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이 사랑한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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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야사모’에서 매년 제일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제주도 ‘산방’ 님이다. 산방 님은
새해 첫날 즈음 친정집 앞에서 만나는 수선화 사진을 올려 회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수선화 두 종류 중 거문도 수선화는 빠르면 1월 말부터 피지만 제주도 수선화는 더 일찍, 이르면 12월 말부터 피기 때문이다.
거문도와 제주도는 거리상 그리 멀지 않지만 수선화 꽃 모양은 상당히 다르다. 거문도 수선화는 흰색 꽃잎에 컵 모양의 노란색 부화관이 조화를 이룬 금잔옥대(金盞玉臺)지만 제주도 수선화는 부화관 없이 꽃잎이 여러 겹으로 가운데에 오글오글 모여 있는 형태다. 제주도에는 이 수선화가 널려 있어서 제주도에 유배 간 추사 김정희가 “(귀한 수선화를) 소와 말에게 먹이거나 보리밭에 나면 원수 보듯 파낸다”고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김연수 작가의 장편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은 해방 이후 북한에 잔류한 백석이 체제에 대한 소극적인 저항으로 시를 쓰지 않다가
1956년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후 7년을 다루고 있다. 이 소설에 백석이 1935년 첫 시집을 내려고 준비할 때 시집 제목을 ‘저문 6월의 수선’으로 하려 했다는 대목이 있다.
백석이 사랑한 여인으로 기생 자야와 함께 통영 출신 여학생 박경련이 유명하다. 백석은 통영까지 내려가 박경련에게 청혼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백석은 여러 글에서 박경련을 ‘나의 수선’으로 표현했다. 이런 사연이면 백석이 가장 사랑한 꽃으로 수선화를 꼽아도 문제없을 것 같다. 수선화는 백석이 한 수필에서 표현한 ‘머리가 까맣고 눈이 크고 코가 높고
목이 패고 키가 호리낭창한’ 통영 아가씨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글·사진 김민철
야생화와 문학을 사랑하는 일간지 기자. 저서로 ‘꽃으로 박완서를 읽다’, ‘문학 속에 핀 꽃들’, ‘문학이 사랑한 꽃들’ 등 다수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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