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디지털 질서 이끌 선도 국가로! ‘디지털 권리장전’에 뭐가 담겨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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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대에서 열린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디지털 권리장전에 담길 5가지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이란 인류가 새롭게 맞이한 디지털 세계에 적용될 질서 규범을 명문화한 것을 말한다. 꼭 1년 전인 2022년 9월 21일 윤 대통령은 같은 장소에서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질서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른바 ‘뉴욕 구상’으로 불리는 2022년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디지털 권리장전이 필요한 이유가 상세히 제시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디지털 변화를 수용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디지털 질서가 필요하다”며 “디지털 기술이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규범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디지털 전략을 정밀하게 수립하고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결집해서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위한 논의를 꾸준히 이어나갔다. 1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4월 미국 하버드대학 연설, 6월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 기조연설 등을 통해서 세계적인 석학, 과학자, 기업인, 미래세대들과 만나 새로운 디지털 질서에 대해 논의했다. 정부도 분야별 석학 등과 추진체계를 구성하고 ‘디지털 신질서 협의체’를 운영하는 등 윤 대통령의 디지털 구상을 실현시켜 나갔다.
9월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디지털 권리장전은 이런 배경 아래 제정됐다. 디지털 권리장전의 정식 명칭은 ‘디지털 공동번영사회의 가치와 원칙에 관한 헌장’이다. 디지털 질서와 관련된 헌장은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선진국에도 있다. 우리의 헌장은 글로벌 공동의 가치를 반영하면서도 디지털 혁신의 경험과 철학을 담아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중심의 논의를 넘어 문해력(리터러시) 향상, 격차 해소 등 디지털 전반의 이슈를 포함하고 국제 연대·협력을 통한 인류 후생의 증진 등의 원칙과 권리를 규정했다는 특징이 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권리장전은 전문과 6개 장으로 나뉜다. 전문에서는 변화의 시기 새로운 규범이 요구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디지털 공동번영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가치와 원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기본원칙이 규정된 것이 제1장이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 보장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자율과 창의 기반의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이다.
제2장부터 제6장까지는 제1장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기본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국가·기업·시민의 책무를 세부 원칙의 형태로 규정했다. 자유를 보장받고 다양성을 존중받으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져야 하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며 지속가능한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규범 선도하는 디지털 모범국가로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은 ‘자유와 권리’다. 제1장 제1조에서는 “디지털 사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하며 모든 사람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누구나 차별 없이 디지털 환경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다양성이 존중받고 자신에 관한 정보는 통제돼야 한다.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서 안전하게 근로하는 동시에 휴식은 보장받아야 한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급속도로 발전한 디지털 사회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원칙과 규범도 담고 있다. 제2장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에 따르면 우리는 디지털 양극화로 인한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 모두발언에서 “디지털의 개발과 사용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디지털 사용 능력에 대한 격차 해소 방안이 국제적 차원에서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제3장 제14조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과 제16조 사회 안전망 강화에 반영돼 있다. 제14조에서는 디지털 격차가 해소돼야 하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교육의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동시에 디지털 환경으로의 변화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제16조에서는 “디지털 심화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불평등 완화를 비롯해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짜뉴스를 비롯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 정보를 막는 것도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윤 대통령은 ‘뉴욕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AI와 디지털의 오남용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또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유시장질서가 위협받게 되며 우리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삶 또한 위협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4장 제20조에서는 이와 관련해 건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책무와 함께 디지털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적인 수단과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윤리·규범 넘어 미래사회 청사진 제시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또 있다. 제5장 ‘자율과 창의 기반의 디지털 혁신의 촉진’이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의 경험이 담긴 조항들이다. 제5장 제23조에서는 합리적인 규제체계가 형성되고 불합리한 규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의 디지털 권리장전은 단지 윤리·규범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전 세계 인류의 후생을 위한 것이다. 국가 간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국제사회와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디지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들은 디지털 사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세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윤 대통령은 9월 25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새로운 규범과 표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 논의를 주도한 나라가 예외없이 해당 기술과 산업 발전을 주도해왔다”며 “새로운 AI, 디지털 규범의 정립과 국제기구의 설립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으로 디지털 사회의 규범을 선도해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사회의 윤리·규범적 기준을 누가 세우느냐에 전 세계의 리더십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환경의 윤리·규범을 선도하는 국가가 세계적인 리더가 된다. 이를 반영해 우리의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국가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사회, 국가 간 디지털 격차 해소, 디지털 국제규범 등을 위한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의 전문 마지막 문단에서 천명한 것이 ‘디지털 모범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이다. 전문은 “디지털 모범국가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은 디지털 공동번영사회를 함께 이뤄나갈 것을 세계 시민 앞에 제안하며, 인류가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와 원칙을 아래와 같이 선언한다”로 끝이 난다.
김효정 기자
박스기사
디지털규범에 대한 글로벌 경쟁 치열… 美·EU도 선언 잇따라
정부는 인공지능(AI)·디지털 규범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규범 논의를 주도할 계획이다. 먼저 10월 16일부터 서울에서 이틀간 개최되는 유엔 GDC(Global Digital Compact) 포럼에서 전 세계에 디지털 권리장전을 소개한다. 11월에는 영국에서 열리는 ‘AI 안전 정상회의’와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 권리 워크숍’에서도 거버넌스 논의에 적극 참여해 디지털 권리장전의 내용과 방향을 적극 반영해나갈 예정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 관련 헌장이나 선언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9월 18일 ‘AI 7대 원칙’을 발표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빅테크 기업이 AI 모델을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원칙이다. 개발자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빅테크가 폐쇄적인 플랫폼 안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독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은 2022년 10월 ‘AI 권리장전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AI와 관련한 인권보호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사생활을 보호하고 알고리즘을 통한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I 프로그램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체할 수 있는 사람과 신속하게 연락해야 한다는 내용에서는 기술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2년 12월 ‘디지털 권리 및 원칙에 관한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은 EU 시민의 권리와 자유, 유럽적 가치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든 가이드라인이다. 인간중심주의와 단결·포용 등의 가치를 강조하고 온라인상 선택의 자유와 안전·보안 등을 확대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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