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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30년 K-애니메이션 한국의 디즈니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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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시걸’. ‘아마게돈’. ‘원더풀 데이즈’. 만약 당신이 이 세 편의 제목을 보고 흠칫 놀랐다면 K-애니메이션의 흑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 편은 1994년, 1995년, 그리고 2003년 각각 개봉한, 그리고 실패한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입니다. 연타석 흥행 참패와 평단의 혹평은 2000년대 들어 토종 애니메이션의 투자·제작 실종으로 이어졌습니다.
애니메이션 분야가 취약하다니 ‘원조 초통령’ 뽀로로와 ‘흥행핑’ 사랑의 하츄핑이 들으면 통탄할 발언입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2017년 6292억 원에서 2023년 9298억 원으로 47.7% 성장에 그친 데 반해 같은 기간 국내 웹툰 시장은 3799억 원에서 2조 1980억 원으로 478.5% 급성장했습니다. 역전 수준이 아니라 초격차 수준으로 벌어진 셈입니다.
디즈니의 ‘겨울왕국’이 극장 천만 관객의 고지를 넘어섰지만 역대 K-애니메이션 중 100만 명을 넘어선 작품은 단 세 개뿐입니다.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이 220만 명을 기록한 이래 14년째 선두를 지키고 있고 이듬해 개봉한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이 10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사랑의 하츄핑’이 지난해 124만 명으로 백만 클럽에 가입하며 겨우 체면치레했습니다.



부활의 신호탄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끌고가는 동력도 유아 및 어린이 대상 콘텐츠에 편중돼 있습니다. ‘뽀롱뽀롱 뽀로로’, ‘아기상어 올리’, ‘타요’ 등 TV 시리즈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며 K-애니메이션의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성인을 타깃으로 한 장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나 TV 시리즈의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부실한 시장 기반, 부족한 투자, 그리고 고착화된 제작 구조 속에서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성장 없이 답보하고 있는 셈입니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입니다. 최근 몇 년간 K-애니메이션 시장에 변화의 움직임이 꿈틀댑니다. 민간과 정부 영역 양쪽에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만한 긍정적인 신호들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2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콘텐츠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K-콘텐츠 펀드와 별도로 200억 원 규모의 애니메이션 전문 펀드를 신규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애니메이션산업을 진흥하기 위한 중점 추진과제를 담은 애니메이션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3월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물론 기존에도 K-콘텐츠 펀드의 모든 자펀드에서 애니메이션 투자가 가능했지만 적극적인 육성 정책 발표는 환영할 일입니다.
앞서 웹툰과 애니메이션 시장을 분리해서 설명했지만 잘 만든 지식재산권(IP)의 힘은 원소스 멀티유스 시대 모든 콘텐츠 산업에 통용됩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 ‘전지적 독자 시점’, ‘여신강림’ 등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검증된 웹툰·웹소설 콘텐츠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등장하며 K-콘텐츠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최근 개봉한 ‘퇴마록’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1990년대에 출간돼 큰 인기를 끌었던 이우혁 작가의 소설 ‘퇴마록’은 오컬트 판타지 장르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원작의 매력을 섬세한 작화와 빼어난 연출로 영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개봉 6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4만 명(2월 27일 기준)을 돌파하며 순항 중인 ‘퇴마록’은 북미 지역을 비롯한 해외 12개국에 수출돼 글로벌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퇴마록’이 성공한다면 K-애니메이션이 더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기존의 유아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성인 콘텐츠의 가능성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K-애니메이션에 호재입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제작사들이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확보하고 상대적으로 협소한 내수 시장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콘텐츠 유통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뽀롱뽀롱 뽀로로’와 ‘캐치! 티니핑’ 등을 통해 검증된 IP 확장 전략 역시 애니메이션 산업의 수익 다변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K-애니메이션은 여전히 여러 한계를 안고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확대, 웹툰 기반 애니메이션 확대,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업 등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앞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콘텐츠 개발과 안정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이 이뤄진다면 K-애니메이션은 세계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씨네21 이자연 기자의 ‘퇴마록’ 단평은 독특합니다. “마지막까지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퇴마사도 로커스도.” 영화평에 영화 내용이 아닌 ‘퇴마록’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로커스 스튜디오의 이름이 담긴 것이 일견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침을 거듭한, 그럼에도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온 K-애니메이션 산업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퇴마록’이란 결과물을 들고나온 토종 제작사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일은 온당합니다. 14년째 원하지 않은 왕좌를 지키고 있는 ‘마당을 나온 암탉’이 기꺼이 흥행의 왕관을 물려주는 그날을 고대합니다.

홍성윤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간지 기자. ‘걸어다니는 잡학사전’으로 불리며 책 ‘그거 사전’을 썼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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