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새해 희망 배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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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싣고 골목골목 위기가구를 찾아라
복지등기집배원이 달린다
“계십니까?”
경북 상주시 낙동면 상촌리. 상주우체국 김진찬 집배2팀장이 마을 골목길 안에 있는 한 집의 문을 두드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서 한 어르신이 문을 열고 나왔다.
“○○○ 어르신 맞으시죠? 어르신 앞으로 복지등기가 와서 우체국에서 배달하러 왔습니다.”
복지등기는 복지 정보가 포함된 등기우편물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에 전기요금을 장기간 체납했거나 병원비 지출이 급증한 위기 징후 가구 또는 독거가구 등에 한 달에 1~2회 복지 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발송하면 집배원이 이를 배달하면서 해당 가구의 주거환경과 생활실태 등을 파악하는 체크리스트(위기가구 실태 파악 항목)를 작성해 회신한다.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해당 가구에 필요한 공공·민간 복지서비스를 연계하는 등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2022년 7월 부산 영도구와 전남 영광군, 서울 종로구 등 8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이 같은 ‘복지등기 우편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2023년 4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됐고 2024년 12월 현재 86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복지 대상자들의 경우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제도가 있어도 막상 지자체의 손길이 닿기 어렵다.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는 동네 사정에 밝은 집배원들의 기동력을 활용해 대상자 발굴이나 제도 연계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를 통해 위기가구의 비극적 사고나 고독사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2024년 11월 기준 배달된 복지등기는 16만 2764건(누적)에 달한다. 이 중 3만 9512가구가 위기가구로 파악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과 차상위계층 신청, 소득·돌봄·의료 상담 등의 지원을 받았다. 상주우체국은 2022년 12월 상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3년 4월부터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를 시작했다. 상주우체국 안용희 물류실장은 “상주시는 고령인구가 많고 1인가구, 외딴 가구도 많은 지역”이라며 “집배원들이 복지등기를 배달하며 위기 징후를 꼼꼼히 살피고 지자체에 정보를 잘 전달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상주우체국은 이를 위해 소속 집배원들이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집배 가방도 새롭게 제작했다.
김 팀장이 이날 복지등기 배달을 위해 찾은 집에는 90대 할머니가 혼자서 생활하고 있었다. 김 팀장은 집배업무용 PDA(개인휴대단말기)를 이용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먼저 눈으로 관찰한 어르신의 주거 환경과 특징 등을 입력했다. ‘집에 불이 켜져 있거나 TV 소리가 나는데 정작 인기척은 없다’와 같은 정보는 고독사의 가장 큰 징후 가운데 하나다. 이전에 배달한 우편물이 여전히 쌓여 있다거나 현관문 앞에서 악취가 나는 등의 정보도 마찬가지다. 직접 물어서 작성해야 하는 항목도 있다. 아픈 곳이 있다거나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자세히 기록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지도 묻는다. 이날 김 팀장이 할머니 집을 둘러보고 대화를 통해 작성한 체크리스트는 상주시청으로 전달돼 담당 공무원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복지등기를 배달하면서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다.
복지등기를 배달할 때는 집 주변부터 꼼꼼히 살펴본다. 눈으로 자세히 보고 복지등기를 받는 대상자와도 대화를 통해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직접 입력하기도 한다.
복지등기 배달이 힘들지는 않나?
상주우체국에선 복지등기를 한 달에 150여 통 배달하는데 집배원 한 명당 5~10여 통에 불과하다. 기존 업무를 하면서 크게 부담이 되는 양은 아니다. 체크리스트 작성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복지등기를 배달하다보니 사명감도 생기고 책임감이 생겨서 보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복지등기를 배달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우편물 배달을 위해 하루 70~80㎞를 이동한다. 멀리 떨어진 마을까지 가려면 시간이 없다. 복지등기를 배달할 때도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살펴보려고 한다. 처음 가는 집이라면 가능한 한 질문을 많이 해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전달하려고 한다. 꼭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복지등기를 배달하면서 생긴 변화가 있다면.
요즘 집배원이 배달하는 우편물 중에 반가운 게 하나도 없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우리가 배달하는 게 전기·수도요금 고지서나 범칙금, 내용증명, 법원 서류 등이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또 돈 받으러 왔나” 하는 분도 있다. 그런데 복지등기 우편서비스 덕에 우리나 우편물을 반기는 분들이 생겼다.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반가워한다. 내가 배달하는 우편물이 희망을 배달한다는 보람을 느낀다.
팀장님도 달라진 게 있나?
복지등기를 배달하지 않을 때도 인기척이 없는데 불이 켜져 있거나 TV 소리가 나는 집을 눈여겨보게 된다. 집 앞에 술병이 쌓여 있는 집도 마찬가지다. 상주는 인구 30% 이상이 고령층이고 1인가구도 많다. 외떨어진 집도 많다.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구석구석 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집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해도 요청 못하는 집은 없는지 살펴보곤 한다. 위기 징후가 보여서 복지등기가 올 법하다 싶은 집에 얼마 있다 복지등기를 배달하는 일도 더러 생긴다.
집배원의 방문을 반기지 않거나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일단 배달을 나가도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 배달을 가면 부재중인 집이 대부분이다. 집에 사람이 있어도 집배원에게 문을 안 열어주는 경우도 많다. 가끔 문을 열어줘도 술에 취해 있는 분도 있다. 그러면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거나 대화를 하기 어려울 땐 주변 위생 상태나 쌓인 우편물 등을 확인해 최대한 위기가구의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다.
복지등기를 배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집배원들은 외떨어진 집과 마을을 구석구석 다닌다. 그러다보니 집배원들의 기동력과 인적자원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서비스가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뱅킹을 하지 못해서 공과금을 내지 못하는 어르신을 돕거나 고독사 위험이 있는 혼자 사는 노인들의 안부를 체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아예 복지 전담 집배원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강정미 기자
복지등기 우편서비스는?
집배원이 복지 사각지대가 의심되는 가구에 복지정보가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이를 통해 위기 징후를 파악해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면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는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한다. 이 사업은 현재 86개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2024년 11월까지 16만 2764가구에 복지등기 우편이 전달됐고 이 중 4만여 가구가 복지 위기가구로 파악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과 차상위계층 신청, 소득·돌봄·의료상담 등의 지원을 받았다.
“복지 위기상황? 이제 앱으로 알리세요!”
경제적 어려움, 건강 문제, 고립, 고독 등 복지 위기상황을 휴대전화를 통해 신속하게 알릴 수 있도록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본인 또는 이웃이 앱을 통해 현재 겪고 있는 복지 위기상황과 도움이 필요한 내용을 작성해 신청하면 신청 당시 확인된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관할 주민센터의 담당자가 연락해 상담을 진행하고 상담 결과에 따라 지원 가능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거나 연계해준다.
이 앱은 부득이하게 신원 밝히기를 꺼리는 경우를 고려해 익명 신청 기능도 제공한다.
복지위기알림 앱은 앱스토어,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거나 QR코드를 통해 설치할 수 있다. 간단한 회원 가입을 거치거나 비회원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대국민 복지정보 제공 포털인 복지로(www.bokjiro.go.kr)에서도 앱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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