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1급 ‘장수하늘소’ 광릉숲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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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사육 후 20마리 방사
복원 연구 국립수목원을 가다
‘장수하늘소’는 하늘소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동아시아에 서식하는 딱정벌레류 중에서 가장 큰 종이다. 수컷의 몸길이는 8.5∼10.8㎝, 암컷은 6.5∼8.5㎝에 달한다. 과거에는 서울 북한산, 강원 춘천시·화천군·양구군·강릉시 소금강 등에 널리 분포했지만 1980년대 이후 개체 수가 급감해 지금은 경기 포천시 광릉숲에서만 서식한다. 개체군 규모가 매우 적어 남획 위험이 높다는 판단하에 1968년 천연기념물로, 2012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1급으로 각각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발견되지 않던 장수하늘소는 2006년 살아 있는 암컷 1마리가 광릉숲에서 관측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8년간 다시 종적을 감췄다가 2014년부터 매년 1~3마리가 발견되고 있다. 국립수목원은 올해도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를 발견했다. 10년 연속이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올해 발견된 장수하늘소는 현재까지 수컷 3개체로 광릉숲 비개방구역 내 고사목에서 2개체, 참나무 수액에 유인된 1개체”라며 “모두 왕성한 활동성을 보이고 있으며 연구진은 확보한 수컷들을 인공사육해 얻은 암컷들과 교배해 사육 개체들의 유전 다양성을 확보하고 방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017년부터 광릉숲에서 확보한 야생 개체들로부터 알을 받아 실내 대량사육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이를 통해 장수하늘소의 생물학적 특성과 복원 연구를 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매년 사육 개체를 광릉숲에 방사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이들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뒤 방사해 장수하늘소의 행동권을 파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올해는 20마리가 추적대상이다. 국립수목원은 8월 8일 장수하늘소 20마리의 방사를 마쳤다.
장수하늘소 스마트하게 키운다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을 찾았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장소하늘소 인공사육과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국립수목원은 이곳에서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장수하늘소 500여 개체를 사육하고 안정적인 서식지 내 보전을 위해 분자생물학적 실험, 먹이 선호도 조사, 월동 실험 등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장수하늘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과연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그 현장을 확인했다.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은 광릉숲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국립수목원 연구동에서 전동카트를 타고 숲길을 한참 달리고서야 사육동에 도착했다. 건물은 아담했다. 국립수목원이 운영하던 산림동물원의 부속 건물로 쓰던 곳이다. 동물원은 2017년 폐쇄됐다. 국립수목원은 이곳을 산림곤충스마트사육동으로 조성했고 2020년 말부터 운영했다.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김아영 연구사와 함께 사육동을 돌아봤다. 사육동에는 3개의 사육실과 준비실, 사무실이 있다. 3개의 사육실은 실내온도가 각각 섭씨 20℃, 24~25℃, 29~30℃로 달랐다. 김 연구사는 “온도에 따라 장수하늘소가 자라는 속도가 달라 차이를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사육실의 온도와 습도, 조도는 자동화시스템으로 조절한다. 외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확인·조절이 가능하다. 자동화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김 연구사의 스마트워치로 알람이 오게 돼 있다.
사육실을 하나씩 살펴봤다. 사육실마다 유충이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이 층층이 놓여 있다. 광릉숲에서 확보한 야생 개체로부터 알을 받거나 인공사육한 장수하늘소와 교배시켜 키운 유충들이 한 통에 한 마리씩 자라고 있다. 장수하늘소는 알에서 부화해 유충 상태를 지나 번데기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5~7년이 걸린다. 통이 작을수록 어린 유충, 통이 클수록 우화(羽化) 직전인 개체다. 장수하늘소 유충은 나무 톱밥과 균사로 만든 먹이를 먹고 자란다. 김 연구사는 “장수하늘소를 발견했던 광릉숲 나무에서 균사를 추출해서 먹이를 만든다”고 했다. 장수하늘소는 서어나무와 졸참나무에 주로 산다.
유충으로 5~7년, 성충으로 2~3개월
마침 준비실에서 먹이를 교체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덕분에 먹이 속에 숨어 있던 장수하늘소 유충을 볼 수 있었다. 유충의 크기는 충격적이었다. 성인 손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컸기 때문이다. 애벌레는 최대 12㎝, 65g까지 자란다. 장수하늘소의 크기가 실감가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장수하늘소 성충은 크기가 엄청 났다. 수컷은 10㎝가 넘기도 한다. 더듬이 길이까지 합치면 한 뼘이 족히 넘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본 곤충 중에 가장 컸다. 커다란 녀석이 한껏 예민해져 방어 태세를 갖춘 걸 보니 손에서 땀이 절로 났다. 김 연구사가 긴장을 풀어줬다. 김 연구사는 “장수하늘소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곤충 중에 몸길이로 따지면 가장 크다”며 “크기가 커서 몸이 무겁기 때문에 잘 날지 않는다”고 했다. 그제야 안심하고 장수하늘소를 자세히 관찰했다.
몸집만큼 날개도 크고 더듬이도 컸다. 수컷과 암컷을 보니 생김새가 차이가 났다. 암컷에 비해 수컷이 훨씬 크고 더듬이도 길었다. 검은색 또는 흑갈색 몸으로 나무껍질과 비슷해 나무에 앉아 있으면 발견하기 힘들다. 몸에선 광택이 났다. 날개는 적갈색을 띠고 있다. 나무껍질처럼 딱딱해 보였지만 의외로 부드러웠다.
다 자란 장수하늘소는 20마리 정도. 5~7년을 자라 성충이 된 장수하늘소는 사육실에서 3개월 정도 산다. 사육실이 아닌 자연환경에서는 천적 등에 의해 몇 주밖에 살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수목원은 매년 성충이 된 장수하늘소를 광릉숲에 방사한다. 김 연구사는 “인공사육한 개체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 자체가 의미있다”며 “방사한 장수하늘소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얻고 개체와 서식지를 연구하고 보전할 수 있다”고 했다.
“장수하늘소 서식지 외 복원 꿈꿔”
장수하늘소 방사는 매년 7~8월에 이뤄진다. 자연에서 성충이 된 장수하늘소가 나오는 시기다. 올해는 5마리씩 모두 20마리를 방사했다. 김 연구사는 “올해는 인공사육해 방사한 개체가 광릉숲에 서식하는 자연 개체와 짝짓기를 하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방사가 계속된다면 장수하늘소 개체 수가 자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확인한 셈이다.
국립수목원은 장수하늘소를 방사하기 전 날개에 숫자를 표기한다. 방사한 개체를 식별하기 위해서다. 위치추적기도 부착한다. 방사한 개체가 광릉숲에서 어디까지 얼마나 이동하는지, 어떤 서식지를 선호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간은 3주에 불과하다. 곤충에 부착할 수 있는 위치추적기의 배터리 수명 때문이다. 이 기간 김 연구사를 비롯한 4명의 연구진은 안테나를 들고 광릉숲을 누비며 장수하늘소를 추적한다.
광릉숲은 560여 년간 개발되지 않고 보존된 ‘절대보존림’이다. 광릉숲은 조선 세조가 안장된 ‘광릉(光陵)’의 부속림으로 1468년 능림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해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산림과 임업 연구를 위한 학술보호림으로 지정됐고 6·25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고 잘 유지됐다. 국내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로 불린다. 이를 인정받아 2010년 광릉숲 2만 4465헥타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방대한 숲에서 장수하늘소를 추적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연구사는 “비가 오거나 태풍이 오는 등 날씨가 안 좋으면 장수하늘소를 추적하기 힘들다. 깊은 숲속에 들어가버리면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인력도 충분치 않다. 이런 한계 때문에 장수하늘소를 더 많이 방사하기도 힘들다.
김 연구사는 장수하늘소 연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연구를 통해 장수하늘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광릉숲 말고도 다른 곳에서 장수하늘소 서식과 복원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장수하늘소를 잘 연구해서 더 많은 사람이 장수하늘소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예요. 그래서 언젠가 장수하늘소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길 바라고요.”
광릉숲은 크낙새의 서식지로 유명했다. 크낙새는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세계적 희귀조류로 1993년 국립수목원에서 한 쌍이 발견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크낙새는 장수하늘소 애벌레를 먹고 산다. 광릉숲에서 장수하늘소가 사라지면서 먹이를 찾지 못한 크낙새도 사라진 셈이다. 한 생물의 멸종은 다른 생물의 멸종을 부른다. 멸종 위기종을 복원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강정미 기자
박스기사
사라진 소똥구리 54년 만에 복원
‘자연의 청소부’ 역할… 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에 200마리 방사
멸종위기에 놓인 생물을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1969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소똥구리’를 54년 만에 복원, 방사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은 9월 13일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에 소똥구리 200마리를 방사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서식하던 소똥구리는 구충제와 농약의 남용, 방목식에서 공장식으로 변화된 축산 환경, 농기계 상용화 등의 이유로 1960~70년대 급격히 감소해 현재는 절멸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채집 기록은 1969년이 마지막이다.
환경부는 2017년 토종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살아 있는 소똥구리 50마리를 5000만 원에 사겠다’며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연락이 쇄도했지만 대부분 소똥구리와 닮은 보라금풍뎅이였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2019년부터 몽골에서 3차례에 걸쳐 소똥구리 830마리를 들여와 기초 생태·증식기술 연구를 진행했다. 한국 소똥구리와 몽골 소똥구리는 유전적으로 같은 종이다. 국내에서 증식된 개체를 포함하면 1000마리 정도 되는데 이 중 200마리를 신두리 해안사구에 방사했다. 태안군은 방사를 앞두고 신두리 해안사구에 한우 5마리를 풀어 소똥구리 서식지를 조성했다. 소의 배설물은 소똥구리의 먹이가 된다.
환경부는 “소똥구리를 증식해 처음으로 국내 자연환경에 방사했고 이들 소똥구리가 실제 생태계에서 서식할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똥구리는 가축의 배설물로 경단을 만들어 땅속에 묻은 뒤 알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토양에 유기물질과 영양분이 공급되고 가축 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가 분해돼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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