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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아동·청소년 글로벌 미래인재로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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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다문화 아동·청소년 예산 2.6배 증가…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어릴 적 한국에 온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A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지역아동센터 공부방에서 대학생 선생님을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5년 가까이 이어졌고 공부방 선생님은 그의 인생 멘토가 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방 선생님은 그에게 맞는 대학 입학 전형을 조언했고 맞춤형으로 입시를 준비한 그는 결국 선생님과 같은 대학에 합격했다. 대학생이 된 그는 다시 지역아동센터로 돌아와 공부방 선생님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소외계층인 다문화 아동·청소년 등을 돕는 소셜벤처 ‘점프’의 사례다. 2011년 고용노동부의 ‘청년 등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1기에 선정된 점프는 현재까지 약 1만 3000명의 학생을 대학생 선생님과 연결했다. 앞선 사례처럼 공부방의 학생이 자라 다시 선생님이 되는 일을 점프에서는 ‘이어달리기’라고 부른다. 점프의 장학샘(대학생 선생님)을 만난 다문화 청소년이 대학에 들어가 장학샘이 돼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을 돕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점프는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지원한다. 2021년부터는 규모가 더 확대돼 매년 3000여 명의 학생이 공부방에서 선생님을 만난다.
학령기인 7~18세 다문화가족 아동·청소년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2022년 다문화 학생 수는 16만 8645명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처음 통계조사를 시작한 2012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교육통계에서 다문화 아동·청소년은 국내 출생의 경우와 중도에 입국한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경제적 이유로 유입되는 외국인가정의 자녀를 뜻한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면 전체 학생 수는 감소했지만 다문화 아동·청소년 수는 연평균 13.6% 증가했다.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 학생의 비중은 2012년 0.7%에서 2022년 약 3.19%로 상승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문화가족 자녀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40.5%로 국민 전체 취학률(71.5%)보다 31%포인트 낮았다.



다문화 아동·청소년 맞춤 지원 예산 568억 편성
늘어나는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이들의 성공적인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정부가 투자를 대폭 늘린다. 여성가족부는 2024년 다문화 아동·청소년 맞춤형 지원 예산으로 올해 정부 예산 대비 346억 원 늘어난 568억 원을 편성하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는 윤석열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다문화가족 자녀 맞춤형 지원체계 강화’ 의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여가부 관계자는 “다문화 아동과 청소년의 학력 격차를 줄이고 다문화 아동·청소년이 글로벌 미래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가 3년 주기로 실시하는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2021)’에 따르면 대다수의 다문화가족은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88.1%의 응답자가 ‘자녀양육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로 ‘자녀의 학습지도와 관리의 어려움(50.4%)’, ‘학업, 진학, 진로 등에 대한 정보부족(37.6%)’ 등을 꼽았다. 여가부는 2022년부터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학교 적응과 진로설계를 돕기 위해 기초학습 지원, 정서·진로상담 사업을 만들어 지원했고 4391명의 다문화 아동·청소년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부산 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기초학습 지원에 참여한 학부모는 “맞벌이로 자녀 학습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학습에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기초학습 지원 사업을 통해 아이가 수업에 재미를 느끼고 학교 수업에서 잘 몰랐던 부분을 복습할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경기 부천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정서·진로상담에 참여한 다문화 청소년은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어려웠지만 강사님이 좋아하는 것이 많으면 ‘마음부자’라고 말해주셨다. 한 달 전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는데 재미있다. 나중에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만 참여 희망자 수에 비해 모집 인원 규모가 적고 일부 지역의 경우 접근이 어려워 프로그램 확대를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다. 먼저 다문화가족 자녀의 취학 전·초등기 기초학습 지원 운영센터를 168곳으로 늘리고 사업대상도 초등 고학년까지 넓혔다. 청소년기 정서·진로상담도 143곳으로 확대했다. 또 5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이중언어교실을 확충하는 등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강점이 될 수 있는 이중언어 학습 지원을 확대하도록 했다.
점프에서 대학생 선생님과 공부방 학생을 매칭하는 역할을 하는 한서영 그룹장은 “다문화 아동·청소년의 경우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교육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아동의 모국어 구사가 가능하거나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선생님을 매칭해주면 아이들이 언어가 서툴러서 숨기던 마음을 터놓는다. 결과적으로 정서가 안정되면서 학습 능률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 적응 돕는 멘토링 인원 2배 확대
교육현장은 다민족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교육부는 전교생이 100명 넘는 학교를 대상으로 전교생의 30% 이상이 이주배경 학생인 곳을 ‘다문화 밀집학교’로 정의했다. 2022년 전교생의 30% 이상이 다문화가정을 비롯해 해외 출신인 부모를 둔 ‘이주배경 학생’으로 채워진 초·중·고는 71곳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38곳에서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경기 안산시에 8곳, 경기 시흥시에 8곳,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에 각각 5곳으로 몰려 있다. 전교생 규모와 상관없이 이주배경 학생으로만 채워진 학교도 초등학교 9곳, 중학교 1곳이다. 정부는 출신 배경에 관계없이 한국에서 차별 없는 교육을 받도록 한국어교육을 강화하고 저소득 우수 학생에게는 대학 졸업까지 장학금을 줄 계획이다. 또 중위소득 50% 초과 100% 이하 저소득 다문화가족의 초·중·고 자녀 6만여 명을 대상으로 초등학생 연 40만 원, 중학생 연 50만 원, 고등학생 연 60만 원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다문화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길잡이, 즉 멘토링 인원도 4000명에서 800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문화 멘토링은 다문화 학생과 대학생을 1대1 매칭해 다문화 학생의 적응을 돕고 기초학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서영 그룹장은 “1대1 혹은 소그룹 단위로 선생님을 매칭해 관계가 1년 이상 지속되도록 지원해주면 아동의 성장이나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학습을 돕는 것 같지만 결국은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더 건강한 내면을 가지고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들도 누군가 의지할 곳이 생기면 밝아진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인구의 날을 맞아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다문화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3.2%에서 2040년 4.3%로 상승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유소년 인구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다양한 이주배경을 가진 다문화 학생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포용하고 인재로 기르는 일은 교육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과제가 됐다. 이들이 사회의 인재가 되면 도움을 받은 자에서 돕는 자로 선순환이 일어난다. 특히 중도입국이 아닌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족의 아이들은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여긴다. 점프 측은 “다문화 학생을 위한 정책이 세분화·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과제는 다문화 아동·청소년이 한국이라는 하나의 문화 안에서 구분되지 않고 어울려 살아가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이라며 “해결책은 문제나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와 현장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슬기 기자

박스기사
한국폴리텍대학의 다문화 청소년 교육
맞춤형 교육으로 취업률 높이고 자립 돕고



다문화 청소년에게 맞춤형 교육이 지속되면 성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한국폴리텍대학이 충북 제천시에 세운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기술계 대안학교인 다솜고등학교의 경우 10년 연속 자격취득률 100%를 달성했다. 다솜고의 평균 취업률은 82.4%로 학생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에 성공했다. 다솜고 학생들은 1개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고 2024년 1월 졸업을 앞둔 3학년생 42명은 전원 국가기술자격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에너지설비과 3학년 이경욱 군은 피복아크용접기능사, 특수용접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등 3개 자격을 취득했고 한국사 2급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는 “나만의 기술력을 계속 키워서 철도 관련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다. 졸업 전 2개의 자격을 추가로 취득해 꿈을 이루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15∼24세 다문화가족 자녀의 고용률은 20.9%로 동일 연령대 고용률인 27%보다 낮았다. 한국폴리텍대학은 2024년부터 다문화가족 자녀에 대한 맞춤형 직업훈련을 늘려 이들의 사회 진출과 경제·사회적 자립을 지원한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 ‘다문화 자녀 특화 직업훈련’ 사업으로 22억 원을 편성했다. 폴리텍은 다솜고의 운영 비결을 살려 만 18~24세 다문화 자녀 200명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기술교육과 한국어, 직장문화 등 다문화 자녀의 사회 적응을 위한 맞춤형 교과를 개발해 6개월간 교육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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