구들에게 그를 챙겨달라고 당부하는 걸로도 모자라 두 사람의 사이를 ‘베스트 오브 베스트 프렌드’라고 정의한다. 아무리 좋게 정리한 사이라지만 ‘이혼’이라는 무거운 단어 앞에서 어쩜 이리 산뜻할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은 이어지는 문장에서 말끔하게 해결됐다. “좋아했던 사람과 이혼했다고 좋아했던 기억이 소멸됩니까?” 작가는 말한다. 좋아했던 기억은 소중한 거라고, 그건 그 기억 속에 있는 스스로가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세상은 이혼한 여자를 그냥 여자라 하지 않고 ‘이혼녀’라 부른다. 이혼한 남자 역시 ‘이혼남’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이혼’이라는 단어의 수식을 받지 않기 위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참고 견디는 사람을 여럿 봤다. 하지만 누군가를 좋아했던 기억을 얻을 수 있는, 그 기억 속 행복한 나를 추억할 수 있는 이혼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프렌드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혼은 인생의 오점이 아닌 살아가며 한 번쯤 겪어볼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참, 이혼하려면 결혼부터 해야겠구나. 저랑 결혼하실 분?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새 책



이제 당신의 손을 놓겠습니다
기시미 이치로(큰숲)
‘미움받을 용기’로 큰 사랑을 받은 저자가 이번에는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진짜 나를 찾기 위한 ‘고독할 용기’를 제안한다. 빼곡히 얽힌 관계망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그 관계 때문에 고통받기도 하고 환희와 기쁨을 맛본다. 의존과 지배 관계에 있다면 끊어내는 각오가 필요하다. 관계를 벗어나 살 수 없다면 그 관계의 모양을 내가 원하는 대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나를 둘러싼 관계를 돌아보고 더 나은 인생으로 향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허윤정(시공사)
6년 차 외상외과 전문의인 허윤정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 교수가 그간 외상센터에서 일하며 겪은 일과 생각을 모은 책이다. 한 달 당직 7~8번, 36시간 연속 근무, 죽음에 가까운 환자들을 마주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려내겠다는 외상외과 의료진의 소명과 사투를 담았다. 떠나간 환자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과 함께 필수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담겨 있다.



위버멘쉬
프리드리히 니체(떠오름)
니체가 주장한 ‘초인(Übermensch)’의 철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책이다. 위버멘쉬는 기존의 도덕과 사회적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대신 자신의 의지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존재를 말한다. 외부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모든 고통과 시련을 넘어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며 사회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잃곤 한다. 니체는 이 책에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공간인간
유현준(을유문화사)
건축의 혁신은 그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피라미드, 도서관, 콜로세움, 수도교, 공장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건축물이 등장하면서 그 공간 속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달라졌고 사회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갖게 됐다. 신전과 성당이 만들어지면서 종교 권력이 생겼고 극장과 경기장이 들어서면서 관람 문화가 생겨났다.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거대도시가 생길 수 있었다. 건축과 함께 공간과 인간 사회가 함께 진화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강정미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