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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함께 큰다! 농어촌 참 좋은 학교 춘천 전인고 김장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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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한적한 시골마을. 학교 담장을 넘어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12월 16일 강원 춘천시 동산면에 자리한 전인고등학교에서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가 열렸다. 절임배추를 나르는 학생들, 김칫소를 만드는 선생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생 얼굴에 묻은 김치 양념을 닦아주는 선생님도, 자신이 담근 김치를 한입 가득 넣고 오물거리는 학생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두 시간 정도 진행된 행사 내내 선생님과 학생들의 조잘조잘 이야기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김장김치 담그기는 전인고에서 매년 진행하는 행사로 이날 담근 김장김치는 동산면마을복지회관 어르신들에게 전달된다.
“처음에는 귀찮기도 했는데 김장김치를 받고 기뻐하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뿌듯했어요. 또 저는 역사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일제강점기 때 경험을 들려주기도 하고 우리 마을의 역사도 알려줘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김 모 양은 김장김치 나눔을 계기로 마을 어르신들과 접점이 생긴 뒤 종종 학교 친구들과 함께 마을복지회관으로 찾아가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학생들은 생생한 역사 체험담을 들을 수 있고 어르신들에게는 말동무가 생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난해에는 손수 뜨개질해 만든 목도리를 전해주고 게이트볼을 같이 치기도 했다.
이처럼 전인고는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실현’을 목표로 마을과 협력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주변 어르신을 위한 김치 나눔 프로젝트, 연탄 나눔 봉사, 마을주민 초청 세대공감 나눔 행사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인고의 교육과정은 정규수업과 소스쿨로 나뉜다. 김치 담그기를 끝낸 학생들은 ‘소스쿨’ 활동을 위해 그룹별로 흩어졌다. 동아리 학급제도인 소스쿨은 꿈과 진로가 같은 학생들이 학년 구분 없이 학급을 편성한다. 1학년은 3학년을 보고 따라하며 역량을 기르고 3학년은 1학년에게 자신이 배운 것을 가르쳐주며 복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진로와 적성이 비슷한 학생들이 모여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소스쿨은 한 학급당 4명에서 12명으로 이뤄져 있다. 학기별로 운영하고 있어 자신의 진로에 따라 반을 옮기며 다양한 체험을 쌓아갈 수 있다. 소스쿨별로 담당 선생님이 밀착 지도를 한다.
3학년 문 모 군은 “소스쿨 활동으로 선후배 간에 교류할 수 있어 학교폭력에 대한 걱정이 없다”며 “후배는 선배에게 배우고 선배는 후배에게 배움을 나누며 서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또 1학년 이 모 군은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건축과 체육,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과목을 들으며 진로체험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며 “특히 건축에 관심을 두고 설계프로그램을 배웠는데 외부강사가 와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줘서 생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옆에 있던 조 모 군도 “고민을 들어주는 선생님들이 늘 가까이에 있어 언제든 상담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전인고는 자체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교육부와 중앙농어촌교육지원센터가 진행한 ‘2024년 농어촌 참 좋은 학교 공모전’에서 우수학교로 선정됐다. 농어촌 참 좋은 학교 공모전은 전국의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농어촌 학교를 구현한 우수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공모전에는 전인고를 포함 총 15개 학교가 최종 선정됐다. 초등학교 8개교, 중학교 3개교, 초중통합운영학교 2개교, 고등학교 2개교다.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학교
전인고는 2005년 개교한 교육부 인가 학력 인정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다. 전인고가 추구하는 교육철학은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실현’을 포함해 다음 세 가지 방향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스스로 자람’이다. 체계적인 학습환경과 소스쿨 학급을 통해 학업과 진로를 밀착 지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형 융합교육(STEAM)을 통해 데이터 시각화, 우주 탐사, 기후 변화 등을 학습하며 미래 시민 역량을 기르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2023 대한민국경제교육대상에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는 ‘더불어 존엄’이다. 전인고는 탄소중립 실천학교로 2021년부터 학교 숲 가꾸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22년과 2023년 탄소중립 시범학교로 선정된 후 강원대학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다양한 친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학생들 주도로 1박 2일간 동지훈련을 갖고 학생과 교직원이 더불어 함께하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 번째는 ‘세계와 함께’다. 전인고는 2015년 유네스코학교 지정 이후 글로벌 문제에 대한 캠페인과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우는 데 전념하고 있다. 특히 미국 세인트존스대학과의 협력으로 토론 수업과 협업 기반의 학습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세계와 소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일홍 교장은 “인성과 감성, 지성이 조화를 이루는 전인교육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성장 중심 교육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인고등학교 민일홍 교장
“학생 스스로 꿈을 키울 수 있는 성장교육 실현”
민일홍 교장이 전인고등학교에 부임한 건 2020년이다. 민 교장은 ‘인성’을 가장 중요한 교육철학으로 삼고 인성이 녹아 있는 실질적인 교육을 위해 전인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인사 잘하기, 경어 사용하기를 강조하면서 교직원에게도 학생을 존중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민 교장이 부임하면서 만든 재밌는 규칙도 있다. 이름 앞에 ‘이르름’이라는 별칭을 붙이는 것이다. 민 교장의 이르름은 ‘오동’이다. 다섯 가지가 같다는 의미로 견해, 인권, 권익, 복지, 생활의 측면에서 동일하고 동등한 입장을 취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전인고등학교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는 무엇인가?
지덕체를 바탕으로 인성이 녹아 있는 전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고 더불어 성장하며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교육에 힘쓰고 있다.

교육 활동도 특색 있다.
학생 중심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먼저 매주 한 번 학생회에서 주최하는 전교생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학교 교육 전반에 걸친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간다. 또한 전교생과 교직원이 1박 2일간 공동으로 활동하는 동지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이 모두 모여 장기자랑과 미니 체육대회를 열고 대화 시간을 가지며 화합과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학생들이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두 맡아 진행한다.

무학년제 학급으로 운영되는 소스쿨 과정도 흥미롭다.
동아리별로 가고 싶은 장소와 프로그램을 직접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데 올해는 학생들이 주축이 돼 제주 4·3사건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4·3사건을 다룬 책 ‘순이삼촌’과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읽고 난 뒤 제주도를 방문해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듯 하나하나 학생들이 교육 주체성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교생이 몇 명인가?
2020년 내가 부임한 이후로 해마다 학생 수가 늘고 있다. 전체 학생 수는 2021년 68명에서 2024년 98명, 2025년에는 신입생을 포함해 11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4년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 신입생 선발과정부터 다차원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2박 3일 동안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재학생과 프로그램을 함께한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다.

여러 대학과 MOU를 맺어 학생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고 있다.
국내 대학으로는 강원대 산림과학대와 사범대, 한림대 소프트웨어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다. 올해는 강원대 산림과학대와 함께 ‘1인 1그루 나무 심기 운동’을 펼쳤다. 해외 대학으로는 지난 6월 세인트존스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전인고 학생이 진학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계기로 세인트존스대학의 세미나 수업방식을 활용한 ‘그레이트 북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동서고금의 고전과 명저를 읽고 학생 주도로 토의하는 교육방식이다. 인천대·한림대·강원대 교수진과 세인트존스대학의 한국인 학생들이 튜터 및 학생 튜터로 지도했다.

2025년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이 전인고 개교 20주년이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20년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가 고민했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목표를 ‘지, 덕, 체, 기, 나눔’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계획을 세워봤다. 먼저 ‘지’는 독서를 토대로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학생을 말한다. ‘덕’은 1나무 가꾸기를 통해 생명 존중을 배우고 자율과 책임을 실천하는 학생이다. ‘체’는 지속적인 1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가꿔가는 학생이다. ‘기’는 1악기 연주로 악기 합주를 통해 공감과 배려를 배워 즐겁게 성장하는 학생이다. ‘나눔’은 100대 명산 등반을 통해 자연사랑을 키워가는 학생이다. 이처럼 학생 스스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성장 중심 교육을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서경리 기자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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