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관중 1000만, 올해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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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8만 7705명.
2024년 프로야구 KBO리그 총 관중 수다. 1982년에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43번째 시즌 만에 처음으로 대망의 1000만 명 관중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한 시즌 역대 최다 관중이었던 2017년의 840만 688명을 크게 경신한 것이다. 또 한 경기당 평균 관중 수도 최초로 1만 5000명을 넘어섰다.
이런 폭발적인 관중 증가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했고 2024 파리올림픽이 야구가 빠진 채 열리면서 관심이 분산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엇이 ‘흥행 대박’을 불러온 것일까?
아저씨들 스포츠? 이젠 MZ의 스포츠
그동안 야구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도 ‘아저씨들의 스포츠’로 불렸다.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주로 보는 종목이라는 것이다. 다른 종목에 비해 템포가 느리고 경기 시간이 길다는 게 약점이었다. 2017년 미국에서 메이저리그를 TV로 보는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57세였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42세,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40세보다 훨씬 높았다. 일본 야구팬의 ‘주류’도 ‘40대 이상의 남성’이다.
그런데 한국 프로야구는 ‘아저씨들의 스포츠’가 아니다. 20대 청년, 특히 여성 관중이 획기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4년 프로야구 입장권 구매자 중 20대 점유율은 38%에 달했다. 야구장 관중 10명 중 4명이 20대였다는 얘기다. 2019년 전체 티켓 구매자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1.8%로 30대(35.1%), 40대(28.3%)에 비해 뒤처져 있었다. 그런데 5년 사이에 20대 점유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성비’다. 남성이 주류인 미국, 일본과 달리 KBO리그의 관중석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2023년부터 티켓 구매자 중 여성의 비중이 50.7%로 남성을 앞질렀고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더 커졌다. 특히 20대 여성의 증가율이 폭발적이다. 2019년 17.9%에서 해마다 높아져 2024년에는 24% 수준이었다.
그럼 이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인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가성비’를 꼽는 전문가가 많다. 평균 1만 5000원으로 세 시간 이상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해 ‘야구장을 찾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야구장을 자주 찾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응원 문화가 재미있어서(49.3%)’,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39.2%)’, ‘나들이나 데이트 목적으로(31.1%)’, ‘치맥 같은 야구장의 식음 문화가 좋아서(29.4%)’라는 순서로 나타났다.
야구장은 놀이공간
이 밖에도 관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요인은 많다. 경기장 여건이 좋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2014년 챔피언스필드(광주), 2016년 고척스카이돔(서울)과 라이온즈파크(대구), 2019년 NC파크(창원)가 새로 문을 열었다. 2015년 리그에 가입한 KT도 수원구장의 환경을 대폭 개선했다. 올해는 대전에 새 야구장이 들어선다. 서울, 부산, 인천에서도 새 야구장 건설이 추진 중이다.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들은 관중의 증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kt wiz 야구단을 비롯해 다섯 개 종목의 스포츠 구단을 경영하고 있는 kt sports의 이호식 대표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경기적인 요인과 경기 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른바 ‘타고투저’ 현상으로 점수가 많이 나고 역전승이 늘어나며 팬들이 흥미와 스릴을 느끼게 됐다. 또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 도입으로 볼이냐 스트라이크냐는 판정 시비가 거의 사라지면서 시간이 단축된 것도 박진감을 높였다. 각 구단이 신선한 아이디어로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큰 효과를 봤다. 예를 들면 kt의 경우 몇 년 전부터 무더운 여름에 시원한 ‘물대포’를 쏘는 등 ‘워터 페스티벌’ 이벤트를 개최해 호평을 받았다. 또 불꽃 시구를 비롯해 드론·로봇 시구 등 무인 시구를 선보이는 등 경기장을 축제 현장처럼 만든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또 MZ세대에선 야구장에 와서 유니폼 입고 응원하는 것을 촬영해 누리소통망에 올리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야구장이 ‘놀이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단, 더 이상 적자기업이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은 오랫동안 ‘적자기업’으로 인식돼왔다. 1년 운영비가 연간 500억 원 정도 필요한데 모그룹의 재정 지원이 없으면 ‘흑자경영’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양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KIA타이거즈는 최고 스타 김도영 선수의 유니폼 매출 수익만 100억 원 이상을 올렸다. 김도영 연봉(1억 원)의 100배 이상을 번 것이다. 스타를 배출하고 참신한 마케팅을 이용해 관중을 야구장으로 오게 할 경우 이제는 흑자경영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마의 벽’으로 불리는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한 한국 프로야구에 2025년 을사년은 무척 중요한 해다. 만약 올 시즌 관중 수도 지난해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된다면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권종오 SBS 기자
1991년 SBS에 입사해 30년 넘게 축구, 야구, 농구, 골프 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 경기 현장을 누볐다. SBS 유튜브 채널인 ‘스포츠머그’에서 ‘별별스포츠’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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