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갈수록 마음의 온도를 올려라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여름이 한때 청춘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반팔 옷은 이제 장롱 깊숙이 안으로 넣고 먼지 쌓인 긴팔 옷을 밖으로 꺼낼 때가 됐다.
날이 추워지면 우리 몸은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털을 세우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추위가 심해지면 몸을 벌벌 떨어 억지로 체온을 올린다.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혈관이 좁아지면 혈압이 상승한다. 대체적으로 기온이 10℃ 내려가면 혈압은 13이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혈압이 오르면 심장에 무리를 줘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돌연사의 위험 또한 높아진다.
추운 날 물이 어는 것처럼 몸도 언다.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져 첫 걸음을 떼기가 어렵다. 그런 상태에서 빙판길이나 눈길을 만나면 넘어지기 일쑤다. 나이가 많을수록 뼈는 약해진다. 그 탓에 넘어질 때 손으로 땅을 짚으면 손목뼈가, 주저앉으면 허리나 골반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눈 오는 날 전후로 노인들이 유난히 많이 넘어져 응급실을 찾는다.
움츠러드는 건 몸만이 아니다. 해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서 낮이 줄어드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빛 대신 그늘과 어둠이 찾아든다. 가을과 겨울이 되면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우울증은 잠들기 어렵고 식욕이 떨어지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잠이 늘고 식욕이 증가한다. 먹고 자다보면 몸은 느려지고 무거워진다. 무거워진 몸은 안 그래도 무거운 마음을 짓누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기온이 내려가면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부드럽고 따스한 옷을 입어 추위에 떨지 말아야 하고 얼어붙기 시작하는 몸을 운동으로 움직여줘야 한다. 땀이 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신체 활동은 혈관을 넓히고 혈관 탄력성을 높여 혈압을 낮춘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뇌경색을 예방할 수 있다. 또 몸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져 넘어질 일도 줄어든다. 거기다 몸을 움직이다보면 무거웠던 몸이 어느 순간 가벼워진다.
마음에도 온기가 돌아야 한다. 어둠이 짙으면 외로움이 찾아온다. 외로움은 질병이다. 외로움이 깊어질수록 몸은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 어둠을 쫓으려면 빛이 필요하듯 외로움을 쫓으려면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체온과 마음을 나눠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수롭지 않은 잡담, 웃음, 포옹은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준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빛나는 외모만큼 눈부신 마음을 가진 의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한 작가이기도 하다. 〈히틀러의 주치의〉를 비롯해 7권의 책을 썼다. 의사가 아니라 작가로 돈을 벌어서 환자 한 명당 진료를 30분씩 보는 게 꿈이다.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