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들’, 그리고 해변가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음악 > 정책소식 | 정보모아
 
정책소식

‘서퍼들’, 그리고 해변가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음악

작성자 정보

  • 칼럼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btn_textview.gif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케이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팝 음악’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로 케이팝의 확장이 필요하다. 정책브리핑은 케이팝의 발전과 음악감상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중음악의 다채로운 장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서프 뮤직은 꼭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프 뮤직 팬들 역시 반드시 서핑을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서프 뮤직은 캘리포니아 남쪽에서 서핑 문화와 함께 시작됐는데 서핑 문화와는 별도로 음악적 특성만으로도 서프 뮤직이라는 분류가 가능했다.

이것은 스케이트 펑크를 반드시 스케이트 보드 컬쳐와 연관 짓지 않더라도 별개의 음악적 특색만으로 분류가 가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962년부터 1964년 사이 특히 인기를 끌었던 서프 뮤직은 두가지 맥락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딕 데일의 리버브를 잔뜩 먹인 트레몰로 주법의 기타 연주 곡들인데, 이는 마치 부서지는 파도 소리처럼 들리는 구석이 있었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보컬적인 부분이 강조된 곡으로 우리가 지금도 듣고 있는 비치 보이즈의 수많은 노래들이 이 맥락에 속한다.

기타회사 펜더에서 출시된 ‘재즈마스터’, ‘재규어’ 같은 비대칭 바디 라인의 기타들이 주로 서프 뮤직에 사용됐다.

펜더가 재즈 뮤지션들을 위해 만들었던 고급 라인이었던 재즈마스터와 재규어는 당시 재즈 뮤지션들에게 완전히 외면당했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흘러 펑크와 슈게이즈 씬에서 부활하곤 했는데, 실제로 출시 당시에는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는 비브라토 암 때문에 서프 뮤지션들에게 애용됐다.

심지어 펜더는 서핑보드를 타며 재규어를 연주하는 사진을 광고로 내걸기도 했다. 펜더 앰프에 내장된 스프링 리버브 효과 또한 파도 소리를 방불케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고 덕분에 서프 뮤직 아티스트들에게 널리 활용됐다.

1960년대 초반 링크 레이, 벤처스, 듀안 에디 등에 의해 연주 중심의 로큰롤이 개척됐고, 이후 광기로 똘똘 뭉친 기타 연주자 딕 데일에 의해 서프 록이 완성됐다.

딕 데일의 경우 영화 <펄프픽션>의 도입부에 삽입되고, 이후 블랙 아이드 피스의 곡에 샘플링되면서 인기를 끌었던 곡 ‘Misirlou’를 통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딕 데일은 레바논의 삼촌으로부터 배운 아랍 음악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밝혔다. 서퍼리스의 ‘Wipe Out’ 같은 곡 또한 현재까지도 익숙한 서프 뮤직 연주 곡이다.

지난 7월 18일 오전 강원도 양양지역의 한 해변에서 서퍼들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오렌지 카운티에서 딕 데일이 새로운 사운드를 방출해내고 있는 동안, 캘리포니아 호손에서는 브라이언 윌슨이 형제들과 함께 리듬 앤 블루스의 단순한 구조와 보컬에 영감을 받은 곡들을 만들어 나갔다.

‘펜들톤스’라는 이름으로 곡을 만들다가 팀의 유일한 서퍼였던 데니스 윌슨이 남부 캘리포니아의 라이프 스타일과 서핑에 영감을 받은 노래를 만들어 보자 제안했고 몇몇 곡을 만드는 와중 팀 이름이 ‘비치 보이스’로 변경된다.

그리고 비치 보이스의 활약으로 이 음악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면서 서프 뮤직은 걸그룹, 모타운과 경쟁하는 그 무렵 미국 최고의 대중 음악 트렌드가 된다. 이후 서프 뮤직의 가사에 자동차와 소녀에 관한 내용들이 유입되면서 '‘리포니아 사운드’라 통칭되기도 한다.

‘Surfin’ Safari’, ‘Surfin’ USA’, ‘Surfer Girl’ 등의 곡과 라는 걸작을 완성한 비치 보이즈는 17번째 앨범 에서 약간은 다른 행보를 보인다.

미국 원주민이 지친 말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 ‘행렬의 끝’의 그림을 표지에 내걸었고 그간의 풍요로운 서퍼 이미지와는 달리 내부 속지에는 가뭄으로 갈라진 땅의 사진을 두 페이지에 담아냈다.

가사 또한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해 주로 다뤘는데 약물때문에 사라지는 자신의 팬들을 위해 곡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서퍼’와 같은 발음이지만 ‘고통’을 의미하는 단어 ‘Suffer’를 종종 가사에 활용하기도 한다.

음악적으로도 좀 더 복잡한 요소들을 흡수해내면서 은 한 단계 진화를 이룩해낸 카운터-서프 뮤직을 만끽하게끔 유도했다.

한국 또한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쉽게 서프 뮤직 아티스트들의 예를 들 수 있다.

비치 보이즈가 활약하던 시기 ‘해변으로 가요’라는 노래로 금자탑을 세운 키보이스, ‘우리는 서핑을 못해’를 불렀던 가나스, 그리고 최근의 세이수미에 이르기까지 의외로 서프 뮤직은 이 땅에서 굳건하게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딕 데일의 경우 비치 보이즈 같은 이들을 두고 가사에 서핑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 뿐 서프 뮤직은 아니라 말하기도 했는데, 때문에 진정한 서프 뮤직은 연주 곡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해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꼭 서핑보드를 타지는 않기 때문에 사실 서프 뮤직을 해변 음악 정도로 뭉뚱그려 정의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서핑보드를 타고 있는 서퍼들은 딕 데일의 음악처럼 긴장되고 흥분되겠지만 그 모습을 해안가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비치 보이즈의 음악처럼 낭만적이고 운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얘기를 좀 하자면 서프 뮤직과는 크게 상관이 없는 밴드 펄 잼의 에디 베더 또한 서핑 광으로 유명하다.

그는 바다를 보호하는 환경 단체 서프라이더 재단에서 발매한 편집 음반에 곡을 제공하기도 했고 꾸준히 단체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바다 또한 예외는 아니다. 연간 800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프 뮤직을 들으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상철

◆ 한상철 밴드 ‘불싸조’ 기타리스트

다수의 일간지 및 월간지, 인터넷 포털에 음악 및 영화 관련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파스텔 뮤직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했으며, 해외 라이센스 음반 해설지들을 작성해왔다. TBS eFM의 음악 작가, 그리고 SBS 파워 FM <정선희의 오늘 같은 밤>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록밴드 ‘불싸조’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samsicke@hanmail.net


[자료제공 :icon_logo.gif(www.korea.kr)]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 글이 없습니다.

새댓글


  • 댓글이 없습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