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전문가 "식목일 전후 조심, 작은 불똥 도깨비불처럼 순식간 확산"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는 4월. 따뜻한 날씨에 발걸음이 저절로 산으로 향하는 계절인 동시에 봄철 건조한 날씨로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은 산불 조심 기간이다. 특히 이번 주말은 식목일과 절기 한식과 맞물리면서 등산객과 성묘객이 늘어나는 시기로 연중 산불 예방 및 대응에 있어 가장 긴장감이 높은 시기 중 하나다. 최근 영남권에서 대형 산불로 화재가 발생한 직후라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산불이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국가적 재앙, 국가 위기 상황으로 연결된다. 순간 방심하면 작은 불씨도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으로 인해 큰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브리핑은 이번 산불이 남긴 뼈아픈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산불전문가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산불 예방 3대 실천 사항 등을 들어 봤다.

문현철 부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살펴보면 자연 발화되는 경우는 없다고 평가되고 원인불명 처리된 것도 사람에 의한 발화이므로 사실상 모든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산불을 일으키는 위험한 행위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불 예방은 평소 준비돼 있어야 한다. 문 부회장은 "숲과 연결된 집 주변과 울타리, 지붕 등에 자주 물을 뿌려 둬 산불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며 "자신의 생활과 근무지 인근에서는 소화전과 같은 물 공급 시설이 잘 작동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형 산불을 사전에 막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도 제안했다. 그는 "대형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산업시설, 국가안보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행정과 건축 건설행정 그리고 소방행정이 공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가 발생하자 재난·재해 대응과 민생 지원 등을 위해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신속하게 추진했다. 

이에 문 부회장은 "이번 역대급 산불로 숲이 화염 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푸르고 안전한 숲이 되도록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며, 숲에 인력과 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길과 계곡 등에 물을 가두고 저장해 산불 발생 시 취수 가능한 다목적 사방시설을 대폭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산불 항공과 지상 진화를 위한 장비 등의 확충,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한 산불 감시 대응을 위한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 구축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과의 일문일답.

◆ 울산과 경북, 경남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 모두 진화됐습니다. 이제 안심해도 될까요?

산청, 울주와 의성 등에서 초대형 산불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현재는 항공 공중 진화를 통해 주불을 잡는 데 성공했으며 이제는 잔불을 끄기 위해 집중적인 지상 진화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낙엽층 속의 불씨까지 제거하고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산불 피해지역에 건조 강풍이 불고 있어 재발화되고 있으며 다시 산불이 발생할 위험성도 아주 높습니다. 

이번 주말 식목일 등 봄나들이 갈 때 산불 발생 위험이 있으니 집과 직장, 산업 시설 주변에 물 뿌리기를 하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산불 원인 위험 행위자를 발견하면 즉시 경고하고 신고하는 '산불 예방 국민운동'을 펼쳐야 합니다.

◆ 잔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을 가장 유의해야 하나요? 또 식목일을 앞두고 성묘객이나 상춘객이 늘어날 텐데 개개인으로 간과하면 안 될 점은?

봄철은 건조하고 강풍이 지속적으로 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주 작은 불똥도 강풍이 불면 불티가 날아 도깨비불처럼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습니다. 

산림과 숲 인접지에서 영농부산물, 논밭두렁, 쓰레기 등을 태우거나 성묘 하러 가서 불을 피우거나 담배꽁초 버리기, 산지 내에서 음식물을 취사하는 행동들은 모두 삼가야 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한 행동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합니다.  

◆ 산불 원인 관련 통계를 보면 절반 이상이 '개인의 부주의'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데, '산불 예방 3대 실천 사항'을 제시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을 살펴보면 자연 발화되는 경우는 없다고 평가됩니다. 원인불명 처리된 것도 사람에 의한 발화이므로 사실상 모든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3대 실천 사항을 권하고 싶습니다.

먼저 건조한 강풍이 부는 경우를 비롯해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에는 산불을 야기하는 각종 위험한 행위를 절대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건조한 시기에는 숲과 연결된 집 주변과 울타리, 지붕 등에 자주 물을 뿌려 둬 산불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활과 근무지 인근에서는 소화전과 같은 물 공급 시설이 잘 작동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산불은 예방이 최우선이 돼야 하며 혹여 발생하더라도 즉각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 정부가 이번 산불 피해 규모가 서울 면적의 80%에 달하는 만큼 재난·재해 대응, 민생 지원 등 10조 원 규모의 추경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산불전문가로서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할 분야는 어디라고 보시나요?

이번 산청, 울주, 의성, 안동, 영덕 등 초대형 산불이 증폭되면서 숲은 화염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푸르고 안전한 숲이 되도록 예산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합니다.

우선 안전한 숲을 조성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숲에 인력과 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길과 계곡 등에 물을 가두고 저장해 산불 발생 시 취수 가능한 다목적 사방시설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또한 소나무는 송진에 정유 물질(테라핀)이 함유돼 있어 숲속은 마치 연료 탱크와 같습니다. 따라서, 안전하고 건강한 숲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솎아내기 등 숲 가꾸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시·군·구에 지상 진화 인력을 정규직으로 구성하고 전국적으로 편성해 체계적인 진화 대응 체계가 이뤄져야 합니다.

대형 헬기, 고정익 항공기 등 산불 항공 진화 장비가 확충돼야 하고 지상 진화 장비로는 임도를 따라 숲으로 진입해 산불 진화를 수행하는 지상진화차, 장비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주택가, 산업시설, 군사시설, 병원, 공공기관, 학교, 문화재 등 주변에 숲이 이어지는 경우 스프링클러를 적극 설치해야 하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한 산불 감시 대응 저궤도 위성통신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 대형 산불은 다수의 인명과 재산 피해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절대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정부가 대형 산불을 사전에 막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언 한 말씀 해주세요.

산불이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국가적 재앙, 국가 위기 상황으로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대형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산업시설, 국가안보시설 등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행정과 건축 건설행정 그리고 소방행정이 공조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합니다. 

초동 현장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지자체의 역량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 산불을 야기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로서 형사처벌은 물론 산불 진화와 복구에 들어간 비용까지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인식은 물론 실제로 청구되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설사 실수로 낸 경우라도 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산불을 낸 사람과 그 증거를 명확히 확보하기 위해 산불 진화팀과 별도로 원인을 조사하는 팀은 초동에 바로 감식 조사를 하는 등 초동 증거 확보 시스템이 가동돼야 합니다. 이와 함께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가동해 대피의 신속성, 사전성, 정확성, 노약자 동행성 등을 확보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불에 강하고 건조 강풍,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활엽수 중심의 내화 수종을 신속히 개발하고 보급해 심어야 합니다.

[자료제공 :(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