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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시저·아기상어… 현실에선 ‘멸종위기종’ 동물의 귀여움 뒤 생태 위기를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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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캐릭터 분석하는 수의사 황정삼 씨
어린이들의 대통령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는 실제 어떤 동물과 가장 가까울까? 뽀로로는 날개와 등, 얼굴 가장자리 털이 파란색을 띠는데 지구상에 파란색 털을 가진 펭귄은 단 하나, 쇠푸른펭귄이 있다. 쇠푸른펭귄은 키가 30㎝ 내외에 몸무게가 1.5㎏밖에 되지 않아 ‘요정 펭귄’으로 불린다. 천적으로는 개, 고양이, 족제비, 여우 등이 있다. 그러니 현실 세계에선 사막여우 ‘에디’가 호시탐탐 뽀로로를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온화한 해안가에 서식하는 쇠푸른펭귄은 해가 떠 있을 때 바다로 나가 사냥을 하고 해가 질 때쯤 땅굴로 들어와 쉰다. 사람들이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과 비슷해 호주 필립섬에서는 펭귄들의 앙증맞은 퇴근길 모습을 관광상품으로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만화 속 뽀로로는 추운 얼음나라에 산다. 뽀로로가 옷을 입고 다니며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친구들과 노는 걸 좋아하는 건 아직 추위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푸우’처럼 노란 곰 있을까?… 흥미요소 찾아내 분석
수의사 황정삼 씨는 이처럼 만화 속 캐릭터를 일반인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는 2년 전부터 미디어 속 동물 캐릭터를 분석해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라는 제목으로 온라인에 글을 싣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큰 인기를 끈 ‘펭수’, ‘낄희’부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춘식이’, ‘세숑’, ‘오구’, 영화 ‘혹성탈출’과 ‘해리포터’ 시리즈 등에 등장하는 동물까지 여태 그가 분석한 캐릭터는 130가지가 넘는다. 그는 이를 엮어 지난 8월 ‘귀여움을 뚫고 나온 친구들’이란 책으로도 펴냈다.
황 씨는 펭수가 ‘남극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헤엄쳐왔다’는 설정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황제펭귄이 1년 동안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최대 9000㎞에 달하기 때문이다. 반면 ‘혹성탈출’ 시리즈에서 ‘코바’는 전형적인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보노보 침팬지는 실제로 매우 온순한 동물이다. 아프리카비단뱀이 70㎏의 하이에나를 삼켰다는 기록은 있지만 소설 ‘어린왕자’에서처럼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는 것도 불가능하다(다만 새끼 사슴 정도를 삼키는 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는 “수의학적 정보를 담은 글을 아무런 가공없이 올렸는데 보는 이가 없어 색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면서 “동물 캐릭터 분석을 통해 독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씨가 동물 캐릭터를 분석할 때 중요하게 삼는 것은 실제 동물의 습성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푸우’처럼 실제로 노란색 털을 가진 곰이 존재하는지, 외형상 초식공룡(니게르사우루스)으로 보이는 ‘크롱’은 왜 육식을 하는지, 흰올빼미는 야행성이 아님에도 왜 ‘해리포터’의 ‘헤드위그’는 밤에만 사냥을 나가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설정하고 답변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만화를 그린 이조차 대부분 상상에 의해 만들어낸 동물을 수의학적으로 분석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는 캐릭터 분석을 위해 일을 하지 않을 땐 만화를 보고 각종 이모티콘을 섭렵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며 웃었다.
“수의대에서도 개, 고양이, 소, 말, 닭, 어류, 미생물에 대해서만 배워요. 그러니 수의사라고 해도 모르는 동물이 무척 많죠.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해외 블로그나 논문도 찾아 읽습니다. 그 뒤엔 제 눈에 어색한 부분을 찾아내려고 해요. 지나치게 얼굴이 크거나 다리가 짧은 건 아닌지, 동공의 크기나 눈 색깔은 어떤지 등 먼저 외모를 살펴보고요. 눈물을 흘리지 않는 동물이 울보 캐릭터로 설정됐다면 이와 관련한 습성과 행동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거죠. 공부하면서 저 역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아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오구’를 분석할 땐 오리너구리는 유두가 없어 피부에서 모유가 스며 나오고 이 때문에 알을 낳는 동물임에도 포유류로 분류된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랐습니다. 공룡같이 고대 동물 캐릭터를 분석할 땐 더욱 조심스럽고 어려워요. 다만 정답이 없으니 틀려도 된다는 마음을 갖고 합니다. 누리꾼은 제 분석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특정 캐릭터를 분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반응들이 참 흥미로워요.”



“분석한 동물 대부분 멸종위기 처해 있어”
재미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100종 넘게 분석하다 보니 어느 새 황 씨의 눈엔 실제 동물들이 처한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살펴본 동물 대부분이 멸종위기종이었던 것이다. 그는 “캐릭터로 표현되는 동물은 늘 귀엽고 밝은 모습이지만 그 뒤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개체 수에 따라 멸종위기종을 여러 등급으로 분류한다. ‘위기’에 속하는 아프리카코끼리 ‘낄희’가 현실 세계로 온다면 밀렵꾼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생존경쟁에 내몰려야 한다.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침팬지는 영화 속 주인공 ‘시저’로 등장할 수 없다. 흰올빼미 헤드위그는 ‘취약’ 단계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멸종될 가능성이 높고 같은 단계인 아기상어 역시 현실 속에선 아이들이 노래를 지어 부를 틈도 없이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최근 황제펭귄이 ‘준위협’ 단계에 포함되면서 펭수도 현실적으로 남극에서 살아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IUCN이 지정한 전 세계 멸종위기 동식물은 4만 2100여 종에 이르러요. 동물원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코끼리, 사자, 기린, 호랑이조차 모두 멸종위기종이죠. 심지어 이들은 북극곰보다 더 높은 위기 단계에 속해요. 야생에서 밀렵에 취약한 탓이에요. 동물원을 없앨 수 없다면 멸종위기 동물들이 쉬어가거나 치료받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멸종위기 동물이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거예요. 실생활에서 쓰레기를 덜 배출하고 채식이나 소식을 하는 습관도 환경을 보존하고 서식지 파괴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동물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 외에 황 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림을 그려 누리소통망(SNS)에 올리는 것이다. 특히 많은 이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누구나 아는 세계적 명화들을 오마주(헌정 인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앙리 마티스의 ‘춤’ 속 손을 붙잡고 춤추고 있는 사람들과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민중을 사자, 기린, 코끼리, 쿼카, 아홀로틀(우파루파) 등 멸종위기 동물로 바꿔 표현하는 식이다. 또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은 동물들이 황폐해진 땅에 나무를 심는 모습으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마스크를 쓴 소녀의 모습으로 패러디해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황 씨는 “멸종위기 동물은 전 세계적 문제인 만큼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준다”면서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바로 그 동물이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간을 위해서도 다양한 종 어울려 살아야”
병원에서 매일 수많은 반려동물을 만나는 황 씨는 반려동물 유기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 국내에서 한 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집계되는 숫자만 10만 마리가 넘는다. 지방자치단체 유기동물 보호소로 흘러들어오는 동물 중 약 43%는 자연사 혹은 안락사로 슬픈 결말을 맞이한다(농림축산검역본부 2022년 조사). 황 씨는 “길고양이는 집고양이가 될 수 있지만 집고양이가 길고양이가 되기는 어렵고, 떠돌이 개는 반려견이 될 수 있지만 반려견은 떠돌이 개가 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사람 손에서 자란 동물은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큰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게 된다는 뜻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반려동물 영업 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파양을 막기 위해 예비 반려 가족을 대상으로 입양 전 교육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수의사 관점에서도 이는 무분별한 동물 입양과 무책임한 파양을 막기 위해 반드시 도입돼야 할 제도다. 황 씨는 “반려동물을 버리게 되면 쉽게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입양 전부터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우리가 실제로 접하는 동물은 반려동물에 국한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회엔 전시동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 무척 많아요. 당장 그 동물을 모두 해방시킬 순 없지만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야죠. 무엇보다 종 다양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지구에 소, 돼지, 닭 등 가축만 남으면 어떻게 될까요? 전염병이 한 번 돌면 이는 곧장 식량 위기로 이어질 겁니다. 대체재가 없으니까요. 포식자가 멸종된 생태계는 자연환경도 황폐해지기 쉬워요. 결국 모든 게 인간의 위기로 귀결됩니다. 전 세계가 이제는 발전이 아닌 안정화를 추구해야 할 때예요.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는 자연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결정권은 인간이 쥐고 있어요. 이제 행동에 나서야죠.”

조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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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82종… 국립생태원 통계자료집·도감 배포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통계자료집과 도감, 포스터로 제작해 8월부터 학교, 관공서, 연구기관 등에 배포했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모두 282종으로 2022년 12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으로 확정됐다. Ⅰ급은 총 68종으로 늑대·반달가슴곰·수달·여우·호랑이 등이 있으며 Ⅱ급은 총 214종으로 물개·독수리·소똥구리·구렁이 등이 속한다.
통계자료집은 시·도별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분포 현황과 비율 등을 그림과 도표를 통해 상세하게 안내한다. 특히 ‘한눈에 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도감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등급 및 지정·관리 현황 ▲위협 요인 ▲형태 및 생태 등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포스터는 모든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등급과 분류군별로 구분해 대표 사진과 함께 담았다.
이 같은 자료는 국립생태원 누리집(www.nie.re.k)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이번 자료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관심과 보전 활동에 활용되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한편 체계적인 보호활동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에서 해제되는 종이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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