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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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 입구엔 수백 년 된 팽나무가 있다. 우리는 팽나무 아래에 모여 놀았다. 이 팽나무는 적당한 높이에서 가지가 갈라져서 올라가 놀기에 좋았다. 이 나무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어릴 적 노는 모습도 지켜보았을 것이다.
2017년 이상문학상을 받은 구효서의 중편 ‘풍경소리’에 팽나무가 주요 소재로 나온다.
이 소설은 이은상의 시조 ‘성불사의 밤’을 모티프로 한 것이다. 주인공 미와는 엄마의 죽음 이후 원인 모를 환청에 시달리다 성불사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미와는 깊은 밤 풍경소리를 듣고 절 마당에 있는 거대한 팽나무 그늘 아래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엄마 잃은 슬픔을 치유해간다. 특별한 사건은 생기지 않는다.
절에 온 지 사흘째, 공양주 좌자가 미와에게 “이곳에서는, 왜라고, 묻지, 않습니다”라고 말해준 곳은 팽나무 그늘 아래서였다.
미와가 두릅나물과 표고버섯 무침을 맛있게 먹다 사레가 들려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흘린 곳도 팽나무 아래였다.
‘팽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미와는 눈물을 철철 흘렸다. 저도 멋쩍은지 실실 웃으며. 좌자가 다가와 미와의 등을 천천히 쓸었다. 미와의 다급한 발짝 소리에 놀란 쓰르라미들이 일시에 울음을 그쳤다. 그러자 팽나무 이파리들이 쏴아, 바닷소리를 냈다.’
팽나무가 있어서 가을 산사의 풍경은 더욱 고즈넉해졌고 주인공의 내면 묘사는 더욱 섬세해졌다.
팽나무는 느티나무와 함께 정자나무로 많이 심는 나무다. 전국적으로 어디에서나 자라지만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소금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제주도나 남해안에 가면 정말 멋진 팽나무 고목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미와의 슬픔을 치유한 팽나무도 지금은 사진의 팽나무처럼 잎을 다 떨구고 새봄을 기다릴 것이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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