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서 팝콘향이? “도공의 마음으로 향 나는 쌀 품종 개발 20년 공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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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미 쌀 ‘골든퀸3호’로 대통령상 받은 시드피아 조유현 대표
쌀에서 향이 난다. 은은하게 퍼지는 구수한 향이 누룽지 같기도 팝콘 같기도 하다. 놀라운 건 쌀에서 나는 향이 착향료에 의한 것이 아닌 쌀 고유의 향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종자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대한민국우수품종상 대통령상을 받은 시드피아의 벼 품종 골든퀸3호다. 민간 최초로 향이 나는 품종을 개발하고 상업화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쌀 육종가인 조유현 시드피아 대표는 일본에서 벼 육종 연구를 마치고 돌아와 20여 년간 육종에 전념하고 있다. 골든퀸3호는 조 대표의 오랜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다. 골든퀸은 현재까지 육종 소재로 이용한 적 없는 국내 야생 재래종으로 만들어 구수한 향뿐만 아니라 밥맛이 우수하고 윤기와 찰기도 있어 인기다. 호텔과 레스토랑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국산 향미 쌀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시드피아는 골든퀸 이전에도 진상벼, 천지향 등 다양한 벼 품종을 개발해 시장에 내놨다. 이들 벼는 향과 맛이 좋아 시장에서 인기가 높고 다른 벼 품종에 비해 수매가가 높았다. 또한 품종에 대한 로열티를 농가가 아닌 유통업체가 부담하도록 구조를 설계해 농민들이 부담 없이 좋은 품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조 대표는 “K-푸드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쌀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새로운 풍미의 밥을 맛보고 농가들은 좋은 가격으로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윈윈 구조를 만들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쌀 육종가로 20여 년간 새 품종 개발에 힘써왔다. 쌀 육종에 발을 들인 건 언제인가?
충남 서천군에서 부모님이 쌀농사를 지었다. 일손이 부족할 때마다 도와드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쌀 육종에 관심을 두게 됐다.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향신료를 연구했다. 이어 일본 규슈대학에서 유전자원개발관리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으며 각국의 벼 유전자원으로부터 향미에 대한 신소재를 선발하는 연구를 했다. 연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2011년 시드피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쌀 육종을 시작했다.
향미 쌀을 만든 계기가 있나?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쌀의 대부분은 일본의 고시히카리에서 왔다. 보편적인 맛을 내는 쌀이다. 우리의 오리지널 쌀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재배하기 쉬운 계통 개발부터 시작해 육종기법을 활용해 새 품종 개발에 몰두했다. 쌀 신품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존의 쌀보다 소득이 높아야 한다. 차별화 전략과 고품질화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값이 더 비싸더라도 소비자가 찾는 쌀을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맛을 가지고 경쟁할 때 나는 향을 바라봤다. 향은 맛과 어우러져 풍미를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치킨을 먹을 때도 향이 있어야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다만 향은 호불호가 있다. 한국인이 선호할 만한 향 자원을 찾아내 고품질 쌀 시장을 열어나가겠다는 목표로 20년 가까이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골든퀸이 탄생했다. 골든퀸을 필두로 프리미엄급 시장을 공략해 판로를 개척 중이고 현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쌀을 소비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무엇보다 쌀 맛이 중요하다.
향미 쌀이 부가가치를 높이는 품종이 되고 세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쌀의 품질도 놓칠 수 없는 과제였다. 품종을 개발하며 소비자의 기호성을 먼저 살폈다.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자가 해당 품종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밥맛이 좋은 진상벼를 먼저 개발하고 육종법을 통해 향이 나고 재배가 용이한 골든퀸을 개발했다.
골든퀸의 모태 품종이 진상벼인가?
맛은 진상벼에서 가져왔고 향은 오리지널 야생 재래 벼의 단점을 보완해 독자적인 새로운 유전자형의 개통을 가지고 왔다. 재래 벼의 단점을 보완해서 계통을 새롭게 만든 게 천지향1세다. 골든퀸은 진상벼와 천지향1세를 교배해서 만든 것이다. 골든퀸도 모태 품종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쌀을 개발할 수 있다. 현재 시드피아에서는 1000가지 이상의 계통을 식재했고 이는 차세대 품종 개발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벼 품종은 골든퀸3호다. 1호와 2호도 있나?
골든퀸1호는 없다. 특허 과정에서 누군가 먼저 골든퀸이란 명칭을 쓴 사실을 알게 됐고 1호를 생략해 2호와 3호만 썼다. 둘의 차이는 숙기(벼가 익는 시기)로 구분하는데 빠른 게 2호, 느린 게 3호다.
벼 익는 시기에 따라 어떤 차이를 보이나?
2호와 3호의 맛과 향은 동일하다. 다만 벼가 빠르게 익으면 식감이 부드럽고 늦으면 늦을수록 쫄깃해진다. 우리나라는 추석에 햅쌀을 올리는 풍습이 있다. 국민의 선호도를 만족시키고자 더 빨리 익는 2호를 내놨다.
향미 쌀로 국내 쌀 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고시히카리는 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전략적으로 재배해 판매·유통했다. 국내에서 고급미로 자리 잡는 데만 15년이 넘게 걸렸다. 골든퀸3호는 불과 5~6년 만에 고급미로 상품화에 성공했다. 지금은 경기 화성시를 중심으로 재배 및 보급하고 있다. 진상벼는 여주에서 지역 특허 벼로 자리 잡았다.
비결이 뭔가?
국민 정서에 맞는 맛과 향에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에게 쉽게 각인돼서 다른 품종보다 빠르게 자리 잡았다고 본다.
골든퀸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
골든퀸은 부드러우면서도 찰진 멥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 식감을 갖고 있다. 식어도 촉촉한 느낌과 진한 밥 향기가 남아 있는 게 특징이다. 골든퀸으로 지은 밥을 먹어본 소비자들은 하나같이 ‘고소한 팝콘 향기가 나고 식어도 밥맛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평한다. 입맛에 따라, 취향에 따라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골든퀸의 인기도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2017년을 기점으로 ㎏당 2500원 이하의 저가 쌀 구매는 감소하고 3000원 이상의 쌀 구매가 늘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데 맛있는 쌀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프리미엄 쌀 중 골든퀸3호는 2017년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구매액과 구매 횟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기업과 연계한 사업화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현재 골든퀸은 유통업체마다 브랜드 이름을 달아 프리미엄 쌀로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성시의 화성 수향미, 전남 곡성군 석곡농협의 백세미, 조선향미, 월향미 등이 있다.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도 자체브랜드(PB)인 ‘곰곰’을 통해 골든퀸3호 쌀을 판매하고 있다. 2022년에는 국내 즉석밥 시장 1위 기업과 쌀 품종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잘 키운 쌀 품종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것이다 .
쌀 품종을 개발하기까지 20여 년이 걸렸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겠다.
품종 개발과 사업화는 별개의 일이다. 세월과의 싸움이 컸다. 나도 확신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향과 맛 모두 소비자가 실제로 먹었을 때 좋아해야 한다. 도자기를 굽는 도공의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향이 나는 쌀 품종 개발에 매진했다.
현재 시드피아가 출원한 특허는 무엇이 있나?
10여 가지 품종에 대한 등록 및 출원이 이뤄지고 있고 8개의 특허 등록 및 신청이 돼 있다. 대표 품종으로 골든퀸2호, 골든퀸3호, 진상, 진상2호, 가향찰1호, 예농2호, 효원5호, 스위트드림1세 등이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해 가치평가를 실시한 결과 진상, 골든퀸, 가향찰이 37억 원의 기술적인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향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공적성별 쌀 품종을 개발해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성을 노리고 농가소득을 높이는 데 주력하려고 한다. 글로벌시장에서 쌀을 떠올릴 때 자동 연상되는 국가가 우리나라가 되도록 국가경쟁력을 갖춘 쌀 품종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서경리 기자
국가경쟁력의 원천 종자산업
고기능 상품으로 농업생산에 중요한 역할
‘한 알의 종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지금 세계는 ‘종자전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제발전에 따라 곡물수요가 증가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농작물의 증산, 생산성의 향상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단순한 ‘씨앗’으로 여겨졌던 종자는 최근 고기능이 더해진 상품으로 변화하며 농업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종자는 부가가치가 높고 첨단기술의 접목이 용이하기 때문에 종자 산업은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신성장산업의 원동력으로서 우리나라가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할 산업 중 하나다.
국립종자원은 10월 ‘2024년 제20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 공모를 통해 시드피아의 벼 ‘골든퀸3호’ 등을 포함한 8종을 선정해 우수품종의 종자로 발표했다. 우리나라 종자 분야 최고 권위의 상으로 국내에서 육성된 우수품종을 선발해 시상함으로써 육종가의 신품종 육성 의욕을 고취하고 수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한 대회다.
올해는 채소, 과수, 화훼, 수출 등 6개 분야에 출품된 총 40개 품종을 대상으로 시장성, 기술개선, 품질완성도, 종자수출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종자산업 발전 기여도, 육종 난이도, 소비자 기호도 등을 고려해 최종 8개 품종을 선정했다.
대통령상을 받은 벼 ‘골든퀸3호’는 민간 최초로 개발한 향이 나는 품종으로서 상업화에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배추 ‘겨울왕국’은 월동 조생배추의 시장점유율 66%를 차지하는 품종으로서 농가 및 유통상인의 만족도가 높은 품종으로 평가됐다. 수출분야에서는 중남미 맞춤형 단고추인 ‘더블유엔골든’이 도미니카공화국의 고추시장에서 35%를 점유하는 등 수출 선도 품종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수상품종에 대해서는 국제박람회 전시 등 홍보를 통해 수출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신품종을 적극 발굴해 육종 저변과 수출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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