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핵융합 시대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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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설치된 국립점화시설(NIF) 연구팀이 최근 두 번째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다. 2022년 12월 핵융합 반응을 실험해 약 2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 3.15MJ의 열에너지를 얻은 후 7개월이 지나 훨씬 더 높은 수율로 핵융합 재현에 성공한 것이다. 핵융합 점화는 핵융합으로 얻은 에너지가 핵융합에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것을 뜻한다.
현재 NIF는 실험 결과를 분석 중이다. 구체적인 에너지 수치는 향후 논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핵융합은 적은 연료로도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데 과연 어떤 원리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낼까? 또 핵분열과는 어떻게 다를까?
핵융합과 핵분열의 차이
핵융합 장치(핵융합로)는 땅 위의 ‘인공태양’으로도 불린다. 태양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주성분인 수소원자가 초고온에서 융합해 헬륨을 만들 때 엄청난 빛과 에너지를 쏟아낸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모방한 것이다.
핵융합은 2개의 ‘가벼운’ 원자핵, 즉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충돌해 융합하면서 새로운 하나의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어 에너지를 내놓는 현상이다. 이 과정이 되풀이되면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원자핵은 양전하(+)를 띠고 있다. 그래서 원자핵끼리 가까워지면 서로 밀어낸다. 그런데 태양 내부처럼 1억℃ 이상의 온도와 압력이 엄청 높은 곳에서는 원자핵이 반발력을 이겨내고 융합할 수 있다.
이처럼 ‘가벼운’ 원자 여러 개가 융합하면 ‘무거운’ 원소가 생긴다. 하지만 융합하기 전 원자 여러 개를 합친 질량과 새로 생긴 원자의 질량이 같지 않다. 예를 들어 질량이 5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융합하면 당연히 그로 인해 생긴 헬륨의 질량은 10이 돼야 한다. 그러나 헬륨은 10이 아닌 9가 된다. 이때 사라지는 1의 질량은 어디로 갈까?
이 1의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공식 ‘E=mc²’에 의해 에너지로 바뀐다. 이 공식에서 E는 에너지, c는 빛의 속도, m은 사라지는 질량이다. 빛의 속도 c는 초속 약 30만㎞로 상수(수식에서 변하지 않는 값)이기 때문에 질량은 곧 에너지라고 볼 수 있다. 에너지는 질량에서 빛의 속도 제곱이 곱해진 값이니까 아주 조금의 질량만으로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이후부터는 다른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과 방법이 같다. 이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이고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게 핵융합 발전이다.
핵분열을 통한 원자력 발전은 핵융합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핵융합 발전이 ‘가벼운’ 원소가 ‘무거운’ 원소로 융합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한다면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무거운’ 원소가 ‘가벼운’ 원소로 쪼개질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예를 들어 무거운 우라늄235 원자핵에 중성자 하나를 충돌시키면 원자핵이 더 작은 원자인 바륨과 크립톤으로 쪼개진다. 이렇게 쪼개질 때 질량이 사라진다. 마치 과자 하나를 반으로 쪼갤 때 정확하게 반으로 잘리지 않고 부스러기가 생기는 것과 같다. 과자 부스러기만큼 사라진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것이다. 핵분열은 우라늄235가 쪼개지는 과정에서 중성자들이 새롭게 2~3개 방출돼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핵분열에서 사라지는 질량은 0.1% 정도다. 반면 핵융합에서는 0.7%의 질량이 사라지면서 에너지로 바뀐다. 따라서 핵분열로 얻는 에너지보다 핵융합을 통해 얻는 에너지가 7배나 많다. 이산화탄소도 배출되지 않고 방사성 폐기물도 아주 적게 나온다. 핵융합이 ‘청정에너지’,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이유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실험로 KSTAR의 도전
국제 학계와 선진국들은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확신하며 기술 선점에 분주하다. 핵융합 에너지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에너지 강국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핵융합은 대단히 일어나기 어려운 반응이다. 태양 정도의 압력과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이온) 상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태양은 자체 질량과 중력으로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스스로 만들지만 지구에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실험로를 갖추고 있다. 바로 ‘케이스타(KSTAR)’다. 2007년 완공한 뒤 2019년 2월 1억℃의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를 1.5초 유지하는 성과를 이뤘다. 2021년 12월에는 세계 최초로 30초 동안 유지해 최장 시간 운전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2026년까지 마의 벽인 300초 달성에 도전할 예정이다.
핵융합 반응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도록 초고온 플라스마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핵심기술이다. 단 한국은 플라스마 상태를 오래 유지만 했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은 아직 못했다. 2023년 전력 생산까지 가능한 ‘실증로’ 설계에 착수해 2050년대쯤 핵융합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실험장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다. 최근 플라스마를 가두는 진공용기의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됐지만 2035년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최종 목표에는 차질이 없을 거라는 게 미국 ITER의 책임자 캐서린 맥카시의 설명이다. ITER 프로젝트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이 참여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을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동안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핵융합 에너지 생성은 이제 핵융합 발전소를 짓기 위한 실증단계에 임박했다. 깨끗한 전기를 무한대로 쓸 수 있는 핵융합 발전 시대가 하루빨리 열리길 바라는 것은 세계인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한국이 기술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기민하게 나서 핵융합 발전을 가장 먼저 성공시키는 나라가 되길 기원한다.
김형자
편집장 출신으로 과학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과학 칼럼니스트.
<구멍으로 발견한 과학>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자료제공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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