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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美 공적보험도 인정한 배설처리 로봇 용감한 두 형제 돌봄 시장 숙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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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케어 로봇 개발한 이훈상 큐라코 대표
거동이 힘든 환자를 간병할 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배변 보조다. 환자를 옆으로 눕히는 것부터 배변 후 뒤처리까지 시간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환자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초고령사회 노인돌봄의 가장 큰 숙제인 배변 보조를 로봇이 해결할 수 있다면? 20년 전 남들보다 앞서 이 질문을 던진 이가 있다. 배설케어 로봇 ‘케어비데’를 개발한 큐라코 이훈상(53) 대표다.
당시 이 대표의 아버지도 긴 와병 중이었다. 간병은 온 가족이 매달려도 힘든 일이었다. 수소문 끝에 일본에 배변처리 기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구입했다. 하지만 기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업체에 수리를 요청해도 소용없었다. 수요는 분명한데 제대로 된 기계가 없었다. ‘차라리 직접 만들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당시 기업 마케팅 팀장으로 일하던 이 대표는 엔지니어인 형 이호상(56) 사장과 의기투합,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7년의 일이다.
10여 년 후 용감한 형제가 개발한 배설케어 로봇은 일본 개호보험(장기요양보험) 제품에 등재됐다. 한국 제품으로는 최초였다. 2020년 큐라코는 이 제품으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 1호 기업에 선정됐다. 2024년에는 미국 보험청(CMS) 코드를 받았다. 이 역시 국내 기업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배설케어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활약하고 있는지, 어디까지 케어가 가능한지 궁금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 위치한 큐라코 사무실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배설케어 로봇인 케어비데는 어떻게 작동하나?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각 성별에 맞는 컵을 몸에 부착한다. 컵은 본체와 연결된 노즐 끝에 이어져 있다. 소변 또는 대변이 나오면 자동으로 기계가 인식하고 흡입을 한다. 빨아들인 배설물은 오물통으로 들어간다. 흡입 과정에서 사용된 공기는 정화 필터와 자외선(UV) 램프를 통해 냄새 없이 깨끗하게 배출된다. 흡입 과정이 끝나면 비데처럼 세정수가 나와 세척해주고 온풍 건조를 통해 말려준다.
케어비데와 기저귀 사용을 비교하면?
케어비데는 경제적·환경적·위생적으로 좋다. 와상 환자들은 보통 하루에 6~8장의 기저귀를 사용한다. 기저귀 값만 1장당 1000원, 월 18만 원 정도 든다. 간병비까지 생각하면 큐라코 렌털 비용(19만 9000원~27만 9000원)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환경적으로도 기저귀는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데다 생산·운반·폐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케어비데는 일회용 기저귀 사용과 비교해 이산화탄소의 양을 64.1% 줄이는 효과를 인정받아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술제품 인증을 받았다. 또 배설 즉시 흡입하고 세정·건조하니 위생적으로도 좋을 수밖에 없다.

관련 분야 경험이 없는데 큐라코는 어떻게 창업한 것인가?
아버지가 수년간 와병 생활을 했다. 간병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본에 배변처리 기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수입해 판매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근데 제품을 구해 살펴보니 잘 작동을 안하고 수리도 안되더라. 시장에 제대로 된 제품이 없었다. 기회다 싶었다. 당시 나와 형은 기업에서 마케팅,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하고 회사를 차렸다.

형제가 함께 사업을 하면서 의견 충돌은 없었나?
형이 엔지니어 출신인 데다 꼼꼼하고 워낙 일을 잘하기 때문에 믿고 출발했다. 둘 다 사표를 던지고 나온 것을 생각하면 용기와 무모함 사이에 있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다. 지금도 형과 함께해서 좋다. 내가 자릴 비우면 형이 대신한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어 든든하다.

제품 개발이 오래 걸렸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
시험용 제품을 만드는 데만 3년 정도가 걸렸다. 처음에는 ‘청소기와 비데를 합치면 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콘셉트로 시작했다. 근데 하면 할수록 어려웠다. ‘브리스틀 대변표(Bristol Stool Chart)’라는 게 있다. 영국 브리스틀대학교 케네스 히튼 박사가 변의 굳기와 형태에 따라 대변을 7가지로 구분한 표다. 이걸 차용해서 모형을 제작하고 우리가 직접 착용하고 시험했다. 특히 배설물 감지 기술을 개발하는 게 어려웠다. 인식이 잘 안되는 부분에 배설물이 떨어지면 그걸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5~6년 지나서야 이런 문제들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현장 테스트도 힘들었다. 처음 보는 제품이다 보니 아무도 쓰려고 하질 않았다. 어렵게 테스트 대상자를 찾아도 체형이 다르고 남녀 성별에 따라서 모형도 달라야 했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

매출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버텼나?
일본 개호보험에 등재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매출이랄 게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남들은 돈 벌어 집 살 때 우리 형제는 살던 집을 팔아 사업에 투자했다. 야근비가 무서워 직원들 야근도 못하게 했다. 겨울엔 난방비 아끼려고 두꺼운 점퍼를 입고 일했다.

2018년 일본 개호보험 제품으로 지정됐다.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개호보험에 배설케어 로봇을 지원하는 제도는 있는데 제품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제품을 들고 갔다. 일본인 10명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서 오라고 하더라. 환자마다 배설 양상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보니 어려웠다. 네 번째 도전 만에 보험에 등재됐다. 아직도 이 분야에는 우리 제품만 있다. 개호보험 대상자는 90% 정부 지원을 받아 큐라코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에도 진출했다.
2년 정도 준비해서 미국 시애틀과 올랜도에서 각각 성능 검증(Proof of Concept)을 했다. 병원, 요양기관, 정부 관계자 등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우리 제품을 호텔방으로 가져가서 체험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계약도 하고 미국 의료보험에 편입될 수 있도록 추천도 해줬다. 욕창으로 고통받던 80대 환자의 아들은 우리 제품을 가져가서 써보고 효과가 좋으니 어머니 주치의에게 제품을 소개했다. 그 주치의도 미 보험청 코드를 받는 데 도움을 줬다.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다보니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 투자를 받아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참고 제품이 없다보니 설득이 쉽지 않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투자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적 경험으로 해외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와야 국내에서도 인정을 받더라. 그래서 해외 먼저 공략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투자받은 후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민간 투자기관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이 지원해줬다. 정부 도움으로 보급 사업을 펼치니 부족한 점들을 모니터링하고 제품에 반영할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다.

에이지 테크(Age-Tech) 분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뭘까?
전통적인 실버산업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에이지 테크 분야에선 일본이 현재 가장 앞서 있다. 일본도 고령화를 ‘문제’로만 인식하다 산업적 방면으로 시각을 바꿨다. 그 덕에 관련 산업이 많고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노인이 많으니 테스트하기에도 좋다. 우리나라도 더 빨리 나아가야 한다. 기술은 달려가는데 지팡이, 휠체어에만 머물러 있으면 늦다. 신제품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써봐야 한다. 데이터가 많이 쌓여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좋은 씨앗이 있다면 토양을 가꿔주고 물을 주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배설케어 로봇에 꿈이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첨단 기술로 산업 분야가 재편되고 있지만 의료·건강 부문인 헬스케어 쪽은 아직 중심이 될 플랫폼이 없다. 우리의 목표는 간병 분야에서 가장 힘든 대소변 처리를 중심으로 산업들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돌봄 로봇이 활약하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을 세우고 싶다. 어르신들이 아픈 순간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단계별 해법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고유선 기자

*사회서비스 투자 펀드
디지털·첨단기술을 활용해 사회서비스를 혁신하는 기술 기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자금으로 조성한 투자 펀드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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