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에도 새로운 장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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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귀여운 그림을 봤다. 도토리가 든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가는 사람을 향해 다람쥐가 손가락질하며 노발대발하는 모습에 빙글빙글 웃음이 나왔다. ‘초등학생치고 솜씨가 제법인걸?’ 하는 생각도 잠시, 한 산악 잡지 기자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도토리를 허가 없이 줍는 건 불법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썼는데 딱 맞는 관련 사진이 없어 직접 그렸단다. 그의 비범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연재하는 칼럼의 제목이 ‘등산 시렁’이었다. 산악 잡지 칼럼 제목이 ‘등산 시렁’이라니. 일자리를 잃을 것이 두려워 ‘쓰기 시렁’이라는 소리를 애써 삼키는 나에게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칼럼의 내용 역시 제목만큼 파격적이었다. 산을 싫어하는 사람을 모아 산악회 결성하기, 서먹한 친구와 산행하며 관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기, 지인과 산 중턱에 앉아 허공에 장난감 낚싯대를 드리운 채 시간 낚기, 심지어는 등산하다 만난 달팽이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한다. 그는 산에 가서 등산만 하기는 싫어 딴짓을 벌였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등산’은 ‘운동, 놀이, 탐험 따위의 목적으로 산에 오름’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무엇을 목적으로 하든 산에 발을 들여놓기만 한다면 등산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딴짓을 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등산의 한 장르를 발굴한 것이다.
윤성중 기자의 멋지고도 이상한 칼럼이 책(‘등산 시렁’, 안온북스)으로 묶였다. 내 책이 출간된 것처럼 기뻐하며 친구에게 선물했다. 친구의 소감은 다음과 같았다. “대단히 인상 깊지는 않은데?” 그래, 엄청난 유머나 벅찬 감동은 이 책과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만 이 책에 마음이 가는 걸까. 그 이유는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산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이뤄지는 대화와는 좀 다른 것 같다. 왜냐하면 여긴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니까. 개미가 지나다니기도 하고 새들이 머리 위로 휙 날아가기도 하니까. (중략) 이런 것들이 우리를 다른 식으로 건드리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쓰인 다른 이야기가 나의 다른 곳을 건드린 모양이다.
그림 그리기가 특기인 윤성중 기자는 산에 가고 싶은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만화를 그려뒀다. 나는 그의 안내에 따라 집과 가장 가까운 산을 고르고, 친구에게 전화해 산행 약속을 잡고, 오르막을 천천히 오르며 경치를 구경했다. 우리는 이름 모를 나무 아래에 놓인 자그마한 싸리 빗자루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이거 뭔지 알지? 옛날 만화에서 도깨비한테 홀려가지고 나무랑 씨름하잖아. 이거 그 도깨비가 빗자루로 변한 거다!” 나무를 붙잡고 씨름하는 시늉을 하는 나를 보며 친구가 낄낄 웃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도대체 무얼 하는 거냐는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셨다. 뭘 하긴요. 등산 중입니다.
이주윤
여러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다 보니 글쓰기를 업으로 삼게 됐다.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문해력’ 등의 책을 썼다.
새책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나민애(페이지2북스)
말할 줄 아니까, 학교를 다니면서 배웠으니까 국어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 서울대 기초교육원 나민애 교수는 “국어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대 강의 평가 1위에 오른 그가 책을 통해 국어 공부의 재미를 전한다. 저자가 직접 선정한 교과서 속 문학작품부터 시·소설·동화를 통해 찾는 독서의 쓸모,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자기소개서·서평·이메일 쓰기 등의 실용 글쓰기 방법 등이 한 권에 집약됐다. 국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만 쓰는 이들, 국어와 친해지지 못한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엄마의 얼굴
김재원(달먹는토끼)
아침을 여는 남자, KBS ‘아침마당’ 김재원 아나운서가 가족을 애도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세 살에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서른세 살에 아버지를 여읜 그는 “그리움은 오래된 애도”라고 말한다. 총 83편으로 이뤄진 길고 짧은 이야기 속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 30년 넘게 베테랑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말의 중요성에 대해 느끼며 쓴 글, 50여 개국을 여행하며 메모한 단상이 녹아 있다.
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
조영태(김영사)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인 저자가 인구 감소 시대에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알아야 할 인구학의 핵심을 담았다. 그는 “개인도 진로 준비, 사업 계획, 자녀 교육 등에 인구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구 감소라는 정해진 미래는 정말 위기이기만 할까?’라는 물음 뒤에 미래 직업 찾기, 미래 시장 공략하기, 잘파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가 주인공인 세상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런 결혼도(圖)
이다혜(인디펍)
평범한 K-장녀이자 K-직장인인 저자는 사회 속에 조용히 휩쓸리며 살아가다가 비로소 용기를 내기로 했다. 결혼은 한다. 다만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
남들이 하니까 하는 똑같은 결혼식 대신 우리만 할 수 있는 결혼의 방식을 찾아가는 10년 차 커플의 우당탕당 ‘노웨딩’ 여정을 담았다.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자신만의 결혼도(圖)를 그릴 것을 제안한다. 조윤 기자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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