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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견과류가 환경에도 좋다? 캐슈넛 껍질이 친환경 바이오연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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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줌 정도 먹는 ‘견과’가 인기다. 고소한 맛과 ‘오도독’ 씹히는 식감이 좋은 견과류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돼 있어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해주는 등 건강에 좋은 슈퍼푸드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이 견과류 중 땅콩과 비슷하게 생긴 ‘캐슈넛’의 껍질로 친환경 바이오연료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견과류 껍질이 연료로 전환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400℃ 이상 열처리로 오일과 껍질 분리
옻나무과에 속하는 캐슈나무는 생김새가 매우 독특하다. 종 모양의 열매 ‘캐슈애플’과 열매 바로 밑에 씨앗을 담은 콩팥 모양의 캐슈넛이 달려 있다. 보통 과실의 씨는 열매 안에서 자라는 데 반해 캐슈나무의 씨는 열매 밖에서 마치 또 하나의 열매처럼 자란다. 우리가 견과류 식품으로 먹는 둥글게 구부러진 모양의 캐슈넛은 바로 이 씨에 해당한다.
캐슈넛의 원산지는 본래 브라질 북부 지역이다. 하지만 열대기후인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최대 생산지는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등이다. 씨를 담은 겉껍질을 까서 알맹이를 굽거나 볶은 후 속껍질까지 제거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뽀얀 견과류 캐슈넛이 된다.
‘애플’이라는 이름이 붙은 캐슈애플도 먹을 수 있다. 달콤하고 톡 쏘는 맛이 난다. 하지만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떫은맛이 나고 따자마자 숙성이 시작돼 금방 상하기 때문에 유통이 어렵다. 캐슈나무가 자라는 현지에서는 잼이나 주스, 술로도 만들어 먹는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캐슈넛 껍질은 불법 폐기되거나 불에 태워 없앤다. 이로 인해 토양 및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연 대기청정연구실의 최영찬 박사팀은 바로 이 캐슈넛 껍질에 주목했다. 캐슈넛은 땅콩처럼 단단한 겉껍질과 속껍질로 싸여 있는데 이 껍질에 CNSL(Cashew Nut Shell Liquid)이라는 고열량 오일 성분이 약 40% 들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캐슈넛에 주목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해외에서 손쉽게 수급할 수 있는 재료라는 점이다. 국내 환경에선 단일 종류의 바이오매스(Biomass)가 부족해 한 가지 바이오매스 원료를 풍부하게 구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려면 여러 바이오매스를 수집해 섞어 사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성이 크게 낮아져 실용화에 걸림돌이 돼왔다.
바이오매스는 생물을 의미하는 ‘바이오(Bio)’와 양을 나타내는 ‘매스(Mass)’의 합성어로 미생물·식물·동물 등의 유기체 생물자원을 뜻한다. 바이오연료는 식물·동물 등의 생물, 즉 바이오매스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통해 만드는 연료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에 비해 불에 탈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원료 캐슈넛 껍질을 활용해 친환경 바이오연료로 전환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과 이산화탄소 저감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사실 캐슈넛 껍질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기계적 공정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일부 개발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의 기계적 공정은 원료를 압착하고 고체와 액체로 분리한 후 열처리와 화학반응까지 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방식이다. 특히 캐슈넛 껍질을 ‘바이오중유’로 전환하려면 황산·알코올류와 같은 촉매를 활용한 화학 공정이 추가로 필요한데 이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단점이 문제로 꼽혔다. 더구나 원재료 대비 생산 수율이 20%에 불과해 실용성이 낮았다.
에너지연 연구팀은 이같이 복잡한 기계적 압착 공정에 의존하는 기존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압착 공정 없이 원료를 투입한 후 ‘중온 열분해’라는 단 하나만의 간단한 공정 방식을 통해 고품질의 바이오중유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캐슈넛 껍질에 400℃ 이상 열처리를 해 오일과 껍질 폐기물로 분리해낸 것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공정보다 바이오중유 생산 시간을 3분의 1로 줄이고 생산 수율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동남아 현지 상용화 추진
특히 기존 공정은 껍질을 까는 것부터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쳐야 했다. 이렇게 수동으로 껍질을 벗길 때는 오일 성분인 CNSL을 주의 깊게 다뤄야 했다. CNSL은 높은 산성을 띠는 액체라서 피부에 닿으면 화상 등 큰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구팀의 바이오중유 생산법은 전 공정을 자동화했다. 따라서 시스템 운전에 들이는 비용 역시 기존 공정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또 공정 과정 중 액체인 중유로 응축되지 못한 열분해 가스를 공정에 필요한 열원으로 다시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하루 1톤 규모의 바이오매스를 처리할 수 있는 열분해 시험 생산시설을 만들고 시운전을 통해 바이오중유 생산 성능을 검증했다. 그 결과 기존 압착 공정 대비 두 배 이상 향상된 40%의 바이오중유 생산 수율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생산된 바이오중유의 황 함량이 90ppm(100만 분율)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 기준을 충족해 선박 연료로의 활용 가능성도 입증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중유는 선박뿐 아니라 산업용 보일러, 발전소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 페인트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드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 연구팀의 친환경 바이오연료 생산 공정은 바이오중유뿐 아니라 바이오매스로 만든 숯인 ‘바이오차’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또 제조 공정이 간단해 동남아 현지에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팀은 2025년부터 실증 규모 설비 연구를 진행해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동남아 각 국가에 해당 기술을 수출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중유는 기존 중유와 비슷한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연료다. 이 기술이 반드시 상용화돼 지구촌의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기는 데 일익을 담당하길 기대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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